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큰 문제는 역시 시장흐름의 왜곡. 수급상황은 분명히 달러공급이 압도적으로 많은데 당국은 지나치게 원화방어만을 의식, ‘일정레벨’을 고집하면서 국책은행들을 동원한 물량회수와 끊임없는 ‘구두개입’으로 일관해 결과적으로 환율방어도 못하고, 시장참가자들로부터 불신을 사는 결과만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환율하락 압력에 거세게 시달렸던 지난주 원달러시장이 대표적인 예.
당국의 ‘뻔한 개입패턴’을 잘 알고 있는 해외투기세력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공세적인 입장을 취해 결과적으로 많은 이득을 취한 반면 상당수 국내은행들은 거듭된 ‘스탑로스’로 적지 않은 손실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주 S&P의 신용등급 상향 정보가 해외에 먼저 누출되면서 해외투기꾼들에게 놀아났다는 의혹이 일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시장참가자들은 모두가 셀러(Seller)였고, 유일한 바이어(Buyer)는 외환당국과 개입에 동원된 국책은행 및 공기업들이었다”며 “시장에서 수긍할만한 적절한 수요창출 없이 어느 한 레벨에서 신빙성 없는 ‘구두개입’만으로 시장을 컨트롤하려고 한다면 지난 97년 외환위기 때의 상황을 벌써 잊었다는 결과밖에 안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다른 시중은행 딜러도 “당국의 개입레벨에 대해 이제는 큰 두려움이나 기대를 하지 않으면서도, 어떤 형식으로든 강력한 개입의지를 밝히면 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게 국내은행들의 입장”이라며 “지난주에도 거의 5원단위로 개입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숏을 냈던 은행들은 상당규모의 손실을 봤을 것”이라고 밝혔다.
거듭된 개입으로 시장이 이미 자정능력을 상실한 상황에서 불과 며칠사이에 수억달러가 국내에 공급되는데도 자율적 매수나 매도세력을 무시하고 경직된 시장운영 방식을 고집하다 보니, 어느 한 순간이 무너지면 겉잡을 수 없는 혼란이 초래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시장관계자들은 단기적 급등락 장세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무조건적인 개입보다는 보다 면밀한 수급상황 파악을 통해 적절한 개입패턴을 유지하면서 ‘운용의 미’를 살릴 수 있는 묘안을 찾아야 한다는 중론이다.
이진우 기자 rain@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