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 하반기-대우그룹 최악의 부채구조>
일부 전문가들은 지난 96년 하반기를 되짚어 봐야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96년 10월 우리나라는 OECD에 가입했다. 시장개방 및 자유화가 주요 이슈였고, 가입에 앞서 정부는 2천2년까지 내외금리차가 2%포인트 이내로 좁혀진다는 전망을 내놓는 등 ‘선진화’의 논리개발에 열중했다. 당시 자금시장에도 이러한 기류가 반영돼 대부분의 금융기관들이 금리하향안정화를 대비해 장기 고정금리채권을 확보하는 데 열중했다. 바로 이 시기에 대우그룹의 회사채 발행이 집중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또 부동산과 자사주등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하는 스트럭쳐드 딜(Structured Deal) 방식이 동원돼 엄청난 유동성을 확보했던 것으로 알려졋다. 96년 하반기에 발생한 대우부채는 거의 대부분이 3년만기이며, 결국 99년 하반기에 당시의 엄청난 조달액을 상환해야하는 상황이라는 것. 이러한 근거로 전문가들은 대우그룹이 99년 하반기를 견디기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인 예측을 내놓고 있었다.
<외국인투자자들의 시각>
외국인들은 일반적으로 대우그룹 문제를 한국경제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보고 있으며, 국내의 시각보다는 훨씬 심각하다. 홍콩의 한 전문가는 세계경제의 위험요인으로 중국위안화 평가절하, 남미 경제구조 불안, 미국의 금리정책과 함께 대우그룹의 문제와 관련한 한국경제불안을 꼽고 있다. 대우그룹의 문제가 세계시장에서 손꼽히는 ‘이벤트 리스크(Event Risk)’의 하나라는 것이다. NDF시장에서 달러 매수세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시각의 반영치. 물론 97년말 외환위기의 시작단계와 상황이 같지는 않다는 점을 인정한다. 현재상태라면 유동성위기가 재연될 가능성은 높지 않으며, 다른 경제부문이 어느정도 회복단계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완충장치’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우그룹의 구조조정이 연착륙에 성공하지 못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으며, 상당기간 불안요인으로 남아있을 것이라는 점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특히 외국인들은 우리 정부가 채권단을 동원해 대우그룹 문제를 처리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6개월간의 부채 만기연장은 시간을 버는 외에 의미가 없으며, 어차피 6개월후에 새로운 해법이 제시돼야한다는 것. 그럴바에야 지금 답을 구하는 게 낫지 않느냐는 시각이다. 피치-IBCA등 신용평가회사측은 ‘시한폭탄’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으며, 미국계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는 “한국정부가 대우에 너무 관대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외국인들이 더욱 충격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10일내에 10조원의 유동성을 막아야한다’는 심각한 유동성위기의 내역을 접했기 때문이다. 단순히 기업구조조정 차원이라면, 당연히 시장에 내재돼있던 사실로 받아들였겠지만, ‘목숨이 경각에 처한’ 돌발상황으로 불거진 데 대해 충격과 불안을 느끼는 표정들이다.
<금융기관의 엇갈리는 명암>
대우그룹 문제가 파국으로 치닫는다면 어떤 금융기관도 그 피해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국가경제 전체에 심각한 상황이 초래되는 마당에 개별금융기관의 이해는 사소한 문제에 불과하다. 그러나 일단 이번 구조조정이 그럭저럭 매듭지어진다면, 금융업종별로 대우 변수에 의해 상당한 판도변화가 예견된다. 일례로 대우그룹에 대한 ‘토탈 엑스포저’가 1천7백억원(보유 외화유가증권 포함)수준에 불과한 신한은행과 같은 금융기관이 있는가 하면, 또다시 수조원대의 잠재적 부실자산 또는 무수익성 자산이 노출된 일부 은행과 투신사들이 있다. 이들에 대한 투자자들의 인식차는 상당할 것으로 보이며, 실제 경영상의 압박과 부담도 심각할 전망이다.
<정부 대응은 적절했나>
달리 대안이 없다는 데 대해서는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짚어볼 대목은 많다. 사후약방문 경이지만 이렇게 극단적인 상황까지 몰고와서 터뜨려야했느냐는 데 대해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아쉬움을 넘어 분노를 터뜨리고 있다. 그것이 김우중 회장의 미련때문이든, 잘못된 판단때문이든, 정부가 안일한 구조조정을 방치했다는 비난에서 자유롭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매각가능한 계열사와 보유자산을 최대한 팔아 정리한 후 부채규모를 줄이는 작업이 선행됐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 과정에서 삼성등 빅딜관련 기업을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했다는 점등이 원론적인 문제로 지적되기도 한다.
성화용 기자 yong@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