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안충영 중앙대교수를 비롯 김성기 변호사, 이수영 동양화학회장, 강성원 안건회계법인대표, 조봉연 오리엔스캐피털 사장, 지동현 금융연구원 선임위원등 6명의 비상임이사들은 최근 잇달아 회동을 갖고 지난 1년간의 이사회 운영 결과를 반성하고 이를 토대로 개선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같은 조흥은행 비상임이사들의 움직임은 특히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 재경부, 금감원등 금융당국과 사전 협의 없이 자율적으로 진행되고 있어 어떤 결론을 도출할 지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해 비상임이사들을 대표해 지동현박사를 은행 경영에 직접 참여시키는 ‘실험’을 하기도 했던 조흥은행 비상임이사들은 이번에는 스스로에 대한 중간평가를 통해 자체적인 물갈이를 단행하고 은행장등 경영진에 대해 스톡옵션을 부여하는가 하면 비상임이사들이 받는 보수로 조흥은행 주식을 사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이사회의장과 은행장이 분리된 데서 야기되는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고, 해외 DR 및 외화 후순위채 발행을 계기로 외국인 비상임이사를 영입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조흥은행 비상임 이사들은 임기가 3년으로, 2002년 2월까지 자리가 보장되지만 임기와 관계없이 일괄 사표를 내고 재신임을 받거나 일부를 교체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한 관계자는 “노력은 했지만 대우사태 등으로 적자를 기록하는 등 지난해 경영성과가 좋지 않았고, 스스로 생각해 봐 은행 비상임이사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판단이 서면 물러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비상임이사들이 일괄 사표를 내는 문제를 고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임기만료로 모든 비상임이사들이 물러날 경우 경영의 영속성에 문제가 생기는 만큼 임기와 관계없이 매년 2명정도씩 교체하고 가능한 경영경험이 있는 사람들을 참여토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을 하고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 경우에도 현실적으로 복잡한 문제들이 적지않아 고민이 많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조흥은행의 최대 주주는 예금보험공사로 91%의 지분을 갖고 있는데 예보나 재경부가 나서 물갈이를 할 수도 없고 실제로 대주주인 예보나 정부는 이에 대해 아무런 언질이 없다.
조흥은행 이상임이사들 스스로도 이사회제 운영에 대한 개선은 자율적으로 이루어져야지 대주주라해서 정부가 개입하면 자율경영이 흔들리게 된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결국 비상임이사들 스스로 물러날 사람을 선별하고 새 인물을 찾아야 하는데 간단한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조흥은행 비상임이사들은 6명 전원의 컨센서스를 토대로 오는 29일 예정된 정례 이사회때 까지는 결론을 내겠다는 방침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조흥은행 비상임이사들은 은행장등 은행 경영진이 좀더 책임의식을 갖고 경영에 전념하고 아울러 은행의 경영성과가 호전될 경우 곧바로 경영진들이 과실을 거둘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은행장 및 사업본부장들을 대상으로 올해부터 스톡옵션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내년부터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비상임이사들 스스로에 대해서도 스톡옵션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비상임이사들은 이에 앞서 올해는 자신들이 받는 연 3000만원의 보수중 세금을 뺀 1800만원에 대해서는 전액 조흥은행 주식매입에 투자해 은행의 경영성과와 자신들의 이해가 일치되도록 하는 방안까지 검토중이다.
이밖에도 조흥은행 비상임이사들은 은행장과 이사회의장이 분리되면서 야기되고 있는 문제점에 대해서도 개선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해 비상임이사 중심의 이사회 제도를 도입하면서 금융당국은 비상임이사회가 은행장 등 집행부를 견제할 수 있도록 의장과 행장을 분리시켰지만 지난 1년간 운영 결과 은행장의 리더십이 손상받고 은행경영에 혼선을 빚는 등 적지않은 문제점이 드러남에 따라 은행장이 이사회 의장을 겸하거나 아니면 공동 의장제를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을 하기에 이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은행장이 이사회의장을 겸하는 것에 대해서는 금융당국 내에서 일부 부정적 시각이 만만찮은 현실이어서 어떤 결론을 도출할지 결과가 주목된다.
한편 금융연구원은 은행 비상임이사, 종합기획부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오는 23일 이사회제도 개선에 대한 2차 워크샵을 계획하고 있고 외환 한빛 등 다른 시중은행들도 이사회제 개편에 대해 다각도로 검토중이어서 오는 3월 주총때까지 이 문제는 은행권의 주요 관심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박종면 기자 myun@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