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구조조정’ 이라는 큰 틀을 통해 비쳐지는 지방은행의 모습은 사뭇 특이하고 이를 바라보는 지방은행의 시각도 독특하다.
우선 2차 구조조정에 대한 지방은행의 반응은 “이제는 불이 나더라도 강 건너 일일 것”이라는 정도다. 이를 설명하기 위한 지방은행의 1차원적 접근은 향후 지역은행으로의 독자생존 기반이 구축되고 지역 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 은행 내부적으로 대규모 직원 감축과 무수익 점포 및 자회사가 정리돼 약 1조5천억원에 달하는 비용이 절감, 경영 개선 효과가 두드러진다는 분석도 제시됐다.
이와 함께 대부분의 지방은행이 상반기 일정 규모의 자본확충을 성사시킨 것도 자신감을 뒷받침 하는 한 대목. 적어도 지역은행이 갖춰야 하는 ‘필요조건’은 충족시킨 것 아니냐는 자신감이다.
은행 2차 구조조정의 계기가 될 것으로 지목되는 ‘미래 현금 흐름에 기초한 대손충당금 적립’에 대해서도 지방은행은 큰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간 충당금 적립은 충분히 적립됐고 추가적인 대손 충당금이 경영에 악요인이 될 만큼 대출자산 규모도 크지 않기 때문이다.
상반기 결산실적에서 모든 지방은행이 흑자로 전환됐고 대구, 부산 등 일부 은행은 1천2백억원 안팎의 흑자를 기록하면서 지방은행의 자신감은 더욱 고조돼 있다. ‘작지만 강한 은행’, ‘지역기반이 탄탄한 우량 은행’으로의 기치가 점점 더 현실화되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계량적인 지표는 ‘보다 현실적일 수 있는’ 2차 구조조정과 지방은행이 무관함을 설명하는데 한계가 있고 그렇다는 사실을 지방은행 관계자들 역시 잘 알고 있다.
금융산업의 2차 구조조정이 지방은행을 비켜갈 것이라는 ‘기대’는 오히려 지방은행이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기에 가능한 것으로 보는 것이 옳다. 1차 구조조정 때와는 달리 만일 2차 구조조정이 시작된다면 이는 ‘톱 클래스’간의 합병 등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고 이런 와중에서 지방은행은 여느때 처럼 금융당국의 시야에서 벗어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2차 구조조정과 관련, 지방은행이 독특한 위치에 놓여 있음은 이들의 지역적 특성에서도 찾을 수 있다. 6개의 지역은행이 퇴출 또는 합병되면서 부산, 경남은행을 제외한 4개 은행은 각 도에 하나씩만 남았다. 경남에 부산과 경남은행이 남아있지만 상당수 종금과 동남은행의 퇴출로 이 은행의 영업범위는 더욱 확대됐다.
각 도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지역은행을 극도의 민심 이반을 감수하면서까지 실행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지방은행의 묘한 자신감으로 자리 잡은 셈이다. 실제로 시장 논리에 의한 은행간 ‘서바이벌 게임’이 시작될지라도 위기상황에서는 지방은행에 대한 정책적 혹은 정치적 지원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다양한 합병 조합을 경험한 금융계의 시각은 이와 다르다. 비롯 정책의 후순위로 밀릴지언정 마땅한 대안이 없다면 ‘외부 압박’에 의한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의 통합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우리 금융계는 1차 구조조정의 마무리 단계에서 금융당국 및 대형시중은행이 조흥+충북+강원은행의 3자 합병 조합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음을 지켜봤다. 대안이 찾아지지 않으며 충청권 처럼 지역은행 하나 남기지 못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같은 ‘자신’과 ‘우려’가 교차하는 상황에서 지방은행은 최근 지역특화에 주력하고 있다. 지방은행은 무엇보다 해당 지역의 점유율을 높여야 특화은행으로서의 위치를 고수할 수 있기 때문. 하지만 20여년간 계속돼온 지방은행의 특화전략은 언제나 제자리 걸음을 해왔다. 열심히 노력했지만 해당 시도에서의 점유율은 20~30%대를 넘지 못하고 있다. 지역특화를 이룰만한 인프라가 구축돼 있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2차 구조조정의 파고를 헤쳐간다 해도 지방은행은 ‘근근히 먹고살 정도’의 신용금고 수준으로 안주할 밖에 없을 것이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앞으로 영원한 ‘정책의 사각 지대’에서 안주하느냐, 새로운 선택을 하느냐의 기로에 지방은행이 서게 될 수도 있다.
박태준 기자 june@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