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채권시장은 공황에 가까웠다. 상반기 경기부양을 위한 정부의 강력한 금리안정책으로 사상 최저의 금리수준을 보이며 다소 안정된 모습을 보였던 채권시장은 후반기들어 대우사태로 극심한 침체를 보였다.
최대 매수세력인 투신권이 대량환매에 시달리면서 최대 매도세력으로 돌아섰고 금융시장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매수세력이 자취를 감춰 거래자체가 이뤄지지 못하는 상태가 지속됐다. 정부가 채권안정기금을 동원하면서 금리를 9%대에 묶어 놓기는 했으나 금리상승 가능성에 대한 우려로 위축된 투자심리는 호전되지 않았다.
올해 채권시장은 이같은 침체상황이 당분간 지속되면서 금리 또한 완만한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상황이나 금융환경을 감안할 때 수급이 급격히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대우사태로 대량환매를 겪었던 투신권에 자금이 재유입되기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감원과 업계가 대우채권펀드를 주식형등으로 전환을 유도하고 있지만 2월8일 환매비율 95%확대를 앞두고 대량환매로 인한 다소간의 혼란이 예상되는데다 7월 채권 시가평가가 실시되면 또 한번의 혼란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지난해 투신권으로부터 이탈된 자금이 재유입되기 위해서는 이같은 일정이 무리없이 마무리돼야 하며 설사 시가평가펀드로의 자금유입이 이뤄진다해도 제한된 수준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2월 대우채 환매비율 확대로 공사채형에서의 자금 이탈은 불가피하지만 이에 대비한 유동성 확보와 지원, 시중금리 안정을 위한 채권기금의 활동등으로 급격한 유동성 위기가 초래될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기업 자금수요 확대
이에비해 채권발행 물량은 지난해보다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실업문제 해결 및 금융기관 구조조정 지원, 재정적자 보전등을 위해 국채발행 증가가 불가피하고 경기호조로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점차 활성화 되면서 기업들의 자금수요도 점차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지난 10월 발표한 2천년 국채발행 계획에서 국고채 발행규모를 지난해 24조5천억원에서 4조3천억원 정도가 증가한 28조8천억원으로 확정했다. 기업의 경우 주식시장에서의 자금조달 의존도가 증가하고 있지만 산업은행의 조사에 따르면 제조업의 경우 지난해에 비해 회사채 발행을 두배가량 늘려 잡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기업들은 지난해 28조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경제운영면에서도 2천년에는 물가불안 우려, 유통속도 상승등의 영향으로 신축적인 통화운용을 이어가기가 어려울 전망이다.
LG투자증권은 2천년 금리전망 보고서에서 “경제성장률 7%, 물가상승률 3.2%로 예상돼 펀드멘탈 측면에서 금리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지적했다.
한화경제연구소도 “금융시장 불안에 따른 선제적인 통화관리 어려움, 통안증권 발행급증에 따른 발행잔액 증가와 이자부담 증가등으로 통화관리 여건이 크게 개선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2천년중 3년만기 회사채 금리는 지난해보다 다소 높은 수준인 9.5~10.5%정도에서 형성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3년만기 국고채의 경우 9%대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콜금리의 경우 4%대 후반에서 5%초반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채권시가평가등 투신권 및 금융권의 구조조정이 완료되는 하반기부터는 금리전망이 다소 차이를 보이고 있다.
◆ 후반기 금리전망 다소 엇갈려
대우증권 손규현 애널리스트는 “2천년에는 경제펀드멘탈에 의한 상승압력과 수급불안이 지속되면서 회사채 수익률이 10%대에서 지속적으로 상승압력을 받을 것”이라며 “그러나 채권시가평가제의 점진적인 적응과 투신권 구조조정후 금융시장 안정으로 4/4분기에는 소폭이나마 금리가 하락세로 반전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LG투자증권 김한국 애널리스트도 “상반기에는 정부의 강력한 금리안정 의지로 채권수익률이 급등하는 상황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나 금융불안과 정부의 신축적인 통화관리 기조 후퇴에 대한 우려로 채권수급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워 채권수익률 상승이 불가피할 전망”이라며 “그러나 하반기 이후에는 금융불안이 점차 해소되고 수출호조에 따른 해외 유동성 유입등으로 금융기관의 채권매수 여력이 확대될 것으로 보여 채권수익률의 하향안정세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에비해 한화경제연구소는 지속적인 금리상승으로 회사채 수익률이 최고 11.5%까지의 상승을 점치고 있다.
한화경제연구소의 분기별 금리전망에 따르면 1/4분기에는 시중단기유동성은 풍부하게 유지되는 반면 대우문제 및 투신권의 구조조정 가능성등 금융불안 요인들로 인해 채권시장 마비현상이 지속되며 회사채 수익률은 9.5~10.5%수준을 나타낼 전망이다.
2/4분기에는 금융불안 요인들이 일단락되지만 채권시가평가 실시에 따른 영향이 선반영되고 총선이후 정부의 인위적인 금리인하 의지가 후퇴하면서 회사채 금리는 10 ~11%가 예상된다.
3/4분기의 경우 금융불안이 해소되지만 해외부문의 유동성 공급규모가 감소하고 기업들의 자금조달 증가, 통화관리의 긴축기조 전환등으로 회사채금리는10 ~11.5% 수준이 예상된다.
4/4분기들어서는 금융시장 안정세가 회복되며 채권공급물량이 증가하고 향후 금리수준에 대한 예상이 선반영되면서 회사채수익률은 10.2~11.5%수준까지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박호식 기자 hos@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