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장은출신들이 새로 자리를 잡은 직장은 수십 곳에 달한다. 그중 우연히, 또는 먼저 간 사람들의 소개로 여러명이 몰려있는 곳도 있다. 주택은행으로 옮겼다가 결국 한꺼번에 다시 이동한 한국기술투자가 그렇고, 산업은행의 여신부문 BPR을 맡아 장은 인력을 적극 뽑은 ‘하이콤데이타시스템’도 대표적인 사례. 삼성증권의 사이버 마케팅팀도 장은출신들이 주력이다. 이밖에 장은 노조 간부 출신들이 나가서 세운 윈즈컨설팅등을 비롯해 국내외 컨설팅 회사로도 많이들 나갔다. 금감원에도 장은 출신이 여럿 있으며, 마이더스 에셋등 펀드에서 새로운 일을 하는 사람도 있다.
국민은행은 시름이 깊다. 그저 나갈사람 나가도록 두는 방법밖에는 없지만, 조직 분위기를 해하는 요인이 된다. 합병을 통한 ‘시너지 효과’ 역시 인적 자원의 유기적인 결합이 전제되지 않으면 기대하기 어렵고, 연이은 직원들의 퇴직 자체에서 오는 부정적인 이미지도 꺼림직하다. 국민은행의 한 임원은 “기업문화의 차이, 상실감등을 이해하지만, 너무 성급한 것 같아 안타깝다”면서도 “뚜렷한 대책을 세우기 어려운 문제”라며 난감해 했다.
실제로 장은 출신의 젊은 직원들이 국민은행을 떠나는 데는 여러가지 복합적인 요인들이 맞물려 있다. 그들이 가장 자주 토로하는 갈등은 ‘조직에 적응을 못하겠다’는 말로 요약된다. 과거의 직장과는 일하는 분위기가 너무 다르다는 것이다. 그들의 지적은 주로 부정적인 단면에 집중돼있지만, 걸러서 보면 정서도 다르고 인정받는 방식이 다르며, 직급에 따른 역할도 과거와는 판이해 스트레스를 견디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들에게 ‘갈 곳’이 생긴다는 점이다. 경력좋고, 학벌좋고 비교적 이미지도 좋기 때문에 장은출신 인재들을 선호하는 회사가 많다. 이들이 끊임없이 새로운 직장을 찾아 헤매는 동안 국민은행은 생각보다 훨씬 오래, 또 비싼 ‘합병 비용’을 지불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성화용 기자 shy@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