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은행이 농협의 네트워크를 이용하는 대신 농협에 선진금융기법을 전수하고 국제금융업무에 협조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양측의 전략적 제휴는 특히 씨티은행의 국내 소매금융시장 진출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해석돼 주목되고 있다.
씨티은행과 농협은 지난달부터 실무 협의를 갖고 세부 사항에 대해 대부분 합의한 상태로 내달 초 조인식을 갖을 예정이다.
24일 금융계에 따르면 최근 외국계 은행들의 국내 소매금융시장 진출이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씨티은행과 농협이 전략적 제휴 관계를 맺기로 결정,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달 중순 씨티은행의 제안으로 추진된 전략적 제휴는 씨티은행이 8백여개에 달하는 농협 점포망을 이용하는 대가로 농협에 선진금융기법 전수, 국제금융업무에서의 협조를 약속하는 것으로 씨티은행 고객이 농협 점포망을 이용, 입·출금을 할 수 있으며 송금 및 어음교환시 수수료도 면제된다. 이렇게 될 경우 씨티은행 고객은 전국에 거미줄처럼 퍼져 있는 농협 점포를 통해 기본적인 은행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된다.
농협은 씨티은행으로부터 리스크관리, 여신기법 등 첨단금융기법을 전수 받게 되고 중장기 기채를 할 경우 씨티은행의 협조를 얻어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는 등 국제금융업무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양측 관계자들은 “이미 지난달부터 시작된 실무협의를 통해 협조 사항과 관련된 모든 논의를 마친 상태로 내달초 조인식을 갖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씨티은행이 농협에 전략적 제휴를 먼저 제안한 배경에 대해 하반기부터 본격화될 HSBC등 다른 외국계 은행과의 경쟁에 대비하기 위한 사전 포석일 것을 분석되고 있다. 단기간내에 지점 확충이 어려운 만큼 국내 최대 점포망을 보유하고 있는 농협을 통해 소매금융시장에 우선 진출한다는 전략이다. 또 최근 외국계 자본이 국내에 집중되고 있으나 점포 부족으로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한 요인이 됐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반면 농협은 씨티은행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국제금융부문을 강화시키는 등 사업다각화를 이루고 선진금융기법을 전수받아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계산이다. 이와 함께 국제적 금융기관인 씨티은행과의 제휴가 감사원 감사이후 실추된 농협의 이미지 제고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태준 기자 june@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