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은행권의 전환외채 조기상환이 바람직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단순히 코스트가 높은 자금을 미리 갚는다는 차원으로 보면 타당성이 있지만, 앞으로의 起債환경 변화, 외화유동성 관리 문제등을 감안하면 보다 신중해질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우선 올해 연말이 변수로 남아있다. 우리나라 은행들에 비해 해외 금융기관들은 ‘Y2k’문제를 매우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 이미 일본계 은행들은 연말 연초를 넘기는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뉴욕시장을 헤집고 다녀, 때 아니게 ‘저팬 프리미엄’이 올라가고 있다는 소식이다. 전문가들은 해외투자자들의 투자활동이 예년에 비해 보름 이상 빨리 종결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상당수 인베스트먼트 뱅크 실무자들은 가급적 12월이 되기 전에 업무를 끝내려는 자세다. ‘Y2k’대책을 완벽하게 세우고 있다고들 하지만, 언제 어느곳에서 사소한 문제라도 발생할지 모르며, 그렇게 문제가 터져나오면 세계 금융시장 전체가 통째로 마비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지우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Y2k’는 여전히 ‘불확실성’으로 남아있으며, 이로인해 야기될지도 모르는 만약의 사태를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것. 국내은행들이 외화유동성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이머징 마켓의 불안요인들에 대해서도 보다 진지하게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당장 우리나라만 해도 대우사태로 인한 충격이 조기에 수습될 것 같지는 않다. 해외투자자들 가운데는 내년 상반기는 지나야 안정을 찾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기아그룹 처리의 전례와 대우그룹의 부채규모, 투신등 금융기관의 구조조정 가능성등을 염두에 두면, ‘상황 종료’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것. 南美쪽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하반기 들어 이머징마켓物 가격이 속락세를 보인 것도 이 지역의 경제불안, 금융위기에 기인한 바 크가는 분석. 최근까지도 남미 경제는 개선의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으며, 국제금융시장 경색의 현실적인 요인으로 자리잡고 있다.
결국 연말까지 기채시장은 불확실성으로 가득차있다. 낙관할만한 요인을 찾기가 쉽지않다. 물론 우리나라에 대한 무디스의 신용등급 상향조정등 호재도 일부 있다. 전환외채 조기상환 기일이 지나면 아무래도 한국물 스프레드가 좁혀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종합적으로 볼 때 당분간 시장을 면밀히 주시해야하며, 조심스럽고 치밀한 유동성 관리 대책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더욱이 이번 조기상환은 급할게 없는 문제다. 이번 기회가 지난다고 몇 년 후에나 갚을 기회가 오는 것도 아니고, 내년 4월이면 다시 상환시점이 돌아온다. 지나치게 서둘러서 리스크를 감수하기보다는 보수적으로 판단해야할 시점이라는 것.
조기상환 재원이 충분한 곳은 산업, 수출입은행등 소수의 국책은행뿐이다. 콜옵션을 행사하면서 마치 만기가 된 것처럼 상환에 혈안이 돼있는 몇몇 시중은행들의 선택이 과연 합리적인 것인지 되짚어 볼 시점이다.
성화용 기자 yong@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