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금융계에 따르면 정부의 안정기조 방침과 은행권의 채권매수 재개로 장기금리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채권시장을 주도해온 농협이 올해들어 장기물 위주로 채권을 집중 매입, 수천억원대의 평가익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농협이 지난 1월부터 지난달말까지 매입한 채권 규모는 어림잡아 5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상호금융계정에서 3조원 가량을 매수했고 고유계정에서도 2조원이 넘는 채권을 시장에서 사들였다. 금융계 관계자들은 농협이 채권을 사들였던 때보다 최근 금리가 30~40bp정도 떨어졌기 때문에 평가익이 2000~30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농협이 채권 매집에 나선 시기는 대우채 3차 환매와 물가 불안 등의 이유로 금리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 대부분의 기관투자가들이 매수를 기피하던 시기. 이때부터 장기채권을 집중 매수했고 최근 금리가 하향 안정화되면서 기대 이상의 평가익을 올리게 됐다. 상호금융부 황윤재 과장은 이와 관련 "금리가 오르더라도 폭등하는 현상은 없을 것이라는 판단아래 매수 포지션을 유지한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더욱이 최근 회사채는 물론 국고채의 물량 확보가 어렵고 5년물의 경우 품귀현상까지 보이는 상황에서 농협이 올해 들어 거래된 장기채를 거의 싹쓸이 하다시피 해 다른 은행들은 농협의 딜링에만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는 실정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은행 유동성이 넘쳐나 장기채 투자가 유일한 운용 수단으로 부각되고 있으나 농협이 일부 물량을 내놓기 전까지는 물량 확보가 어려울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나 농협측은 올해 장기채의 가격 탄력성이 적을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매집한 채권을 상당기간 보유한다는 전략이어서 농협이 매집한 장기채가 시장에 유통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박태준 기자 june@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