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 떨어진 과제는 ‘인터넷 금융의 비중 추이에 대한 전망을 전제로 수입, 비용, 이익의 예측치’를 추정해 발표하는 것. 발단은 지난 16일 금융연구원이 개최한 조찬 세미나에서 이용근 위원장이 던진 한 마디 때문이었다.
이날 이위원장은 각 금융기관이 최고 경영자 책임하에 디지털금융 마스터플랜을 작성할 것을 권고했다. 인터넷 금융의 비중이 어떻게 늘어날 것인지에 대해 자체적인 예상치를 전망하되 2~3개 시나리오를 전제하고, 각각의 경우에 대해 은행 예대마진이 어떻게 변할 것인지를 추정, 총수입의 예측치를 도출하라는 것. 여기에 필요한 IT 투자규모, 인력의 직급별 기능별 구성, 충당금 추가적립 규모 등을 추정해 비용 예측치를 산출해서 예상 이익을 도출해 보라는 주문이었다.
이위원장 발표직후 대부분 은행이 T/F팀 까지 만들어 작업에 착수했다. 한빛, 국민, 한미은행등은 전자금융팀에서, 신한은행은 9명으로 T/F팀을 만들었고 주택은행은 신경제사업팀에서 이 작업을 맡았다.
그러나 실무자들은 하나같이 ‘뜬 구름 잡는’ 과제를 해야 하는데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최근 인터넷뱅킹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시장 환경 또한 어제와 오늘이 달라 단기적인 마케팅 전략을 짜기도 쉽지 않은 판에 서너개의 시나리오를 ‘창작’해서 여기에 맞게 예상 이익을 도출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냐는 지적이다.
막연하기만 한 시나리오와 예상수익 및 비용을 산출하느라 적지 않은 인력과 시간이 투입되는데 대해 “지극히 비효율적인 일로 정작 해야할 일을 못하고 있다”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결국 감독당국의 ‘전시행정’에 은행들이 동원돼 시간과 인력을 낭비하고 있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인터넷뱅킹의 예상치 산출에 여념이 없는 은행들은 내달중 결과를 정리해 이를 주주와 고객들을 대상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박태준 기자 june@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