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입행 후 요직을 두루 거쳐 86년 임원으로 승진한 뒤 은행감독원 부원장과 한은 부총재를 지낸 후 금융결제원으로 자리를 옮겼던 신 행장은 금융산업 구조조정이 시작될 무렵인 97년 8월 서울은행의 경영을 맡았다. 누구와도 격의 없이 대화를 나눌 정도로 대인관계가 원만하며 특히 부하 직원들의 사생활까지 챙기는 의리파로 금융계에서 신망이 두터워 서울은행 경영정상화를 이끌 적임자로 평가됐기 때문.
서울은행을 정상 궤도에 올려놓기 위해 신 행장은 온갖 노력을 기울였지만 HSBC와의 매각협상이 지연되면서 은행 경영은 정상을 회복하지 못했다. 신 행장은 취임사에서 “경영상황은 호전되지 않고 존폐의 위기는 계속돼 왔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경영전략을 시도해 볼 틈도 없이 하루하루 살아남기에 급급했다”고 고백했다. 또 그는 “행장이 사표를 냄으로써 전직원이 은행 경영 정상화에 매진하도록 독려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신행장의 사임으로 금융계 안팎에서는 서울은행의 경영공백을 우려하고 있다. 신억현 전무를 대행으로 구성된 비상경영체제가 얼마나 추진력을 발휘하느냐가 과제로 남겨져 있다.
이와 관련 서울은행 노사는 지난 1일 ‘한마음·새출발 노사공동선언’을 발표했다. 향후 비상경영체제하에서 조속한 경영정상화를 위해 노사가 혼신의 노력을 경주할 것임을 다짐하기 위한 것. 공동선언에서 노사는 “ 비상경영체제하에서 임직원 모두가 기득권을 포기하고 행력을 결집시켜 은행 정상화를 조기에 완수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와 함께 노사 공동 결의 내용에 대한 실천 의지를 굳히기 위해 전 임직원은 사직원을 제출 했다.
박태준 기자 june@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