도메인 등록 대행업체 후이즈에 따르면 지난 1월 6일, ‘allianzfirstlife.com’ ‘allianzfirst.com’이 삼성화재 도메인 업무 담당자의 이름으로 등록됐다. ‘allianzfirstlife.co.kr’과 ‘allianzfirst.co.kr’은 알리안츠제일생명이 보유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화재는 “회사와는 상관없는 일이고 업무 담당자의 개인적 관심에서 비롯된 일”이라며 “도메인 보유자에게 등록을 취소하라고 하겠다”고 나섰지만 이 일을 바라보는 관련 업계의 시선은 곱지 않다.
아직 e-비즈니스를 제대로 시작하지 않고 있는 알리안츠제일생명에게 닷컴도메인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6월부터 본격적인 홈페이지 개발에 들어가는 알리안츠제일생명의 사원들이 현재 사용하고 있는 이메일 주소는 ‘allianzfirstlife.co.kr’. 알리안츠제일생명은 이 도메인이 너무 길고 어려워 홈페이지 도메인으로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해 ‘allianz’가 들어간 다른 도메인을 물색중이다.
알리안츠제일생명은 20여개의 관련 도메인을 보유하고 있지만 ‘allianzlife.co.kr’ ‘allianz.co.kr’ 등 쓸만한 도메인을 이미 선점당한 상태여서 홈페이지 개발 일정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화재가 알리안츠제일생명 관련 닷컴 도메인을 2개나 등록한 사실이 밝혀져 삼성화재의 의도가 무엇일까에 관련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관련 사업과 별 상관도 없고 사용하지도 않을 알리안츠제일생명의 닷컴 도메인을 삼성화재가 보유하고 있는 사실에 대해 “너무하다”는 비난 여론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삼성화재는 “도메인 등록은 회사와 상관없다”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도메인을 보유하고 있는 삼성화재 관계자는 “문제의 도메인은 올해 초 보험사들이 홈페이지 도메인 때문에 고심하는 것을 보며 나중에 쓸모가 있겠다는 단순한 생각에서 개인적으로 등록한 것”이며 “등록자의 주소가 삼성화재로 돼있는 것은 집주소로 등록할 형편이 아니어서 회사 주소로 등록을 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알리안츠제일생명에서 도메인 때문에 접촉을 해온다면 당연히 양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관련업계 관계자들은 상식적으로 판단할 때 삼성화재측의 이런 주장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삼성화재에서 도메인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이 회사에 미칠 파장을 고려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국내 생명보험사의 도메인을 등록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는 것.
최근 알리안츠제일생명이 삼성생명에게 가장 위협적인 경쟁사로 떠오른 것도 삼성화재의 의도에 의혹을 품게 하고 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대한생명이 정부 지원을 받는 등 국내 대형 생보사들이 경쟁력에 타격을 입으면서 삼성생명은 외국계 회사인 알리안츠제일생명을 가장 강력한 경쟁사로 여기고 있다는 것.
한 관계자는 “삼성화재가 알리안츠 제일생명 관련 닷컴 도메인을 회사 차원에서 확보한 것이라면 계열사인 삼성생명 때문이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다”며 “국내 굴지의 보험사로서 관련 사업과 관계없는 경쟁사의 도메인을 확보한 것은 결코 칭찬받지 못할 행동”이라고 말했다.
김미선 기자 una@kftimes.c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