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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업체, 보안업계 ‘태풍의 눈’

성화용 기자

webmaster@fntimes.com

기사입력 : 1999-10-05 11:22

이 금감위원장 은행 비상임이사 연찬회서 “은행 임원 기본봉급 대폭 개선돼야”

은행 임원들의 적정 급여 수준을 얼마나 잡으면 될까. 물론 정답은 ‘경영실적에 상응하는 수준’이 될 수 밖에 없다. 특히 ‘커머셜 뱅크’의 경영진은 철저히 경영에 책임을 지는 만큼, 응분의 대가를 받을 권리가 있다. 경영실적이 나쁜 곳은 경영진이 물러나야 하며, 실적이 개선된 곳은 충분히 보상을 받아야한다. 과거의 우리나라 은행 임원들은 ‘大過’가 없는 한 임기를 보장받았다. 월급이 많든 적든 중임까지 하는 사례가 많았다. 그러나 이제는 아니다. 외환위기 이후 은행 임원들은 80~90%가 임기 불문하고 교체됐다. 임기후 자회사 임원으로 자리를 옮기는 관행도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다. 앞으로는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문제은행’의 임원들은 더 이상 ‘철밥통’을 끼고 있을 수 없다.

이처럼 은행 임원들에게 가혹할 정도의 책임을 묻는 ‘책임 경영’의 골격은 잡혀가는 데, 경영실적에 상응하는 급여의 개선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시중은행 3곳의 예를 들어보자. A시중은행의 은행장, 부행장, 감사, 상무급 연봉은 차례로 1억1백만원, 9천8백만원, 9천7백만원, 8천9백만원이다. B시중은행을 역시 직위순으로 나열하면 1억5백만원, 8천8백만원, 8천8백만원, 8천1백만원이며, C시중은행은 1억5백50만원, 8천7백90만원, 8천7백90만원, 8천1백30만원이다. 위에 예시된 3개 시중은행중에는 정부로부터 공적자금을 지원받은 곳도 있고 대표적인 우량은행으로 꼽히는 곳도 있다. 은행의 현황이 다른데 경영진의 급여수준은 차이가 없다. 이게 우리나라 은행의 현실이다. 모든 게 ‘하향 평준화’다. 이 정도 연봉이래봤자 세금 떼고 공제 떼면 보너스까지 합해서 한달에 현금으로 찾을 수 있는 돈이 4백만원 남짓이다. (본지 5월10일자 2면 참조) 말하자면 은행임원으로서의 품위유지는 남의나라 일이며, 그저 50대 중후반 샐러리맨이 자녀 대학교육시키고 중산층으로 생활해 나가기위한 최저생계비 수준에 불과하다. 더 이상 낮추기 어려운 수준으로 근근이 유지되고 있을 뿐이다.

한해 순익을 1천억원 안팎 내는 우량은행들은 왜 임원급여를 파격적으로 올리지 못할까. 그것은 전적으로 정부관료들 때문이다. 사실 은행원중에도 스스로를 ‘공직’에 있는 것으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고위 당국자들은 더욱 그렇다. 은행 임원의 월급이 높아지면 “은행원 월급이 왜 그렇게 많아야 돼?” 하고 한마디 할 사람이 여럿이다. 소심한 은행 임원들은 지레 겁부터 먹는다. 그래서 주총에 안건을 상정하면 별 무리없이 통과될 일을 이 눈치 저 눈치 보다가 ‘에이! 참고 말지…”하고 넘어간다. 올해 역시 그런 꼴이었다. 시중은행중 임원 급여가 가장 높은 곳의 은행장, 부행장, 감사, 상무급 연봉이 차례로 1억5천3백, 1억3천, 1억3천, 1억1천만원 수준이다. 이 은행은 올해 주총에서 임원급여 한도를 상향 조정했는데, 주총을 일찍해서 그나마 약간 조정이 가능했을 뿐이다. 뒤늦게 주총을 한 은행들은 ‘스톡 옵션’이다 뭐다 해서 말이 나오자 올해도 목을 움추린 채 참아 넘기고 말았다.

은행 임원들의 이같은 소극적인 자세는 스스로를 빈한하게 만들 뿐 아니라, 크게 보면 우리나라 은행산업의 발전에 누가 되며, 작게는 해당은행의 발전에도 전혀 도움이 안된다.

우선 임원에 대한 존경심이 없다. ‘저나 나나 고만 고만한 월급봉투로 생활하는 샐러리맨인데…’ 생각이 뻔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급여수준은 많은 것을 상징한다. 금융자본의 첨단에 위치한 은행산업은 말할 나위도 없다. 은행에서 출세해봐야 결국 넉넉히 먹고 사는 문제마저 해결이 안된다면 조직에 ‘동기 부여’가 될 턱이 없다. ‘책임경영’이라는 화두와 연결지어봐도 문제가 심각하다. 은행의 경영진이 자기 직을 걸고 의사결정을 하기가 쉽지 않다. 언제 ‘목’이 날아갈지 모르고, 평소에 넉넉히 여유돈을 준비할 상황도 아니라면, 경영진의 의사결정은 언제나 소극적이 될 수 밖에 없다. 장기적 비전하에서의 은행 발전이 문제가 아니라, 당장 스스로가 은행에서 물러나지 않는 방향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 밖에 없다. 사고체계라는 게 대개 비슷해서, 은행 임원들도 ‘둘째 딸 시집보낼 때 까지는 은행에 남아있어야 하는데…’ 라는 생각이 들게 돼있다. 그것을 비난할 수는 없다. 물러날 각오하고 멋지게 경영하는 은행 임원들을 수십년 금융사에서 한두명 찾아보기도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잘리지 않고 버티면 버티는 만큼만 돈이 되기 때문이다. 있는 동안 잘해봐야 소용없다. 가늘고 길게 버티는 게 상책이다. 이쯤되면 별 볼일 없는 임원이 되겠다고 배경을 총동원하는 은행 고참부장들의 인사운동 행태가 비극인지 희극인지 모를 일이다.

물론 은행 임원들에게도 문제가 있다. 이러한 열악하고 불합리한 보상체계에 답답해 하면서, 어떤 은행도 과감히 ‘항변’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너무들 알아서 긴다. 어떤 은행장이든 한명이 총대를 메고 과감히 급여체계를 손질해 주주들을 설득한다면 의외로 쉽게 풀릴수 있는 문제일 것도 같은데, 여전히 답답하게 눈치들만 보고 있다.

은행 임원의 급여체계는 매우 중요한 경영전략적 요인이다. 단순히 그들의 ‘살이’를 윤택하게 하는 차원이 아니라, 여러가지 경영의사결정에 직접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심각한 문제다. 최근 이헌재 금감위원장은 은행 비상임 이사 연찬회에서 “은행 경영진의 책임이 커지는 만큼 경영진에 대한 보상체계도 근본적으로 개선돼야한다. 경영진의 기본 봉급수준도 현재보다 크게 올라가야한다”고 말했다. 최고위 금융당국자가 이렇게까지 얘기했는데, 눈치만보며 전전긍긍할 필요가 있을까.


성화용 기자 yong@k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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