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중기청은 PL보험 단체가입을 위한 안을 마련,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로 업무를 이관, 삼성, 현대, 동부, LG 등 손보4사와 약정을 맺었다. 약정 내용은 중소기업이 수출하는 제조물에 대해 PL보험에 가입할 경우 보험료를 최고 40%까지 할인해주는 것이다. 그동안 기업체가 개별적으로 보험에 가입할 경우 보험료 부담이 커 PL보험 가입이 저조했던 점이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손보업계나 중기업계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었다.
손보 4사는 현재 금감원에 관련 상품 인가 신청을 한 상태며, 인가가 나는 대로 즉시 시판에 들어갈 계획이다.
그러나 문제는 약정서상 가입할 수 있는 보험사로 주간사인 삼성 등 상위 4사만이 선정된 사실이다. 중기청은 이 프로젝트에 참여할 의사가 있는 회사는 모두 포함시켰다고 밝히고 있으나 소형사들은 처음부터 자신들은 배제돼 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삼성 등 상위사들은 그동안 모른척 하고 있다가 무슨 소리냐는 입장이다.
결국 신동아, 대한, 국제, 해동, 제일 등 5사들은 중기청에 반대의사를 전달했으며 중기청으로부터 검토해 보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한 관계자는 "만약 우리 입장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더 강력한 방법을 강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는 POOL 제도가 폐지됐음에도 여전히 공동인수 방식이 손보업계에 만연돼 있는 문제점이 드디어 터진 것으로 볼 수 있다. 풀제도는 업계 공동 발전을 도모하고 자유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폐지됐으나 이번 중기청과 같은 대형기업보험이나 정부투자기관 물건에 대해서는 여전히 공동인수를 하고 있어 풀 해제의 기본 의미가 퇴색돼 왔다. 그 결과 규모나 기법면에서 상대적으로 앞서 있는 상위사들이 주로 로비를 하고 자신들이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대신 중하위사들에게도 일부 나눠주는 형태를 취해 왔다.
그러나 이번 경우와 같이 상위사끼리 공동인수를 하고 중하위사들이 배제되면 `빈익빈 부익부`현상이 심각해질 우려가 있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따라서 중하위사는 상위사들이 나눠주었던 것에 익숙해져 있다가 이번과 같이 자신들이 빠지게 되자 비로소 위기의식을 느끼게 된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철저하게 자유경쟁체제를 도입, 각사들이 노력해서 컨소시엄을 따내는 풍토가 정착돼야 할 것"이라며 "정부 등 계약 당사자들도 규모만 보고 회사를 선정하는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성희 기자 shfree@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