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모든 신디케이티드 론 약정서에는 상계, 반대청구 등의 방법으로 일부 대주가 회수한 금액도 분배대상이 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국내 은행들중 일부가 자행에 예치된 자금으로 론 일부를 상계 처리한 후 이를 다른 대주들에게 분배하지 않으려고 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 96년 산업, 한빛, 국민, 기업은행 등이 신디케이티드 론으로 삼양종금 홍콩지점에 2천1백만달러를 빌려줬고 삼양종금이 파산된 후 기업은행이 자행에 예치된 예금 5백10만달러와 상계 처리했다.
이후 나머지 대주들이 ‘대주간 분배조항’을 들어 이 자금의 배분를 요구했으나 협상이 타결되지 않아 결국 법정분쟁으로까지 이어졌다.
지난달 내려진 서울지방법원의 판결은 기업은행의 패소. 기업은행은 대주들에게 분배금은 물론 상계일에서 판결일까지 연 6%, 판결일부터 지급일까지는 연 2백50%의 이율을 적용, 이자도 함께 지급하도록 했다.
이같은 판결이 내려지자 지난 96년 경남종금에 5개 은행이 신디케이티드 론으로 빌려준 2천5백만달러 중 1백만달러를 상계한 한 시중은행 홍콩지점은 다른 대주측과의 협상을 통해 지난달 상계금액을 배분했다.
이 과정에서 산업은행은 시중은행이 담당하던 주간사 업무를 이관 받아 협상을 성공시키는 등 ‘대주간 분배’와 관련된 분쟁의 협상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서울은행이 상계 처리한 70만달러에 대해서는 여전히 결론이 나지 않고 있는 것. 산업은행 관계자는 “엄연한 국제금융 약정을 무시하는 것은 모럴헤저드로 밖에 볼 수 없지 않냐”는 지적이다.
또 앞으로도 이와 유사한 ‘대주간 분배’ 문제가 잇따를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럴 때 마다 법원의 판결을 기다려야 하는 것은 낭비라는 지적.
반면 서울은행은 “차주가 파산한 이후 주간사로서 어떤 책임도 지지 않은 은행이 회수자금의 분배에서만 ‘국제금융 약정’을 거론하는 것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
주간사가 해야 하는 채권신고를 개별 은행에 맡긴 것 자체가 권한과 의무를 모두 포기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박태준 기자 june@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