本紙는 이같은 궁금증에 대한 해답을 찾고자 뉴욕, 런던, 홍콩등 ‘세계 3대 금융포스트’를 중심으로 현지 주요 금융기관 및 당국의 새천년 맞이 움직임, 2천년대의 새로운 변화상, 해외에서 바라보는 국내 금융시장의 모습 등을 현지진출 주재원들의 눈과 귀, 입을 빌어 소개하는 신년특집을 마련했다. 이번 특집에는 조흥은행 문병수 뉴욕지점장, 외환은행 황인천 런던지점장, 한빛은행 노창용 홍콩지점장이 생생하고 현장감 있는 현지 소식을 전해왔다.<편집자 주>
황 인 천 지점장
주 요 경 력
1969. 1 외환은행 입행
1986. 10 환은 호주금융회사 전무이사
1997. 1 외환은행 압구정동지점장
1998. 8 외환은행 런던지점장
1998. 12 在英 경제인협회장
영국의 새 천년은 ‘밀레니엄 돔’<사진>이라는 상징 구조물에서 시작됐다. 지난 94년 설립된 밀레니엄 위원회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밀레니엄 돔에서 구랍 31일 저녁 10시부터 2천년 새벽까지 새로운 천년을 맞이하는 각종 행사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새로운 천년을 맞이하는 영국은 다른 나라보다 특별한 감회를 갖고 있는 듯 하다. 인터넷 혁명으로 대변되는 새로운 경제 질서를 선도함으로써 18세기 산업혁명의 주역으로서 세계를 제패했던 영화를 다시 한번 부활시키고자 하는 열망에 가득 차 있는 모습이다.
1평방킬로미터의 작은 금융 공화국 씨티 오브 런던(뱅크 오브 잉글랜드를 중심으로 하는 금융중심지)이 새로운 세기에도 그 역할과 지위를 감당해 나갈 수 있을 것인가라는 화두는 영국뿐 아니라 뉴욕, 동경 등 세계 주요 금융시장의 주요한 관심사가 되고있다.
무엇보다 지난해 1월 유럽 경제통합 3단계의 일환인 유로화 출범에 영국이 동참하지 않음으로써 씨티의 역할이 유럽중앙은행이 자리잡고 있는 프랑크푸르트로 옮겨가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컸던 게 사실이고 보면 21세기에도 런던이 세계 금융시장의 중심으로 계속 발전할 것인가는 금융업 종사자들에게 관심거리가 아닐 수 없다.
유럽에서 유로화를 매개로 한 경제통합이 성공할 경우 세계는 미국 달러화와 유로화가 세계 시장의 기축통화로 역할 하면서 세계 경제에 대한 지배력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시아 국가중 일본 또는 중국의 경제력이 미국이나 유럽에 대항할 정도로 커질 수 있다면 지역적 이유에서라도 엔화나 위엔화 또한 일정 부분 기축 통화의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새 천년을 맞은 올해 영국의 주요 은행들은 세계 금융시장의 흐름인 규모의 대형화, 가치 창조 중심의 경영목표 설정, 인터넷 뱅킹으로 대변되는 금융시장의 혁신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는 것을 기본 전략으로 설정하고 있다.
특히 HSBC 금융그룹은 주주가치 극대화라는 최고의 경영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최고의 고객 서비스, 경영의 효율화, 충분한 자본금과 유동성 확보, 신중한 대출 정책 견지, 비용 절감 등의 경영 전략을 세워 시행하고 있다.
아울러 HSBC 금융 그룹이 강점을 갖고 있는 아시아 지역뿐만 아니라 프라이빗 뱅킹 분야의 강자인 미국의 리퍼블릭 내셔널 뱅크 인수 등을 통해 규모의 대형화, 서비스의 다양화 등을 꾀하면서 세계 금융시장에서 선도 그룹의 위치를 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HSBC, 버클레이, 내셔널 웨스트민스터 은행과 함께 영국의 4대 주요 시중은행 중 하나인 로이드 TSB 은행은 HSBC금융 그룹에 비해 상대적으로 국내 소매금융 시장에 치중하면서 비용절감 노력을 통한 수익경영 중시 경영전략에 힘입어 영국은행 최대의 시가 총액을 자랑하면서 최근 파이낸셜 타임즈가 발표한 존경할만한 세계 1백대 기업에 영국 은행 중에서는 유일하게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로이드 은행도 올해 생명보험 회사인 스코티쉬 윈도우를 인수함으로써 업무 영역의 다각화를 통한 성장 전략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스코틀랜드에 기반을 두고 있는 뱅크 오브 스코틀랜드와 로얄 뱅크 오브 스코틀랜드가 영국 3위의 내셔널 웨스트민스터은행 인수를 시도하고 있는 등 금융시장의 통합화 추세를 감안한다면 앞으로 국제 규모의 대형화 작업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IMF이후 심각한 어려움에 직면했던 한국 경제는 지난해 경기의 가파른 회복세에 힘입어 어느 정도 안정된 것으로 평가받고 있으나 아직 가야할 길은 멀고도 험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 터진 대우그룹 문제가 해외 채권은행들의 비협조 때문에 선뜻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점이 국내 금융시장, 나아가 전체 경제에 부담이 되고있다.
다만 주식 시장과 외환시장이 안정을 되찾고 있어 거시 경제 측면에서는 적어도 IMF 구제금융 이전 수준으로 회복된 것 아닌가 하는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금융시장이 안정을 되찾고 성장 추세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우선 가치를 창출하지 못하는 부문에 대한 과감한 정리와 함께 첨단 정보통신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금융시장 질서 구축에 힘을 모아야 겠다.
또 금융시장이 효율적으로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각종 제도가 선진화, 개방화 돼야 하며 이와 함께 하루가 다르게 변모하고 있는 시장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금융시장을 지탱하고 있는 구성원 각자의 지적 능력, 창의력이 고양돼야 할 것이다.
특히 IMF 구제금융을 받으면서 뼈저리게 느꼈던 위험관리 체제를 개발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국내 금융시장이 안정을 넘어 한단계 도약할 수 있는 중요한 발판이 될 것으로 보고있다.
런던에 진출해 있는 국내 은행들은 진출 은행의 수만 보아서는 IMF 구제금융 이전에 비해 큰 변화가 없다. IMF 한파로 사무소를 포함해 3개 은행이 폐쇄 또는 철수했으며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이 한빛은행으로 통합된 정도이기 때문에 현재 런던에 진출해 있는 국내 은행은 외환은행을 비롯 11개에 달하고 있다.
세계 최대의 금융시장인 런던에 진출해 있는 국내 금융기관들은 2천년 새해부터는 현지에서의 영업기반 확충과 수익성 기반 강화를 주된 영업전략으로 추진하려고 한다.
국내 경제가 안정궤도에 진입하면서 현지 진출 국내기업을 대상으로 한 금융제공, 수출입 업무 등 영업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다. 현지에서의 영업기반 확충을 위한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을 계획이다.
국내와 연계된 현지 기업 영업활동의 경우 현지 다른 외국은행보다 국내의 영업망을 이용해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강점을 최대한 활용함으로써 현지에서의 생존력을 키워나가야겠다.
각종 위험관리체제를 현지 은행 수준에 맞도록 본점과 유기적인 협조아래 새롭게 정비해 나가고 인력 자원에 대한 적극적 투자 및 인력의 현지화를 과감히 진행시켜 나감으로써 안정적 영업기반을 다지는데도 노력할 것이다.
지금 런던 금융시장에 진출해 있는 국내 은행들은 과거 2~3년간의 악몽을 빨리 떨쳐버리고 새로운 세기에 새로운 역사를 창조해나가는 첨병으로서 그 역할을 다하기 위해 다시 한번 각오를 다지고 있다.
관리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