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경제연구소는 지난 3일 ‘금융 대합병 추세와 한국금융의 과제’란 보고서에서 최근 일본과 유럽 미국 등지에서 일고 있는 은행 대합병의 사례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우리나라도 대응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 보고서에서 삼성경제연구소는 “99년 8월 이후 일본에서 4건의 대형은행 합병발표가 이루어지면서 일본계 은행이 총자산 기준으로 세계 1,2,3,5위를 차지했다”며 선진국 금융기관들이 경쟁적으로 합병을 통해 몸집 불리기에 나섰다고 말했다.
또 세계 1위 은행의 자산규모가 97년 6920억달러에서 99년 1조4000억달러로 2배 이상 대형화된 점을 강조했다. 합병의 목적도 구조조정이나 비용절감이 아닌 성장전략으로서의 대형화라며 은행간 대형합병의 당위성과 시급함을 역설했다.
이에 따라 국내 금융산업은 부실처리가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또 다른 생존위협에 직면했다며 금융지주회사법안을 정비해 주축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금융산업을 시급히 재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삼성경제연구소는 지난달 말 펴낸 ‘금융 기업구조조정 미완의 개혁’에서 90년대 해외 국가들의 은행수 감축 사례을 들어 국내 은행 역시 추가적인 감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책은 “한국의 은행 구조조정은 금융위기를 겪은 다른 국가들보다 덜 혹독하다”, “스웨덴은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은행수를 75%나 줄였다” “금융위기를 겪지 않은 다른 선진국들도 90년 이후 은행수를 평균 25%내외 줄였다”며 우리나라 은행의 추가 합병 감축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금융계 일각에서는 이러한 삼성경제연구소의 은행 합병 및 감축에 대한 당위성 역설은 정부가 인위적인 합병을 주도하지 않겠다는 상황에서 영향력 있는 일부 연구기관이 외곽에서 은행 합병의 타당성과 시급함을 역설해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송훈정 기자 hjsong@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