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같은 소액 주주의 지적에 많은 KEB맨들이 공감하는 분위기다. 지난 3월 이갑현행장의 퇴임에서 신임 행장 선임, 부행장 인사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면 할말을 잃게 된다는 것이 한결같은 지적이다.
IMF 상황에서 국내 은행중 제일 먼저 외자를 유치하는데 성공함으로써 경쟁은행들의 부러움을 샀던 외환은행은 지난해 말부터 내부 불협화음이 밖으로 드러나기 시작했고 올들어 마침내 은행장 사퇴로까지 이어졌다.
이갑현행장이 물러나고서도 외환은행은 별로 달라진 게 없었다. 은행을 이끌어 가야할 경영진과 주요 간부들이 자리싸움 외에는 관심이 없었다.
은행장 후보가 임시주총 하루전에야 결정되고 부행장 인사에 금감원이 노골적으로 개입한 것도 자업자득이라는 측면이 훨씬 강하다는 분석이다.
외환은행의 한 책임자급 직원은 “40여명의 행장후보를 놓고 노조까지 나서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된다며 설쳤지만 은행을 살릴 사람을 찾기 보다 각자의 이해관계에 맞아 떨어지는 사람만을 찾아다니지 않았냐”고 반문했다.
이 책임자급 직원은 “부행장 인사를 보면 그 와중에서도 간부들이 외부에 줄대기를 한 것같은 느낌이 들어 혼란스러워진다”고 토로했다.
차장급의 한 직원은 신임 행장에 대해서도 불만을 토로했다. “은행장이 조직의 기강을 잡으려면 인사권을 확보하는 게 제일 중요한데도 감독당국의 지시대로 인사가 이루어지는현실이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민은행의 김상훈행장이 취임후 여론을 충분히 반영해 자기식대로 인사를 단행함으로써 조직의 기강을 단시일내에 바로 잡았는데 외환은행은 왜 안되는 지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주주들과 일반 직원들의 여론을 종합해보면 신임 김경림행장이 당장 무엇을 해야 하는 지 분명해진다.
집안 좋고 배경 좋은 사람들이 많은 외환은행의 혼탁한 인사풍토를 바로잡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이와 관련 조만간 단행될 것으로 보이는 상무인사가 신임 행장에게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외환은행 직원들은 말하고 있다.
김경림행장이 상임이사들을 중심으로 협의체를 구성해 공정하고 투명한 인사를 하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져 다행이라는 지적이지만 독한 마음을 먹지 않으면 외부의 간섭을 막기 어려울 것이라는 중론이다.
김행장이 취임직후 밝힌 증자나 후순위채 발행, 2차 금융구조조정 과정에서의 주도권 확보등은 외환은행 현실에서는 우선 순위에서 밀리고 있다.
박종면 기자 myun@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