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 이하 젊은 직원들이 잇달아 벤처기업으로 이동하는가 하면 벤처기업을 직접 창업하는 직원들도 늘고 있다.
젊은 은행원들의 이같은 새출발은 ‘은행은 평생직장’이라는 신뢰가 이미 무너진데다 2차 구조조정론이 부각되면서 은행권에 불안심리가 확산되고 있는 것도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일부 은행에서는 유능한 직원들의 이탈을 막기위해 개방형 인사제 등 다양한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30일 금융계에 따르면 최근 벤처 기업 열풍이 전 경제계에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벤처기업으로 자리를 옮기는 은행원들이 급격히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 하나, 한미은행 등의 경우 전산개발, 심사 등을 담당했던 대리급 이하의 젊은 직원들이 주로 은행을 떠나고 있으며 일부은행의 경우 올들어서만 30여명의 직원들이 벤처기업으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이동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하나은행의 한 관계자는 “올들어서만 20~30명의 직원이 벤처기업에서 새 출발을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으며 지난해 하반기부터 벤처기업은 물론 자산운용사 등으로 자리를 옮긴 직원이 100여명에 달한다”고 전했다.
신한은행의 직원들도 줄줄이 퇴사, 최근 석달간 10여명의 직원이 은행을 떠났으며 한미은행에서도 5명의 인력이 벤처기업으로 자리를 옮겼다.
젊은 직원들이 안정된 직장을 떠나 리스크가 높은 벤처기업으로 잇달아 자리를 옮기고 있는 것은 우선 스톡옵션을 받음으로써 단기간에 고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 대리급 직원이 벤처기업으로 이동할 때 받는 스톡옵션이 2만~3만주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의 한 관계자는 “연봉은 은행보다 적은 경우가 많지만 스톡옵션이 큰 매력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여기에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은행이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사라졌고 더욱이 2차구조조정이 가시화되고 있는 것도 은행 직원들의 이탈을 부추기고 있다.
직접 벤처기업을 창업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한미은행을 퇴사한 某과장은 최근 재테크 및 세금 상담을 전문으로 하는 벤처기업을 차렸다.
한편 능력 있는 젊은 직원들이 은행을 떠나면서 해당 은행들은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아직 심각한 수준의 이탈은 보이지 않고 있지만 자리를 옮긴 직원들의 중계로 퇴사를 고민하는 은행 직원들이 늘고 있기 때문.
이에 따라 한미은행은 개방형 인사제도를 도입, 은행에 결원이 발생할 경우 외부 공모를 통해 충원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박태준 기자 june@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