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시장을 받쳐줄 매수세력이 없다. 정부가 은행등 일부 금융기관들을 내세워 안정기금을 마련했지만 시장참여자 어느 누구도 안정기금이 시장을 받쳐줄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
채권시장 실종은 최대 채권 수요자인 투신권의 침체와 직결된다. 투신권은 대우그룹 자금문제가 공식화되면서 공사채형펀드의 대량환매로 채권을 팔기만 하고 있다. 7월30일 2백조원에 달하던 공사채형펀드 규모가 1백30조원대로 줄어들었다.
이런 가운데 투신권은 올해 채권시가평가라는 큰 벽을 넘어야 한다. 그동안은 장부가로 평가해 수익증권을 환매해 줬으나 시가평가가 도입되면 시장가격으로 평가해 돌려준다.
현재 투신사 공사채형펀드 대부분이 부실채권과 채권평가손으로 인해 장부가보다 수익률이 낮은 점을 감안하면 투신사들이 또다시 대량 환매사태에 시달리고 이에 따라 금융시장 혼란과 투신사 구조조정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금감원도 이같은 상황을 인식하고 있지만 IMF와 합의사항이고 시가평가를 늦출 경우 투신업계의 구조적인 문제해결이 요원하다는 이유를 들어 일정연기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금감원은 이에 따라 비시가평가펀드에 대해 지난 8월말현재로 펀드규모를 제한, 자금유입을 금지시켰다. 비시가평가펀드를 서서히 고사시켜 시가평가 충격을 줄이겠다는 의도다.
박호식 기자 hos@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