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고유업무 영역을 해지지 않은 경우에는 상호 제휴를 허용할 방침이어서 은행에서 증권계좌를 개설하는 정도의 제휴는 허용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 한미은행과 농협의 전략적 제휴 계획이 발표된 직후 농협 등은 단위조합의 경영에 심각한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은행-우체국간의 제휴를 결코 묵과할 수 없다며 23일 저지 결의대회까지 벌이는 등 강력히 반발해 왔다.
이런 가운데 전략적 제휴의 승인 여부를 미뤄오던 금감원이 최근 이를 불허키로 해 일단 농협-정통부간의 공방은 농협의 승리로 매듭지어지는 양상이다.
지난 21일 농림부 및 관계부처에 ‘우체국을 통한 은행 대출 반대 건의문’까지 제출한 농협중앙회는 우선 체신행정의 일관성 결여가 큰 문제라는 지적했다. 지난 76년 우편저금업무를 중지하고 농협으로 그 관리업무와 인원을 떠 넘겼다가 83년부터 체신금융을 재개한 이래 우체국이 지속적으로 업무영역을 확대를 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 정부기관이 경제적인 수익을 위해 특정금융기관과 제휴 업무를 대행하는 것은 정부기관의 공공성 원칙에 위배될 뿐 아니라 우체국의 금융업무 확대는 시장기능을 위축시켜 금융의 비효율성만 증대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농업자금 재원 유출로 농업자금 기반이 무너져 농촌 경제 질서에 혼란이 초래될 수 있음도 지적했다.
그러나 농협 등이 무엇보다 우려하는 점은 시중은행 자금으로 우체국이 대출을 하게 될 경우 단위조합은 금리경쟁에서 뒤질 수 밖에 없어 농협, 신협, 새마을금고 등 수천여개 단위조합의 경영악화가 초래될 수 있다는 것. 농협 관계자는 이와 관련 “단위 농협의 대출금리가 12.5% 수준이고 이밖에 신협, 새마을 금고는 13% 수준”이라며 “9%대의 금리로 대출이 가능한 시중은행이 우체국을 통해 대출을 할 경우 재무구조가 취약한 단위조합은 무더기로 도산할 가능성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금감원이 이번 논란을 계기로 금융기관의 겸업화라는 세계적인 추세에 맞춰 고유업무와 겸업허용 범위에 대한 구체적 기준을 만들고 있다고 밝혀, 농협 등 단위조합은 향후 경쟁에 대비, 다각적인 대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박태준 기자 june@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