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금융계에 따르면 최근 뒤늦게 원화 ABS 발행 시장에 뛰어든 신한은행 등이 다른 은행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않는 5bp 안팎의 트러스티 수수료를 제시하며 마케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트러스티는 원래 공모사채 발행시 자산관리자와 위탁계약을 맺은 후 자산관리자의 신용도가 크게 떨어졌을 때 총회 소집을 대행하거나 원리금 상환의 진행 경과를 보고하는 대리인이다. 이처럼 고유의 업무만을 대행할 경우 이에 따른 수수료는 미미하지만 국내 ABS 발행시 트러스티의 업무 범위는 확대되 5bp 정도의 수수료로는 수지를 맞출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국내의 경우 자산관리자의 신용도가 낮아 신용도가 높은 은행들이 이를 보완하기 위한 차원에서 트러스티를 맡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때 투자자 보호를 위한 신용보강 차원에서 유동성 지원을 하거나 세무조정 신고 등 각종 업무를 대행하게 된다. 은행 관계자들은 이에 따라 기본적인 역할만 하더라도 유동화자산이 2천억원 안팎될 경우 적정한 수수료는 10bp 이상이어야 한다는 중론이다.
특히 채권의 상품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수수료를 올리더라도 트러스티의 역할을 더욱 확대시킬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신용평가사의 한 관계자는 “ABS 발행을 추진 중인 국내 기관의 신용등급이 높지 못한 상황임을 감안하며 트러스티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이럴 경우 20bp 내외의 수수료도 상품성이 높아지는 점을 고려하면 높은 수준이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문제점을 지적되는 것은 최근 ABS 시장에 진입한 일부 은행들이 트러스티 업무를 완벽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 관계자는 “수익성에 관계없이 구색 갖추기에만 급급한 은행 영업 행태가 더욱 큰 걱정거리”라고 강조했다.
박태준 기자 june@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