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말에 슬그머니 벤처캐피털협회 정회원으로 가입했던 한국종합기술금융(KTB)과 개발투자금융이 이번에는 가입한 지 한 달도 채 안돼 협회 임원진 자리를 요구하고 나섰다.
현재 벤처캐피털협회의 임원진은 총 20명이며 결원이 생겨 두 명 정도의 T/O가 난 상태.
이에 따라 벤처캐피털업계 사장단들은 비상이 걸렸다. 신기술금융사들에게 단순히 정회원 자리를 주는 것에도 비상회의를 소집해 어렵게 결정했던 탓도 있지만 협회의 임원진 자리를 내주는 것은 본토의 ‘아랫목’을 거져 주는 것과 마찬가지기 때문.
벤처캐피털 임원진들은 부랴부랴 긴급회의를 열어 내년 2월에 열리는 정기총회에서 최종 가입을 결정하겠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3개월 동안의 시간을 벌자는 복안이다.
이와 관련 업계 내의 의견도 갈라지고 있다. 일부는 신기술금융 회사로 덩치가 큰 두 곳의 벤처투자 노하우를 습득할 수 있고 오랫동안 금융계에 몸담아온 연륜을 배우자는 차원에서 임원진에 포함을 시켜도 무방하다는 입장이다. 물론 회비의 규모가 늘어난다는 경제적인 이유도 작용했지만 대승적인 차원에서 신기술금융사들을 아우르자는 계산이다.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업계의 한 사장은 “평회원으로 가입한 지 두 달도 안된 신기술금융회사를 덩치가 크다는 이유만으로 임원진 자리를 준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잘라 말한다. 與專협회와 벤처캐피털협회에 기형적으로 ‘양다리’를 걸치고 있는 모양새 자체가 불만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결국 벤처캐피털협회와 업계는 차선책을 들고 나왔다. 두 명의 T/O 중 한 자리만 신기술금융회사에 준다는 것. 갈라지고 있는 양쪽의 입장을 동시에 만족시키자는 얘기다.
현재로서는 개발투자금융보다는 KTB쪽이 유리해 보인다. 해외마켓에서의 지명도는 물론 자산운용社, 컨설팅社, 구조조정전문회사등 다양한 업종을 영위하고 있어 벤처캐피털업계 입장에서 보면 이용가치가 더 높기 때문이다.
금감원과 중기청등 감독당국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신기술금융사업 관련법이 사실상 사문화 됐다는 주장이 팽배해 진데다 산은캐피탈이 금명간 벤처캐피털협회에 정회원으로 가입하겠다는 입장을 직간접적으로 전달해 온 상태다.
기보캐피탈도 산은캐피탈과 같은 행보를 하겠다는 내부적인 방침을 협회와 업계에 공공연히 알려왔던 점을 감안하면 신기술금융 ‘원로’격인 4개사 모두가 벤처캐피털 주력으로 사실상 전환하기 때문이다.
신익수 기자 soo@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