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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양우 기자

webmaster@fntimes.com

기사입력 : 2000-03-16 09:43

유럽식과 근본적으로 달라 이해상충·실적 미미, 모양새 뿐

국내생보사중 대표기업인 삼성, 교보생명이 방카슈랑스를 놓고 딜레마에 빠져있다.

마치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 흐름인양 인식되고 있는 방카슈랑스에 대해 간판급 생보사들이 미온적인 입장을 보이는데는 방카슈랑스의 ‘허와실’이 공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들어 정부의 제도적 지원이 가시화되면서 다수의 손보사들과 일부생보사들이 속속 방카슈랑스에 동참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인 현상인데, 이들 간판급 생보사의 행보가 향후 보험과 은행간 업무제휴의 가늠자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현재 가시화된 방카슈랑스의 형태는 보험사가 은행창구에 보험데스크를 설치, 은행을 찾은 고객을 대상으로 보험을 판매하는 형식. 물론 이과정에서 은행과 보험사간 이해관계는 대체로 임대료를 지불하는 형식으로 풀고 있다.

삼성과 교보가 아직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방카슈랑스가 시작된 유럽과 우리나라의 현실이 다르다는 점에서 비롯된다. 방카슈랑스의 원조는 프랑스. 대형은행이 세제혜택에 부합하는 상품을 보험상품으로 개발, 보험자회사를 신설해 팔도록 한 것이 원론적인 의미의 방카슈랑스요 성공의 비결이기도하다.

이에반해 국내여건은 제도적으로 이같은 형식을 취할 수가 없게 돼 있다. 그러니까 은행창구에서 보험상품을 직접 팔고 은행이 수수료를 챙기는 순수한 의미의 방카슈랑스와는 본질적으로 그 성격이 다르다. 굳이 말하자면 그 전단계로 볼 수 있다.

삼성생명도 무려 13개은행과 업무제휴를 체결해 놓고는 있다. 방카슈랑스를 염두에 둔 조치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은행창구에 보험데스크를 설치하는 것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의견이 분분, 선뜻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

교보도 영업파트에서는 적극적으로 검토했으나 기획파트의 신중론에 제동이 걸려 역시 보류 상태. 현재 보험사들로부터 가장 적극적으로 방카슈랑스의 파트너로 지목받고 있는 ‘국민은행 케이스’를 통해 삼성과 교보생명의 고민을 알아보면 그 이유가 보다 분명해진다.

국민은행은 제휴보험사당 5~6개의 보험데스크 설치를 용인한다는 방침하에 자사점포에 보험데스크를 설치하는 조건으로 평당 27만원정도의 임대료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국민은행 점포에 보험데스크를 운영중인 삼성, 동부, 현대, 동양, LG화재등 손보사들은 모두 이같은 조건을 수용하고 영업중이다.

손보사들이 이렇듯 적극적인데 반해 삼성, 교보등이 소극적인 것은 실익과 깊은 연관이 있다. 보험데스크 한 곳을 설치하는데 드는 비용은 인건비를 제외하더라도 1000만원 정도. 이에반해 생보사는 상품의 성격상 손보사와 달리 은행고객이 생보상품에 가입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

손보사는 자동차보험같은 상품이 경쟁력을 지니지만 생보상품은 은행점포를 찾은 고객에게 관심을 끌만한 상품이 없다. 인풋만큼 아웃풋이 나올 가능성이 그만큼 낮다.

실제로 현재 은행점포에 설치된 보험데스크의 보험상품 판매실적은 삼성화재가 하루 한건 정도의 계약을 올릴뿐 나머지사들 특히 생보사들의 실적은 미미하기 그지없다. 더구나 앞으로 제도적 차원에서의 방카슈랑스의 진행방향에 따라서는, 그러니까 은행창구에서 보험상품을 직접 판매하는 방식이 될 경우 수년내에 이들 설비투자는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삼성은 고민끝에 ‘상호 데스크 교환방식’이라는 고육책을 고안해 냈고, 현재 몇몇은행들에게 이를 제시해 놓은 상태. 즉 보험사가 은행창구에 보험데스크를 설치하는 대신 은행도 보험사창구에 은행데스크를 설치하는 맞교환 방식으로 추가비용요인 발생없이 방카슈랑스를 추진하자는 아이디어이다.

보험사 은행데스크에서 청약예금가입이나 통장개설등을 대행해주면된다는 것. 그러나 실명확인등 절차상의 문제 때문에 현실성이 떨어지고 실제로 오퍼를 받은 은행들 다수가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물론 생보사들의 거부반응의 이면에는 아직도 보험사 영업력의 절대비중을 차지하는 설계사조직과의 마찰등도 큰 변수로 자리잡고 있다.

아무튼 우리나라 금융산업의 구조적 특성과 이와 연관된 업종간 이해관계의 첨예한 대립으로 아직은 방카슈랑스가 모양새만 갖춘 일종의 ‘패션’수준에 그치고 있을뿐 앞으로의 진행방향조차 예측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이양우 기자 sun@k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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