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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CM] 두산퓨얼셀, 4000억 영구채 ‘0% 이자’ 유효기간 딱 3년

정진아 기자

urzinnie@fntimes.com

기사입력 : 2026-10-15 14:49

CB 3000억·BW 1000억…원재료 구입·채무 상환 용도
8236억 수주에도 '수주의 역설'로 자금 부족
만기 30년…3년 후 금리 5%p 가산·매년 1%p 상승
주가 4만3704원 달성 여부 '주목'…하이엑시엄 상장도 변수

이두순 두산퓨얼셀 사장. 사진=두산퓨얼셀

이두순 두산퓨얼셀 사장. 사진=두산퓨얼셀

[한국금융신문 정진아 기자] 두산퓨얼셀이 대규모 수주로 불어난 운전자금 부담을 메우려 영구채 카드를 꺼냈다. 처음 3년간 표면이율은 0%지만, 3년 뒤엔 금리가 뛰는 구조라 결국 재무 부담을 덜어낼 열쇠는 결국 주가가 쥐게 됐다.

CB 3000억·BW 1000억 발행…원재료 구입·채무 상환 활용

두산퓨얼셀은 지난 13일 이사회를 열고 4000억 원 규모 영구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을 결정했다. CB는 미리 정한 가격에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채권이고, BW는 새로 발행하는 주식을 정해진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가 붙은 채권이다.

발행 규모는 CB 3000억 원, BW 1000억 원이다. 모두 사모 방식이며 납입일은 다음달 12일이다.

CB로 조달한 3000억 원은 모두 AI 데이터센터 등 연료전지 사업 관련 원재료 구매에 사용되며, 올해 702억8600만 원, 내년 2297억1400만 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BW 1000억 원은 지난 1월 키움증권에서 빌린 1000억 원(금리 5.40%)을 갚는 데 사용된다. 두산퓨얼셀은 당시 키움증권(1000억 원)과 한국투자증권(800억 원), KB증권(500억 원) 3곳에서 총 2300억 원을 빌렸다. 이 대출은 모두 내년 1월 22일 만기가 돌아온다.

8236억 수주했는데, 원재료 살 돈이 없다

급하게 자금을 수혈한 건 수주 때문이다. 두산퓨얼셀은 지난달 2일 5014억 원, 15일 3222억 원 등 총 8236억 원 규모 미국 AI 데이터센터 연료전지 프로젝트를 따냈다. 계약 상대는 계열사 하이엑시엄이다. 이는 지난해 별도 기준 매출(4549억 원)의 1.8배에 달하는 규모다.

문제는 계약 직후 받는 선수금은 20%뿐이고 나머지 대금은 제품을 인도할 때 몰려 있다는 것이다. 연료전지를 만들려면 원재료부터 확보해야 하는데, 돈이 나중에 들어오는 구조다. 일감이 늘수록 현금이 마르는 '수주의 역설'이 발생하는 것이다.

메리츠증권은 내년 매출이 올해보다 6039억 원(118%)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이를 감안하면, 지금 당장 두산퓨얼셀에는 원재료 구매와 재고 등 영업에 들어갈 순운전자금 2000억 원에서 3000억 원이 필요할 전망이다.

부족한 운전자금을 본업에서 버는 돈으로 메우기도 어렵다. 두산퓨얼셀은 2025년부터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적자다. EBITDA는 영업이익에 감가상각비 등을 더한 값으로, 영업으로 실제 벌어들이는 현금 창출력을 보여준다. 별도 기준 EBITDA는 지난해 784억 원 적자로 돌아섰고, 올해 상반기에도 309억 원 적자를 냈다. 지난 6월 말 기준 보유한 현금및현금성자산은 337억1579만 원이다.

이는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 시장에 처음 들어가며 든 비용과 이미 납품한 인산형 연료전지(PAFC) 주기기 품질 문제에 영향을 받은 결과다.

이에 두산퓨얼셀은 고금리와 재무구조 악화로 회사채 대신 채권과 주식 성격을 함께 가진 메자닌 발행을 선택했다. 문경원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이번 조달을 두고 "현 상황에서 택할 수 있었던 최선의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최대 리스크였던 자금 조달 불확실성이 해소된 만큼 주가에도 긍정적이라는 판단이다.

30년 만기 자본…3년 뒤엔 매년 금리 인상

다만 채권 조건을 뜯어보면 자본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이번 CB와 BW는 만기가 30년으로, 회사가 원하면 같은 조건으로 30년씩 계속 연장할 수 있다. 투자자가 만기 전에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할 권리(풋옵션)도 없다. 갚을 시점을 회사가 정할 수 있어 회계상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분류된다.

처음 3년간 표면이율은 0%로 이자를 주지 않는다. 대신 주식으로 바꾸지 않은 투자자에게는 상환할 때 연 2.0% 복리 수익(만기보장수익률)을 원금에 얹어 준다.

하지만 발행 3년이 되는 2029년 11월 12일부터 표면이율과 만기보장수익률에 각각 5%포인트(p)가 더해진다. 표면이율 5.0%, 만기보장수익률 7.0%가 되는 것이다. 이후에도 매년 1%p씩 오르는 스텝업 구조다.

같은 날부터 회사는 콜옵션을 행사해 3개월마다 돌아오는 이자지급일에 채권 전액을 미리 갚을 수 있다. 금리가 해마다 오르는 만큼 회사로서는 3년 뒤에 갚아야 할 이유가 커진다. 상환을 미루면 스텝업에 따른 이자 비용이 불어날 수 있다. 이자 지급을 회사 재량으로 미룰 수도 있지만, 미룬 이자는 사라지지 않으면서 추가 이자까지 붙는다. 이 때문에 이번 채권은 실질적으로 차입금 성격을 가진다.

재무구조도 다소 악화됐다. 올해 상반기 말 별도 기준 부채비율은 336.2%로 지난해 말(221.5%)보다 높아졌다. 총차입금은 6669억 원으로 지난해 말(5447억 원)보다 1222억 원 늘었고, 차입금의존도는 49.7%다.

이영규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이와 관련해 "일반차입 대비 초기 금융비용 부담을 낮출 수 있는 구조로, 중단기적으로 금융비용 부담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며 "콜옵션과 금리 스텝업 조항 등을 감안할 때 향후 수주 프로젝트 채산성 수준과 전환권 및 신주인수권 행사 여부에 따라 회사 재무위험이 달라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두산퓨얼셀 실적 및 주가 추이. /자료=두산퓨얼셀, 네이버페이증권

두산퓨얼셀 실적 및 주가 추이. /자료=두산퓨얼셀, 네이버페이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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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4만3704원 달성 여부 관건…넘으면 자본, 못 넘으면 빚

이 '빚'이 진짜 자본이 되려면 투자자가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CB 전환가와 BW 행사가는 모두 4만3704원이다. 이는 지난 14일 종가 3만8650원보다 13.1% 높은 수준이다. 주가가 떨어져도 전환가를 낮춰주는 조항(리픽싱)은 없다. 사모 발행이라 1년간은 권리를 쓸 수 없어 전환과 행사는 2027년 11월 12일부터 가능하다.

BW는 대용납입 방식으로, 신주인수권을 행사할 때 새로 현금을 내지 않고 사채 원금으로 주식 대금을 대신 치른다. CB와 마찬가지로 권리를 행사하면 주식으로 바뀌는 구조다.

주가가 4만3704원을 넘으면 투자자는 주식으로 바꿀 매력 요소가 생기고, 그만큼 채권은 실제 자본이 된다. 그렇지 않으면 회사는 3년 뒤 조기상환에 나서거나 해마다 오르는 금리를 감당해야 한다.

다만 전환에도 대가는 따른다. 이번 발행 채권 전량이 주식으로 전환될 경우 CB 686만4360주, BW 228만8120주가 새로 발행된다. 이는 보통주 기준 주식 수가 약 14% 늘어나는 규모로, 우선주를 포함한 전체 발행주식 기준으로는 약 11.2%다. 기존 주주 몫이 그만큼 희석되는 것이다.

하이엑시엄 나스닥 상장도 변수

주요 고객사인 하이엑시엄 기업공개(IPO) 추진 소식도 두산퓨얼셀엔 호재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하이엑시엄은 미국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고 있으며, 최근 상장 주관사를 뽑기 위한 제안요청서(RFP)를 증권사들에 보냈다.

하이엑시엄은 2023년 7월 경영 참여 없이 투자 수익을 노리는 재무적투자자(FI)에게 약 2178억 원 규모 전환우선주를 발행하며 4년 안에 상장하기로 약정했다. 1차 시한은 2027년 7월로, 두산퓨얼셀 CB·BW 권리 행사가 시작되기 넉 달 전이다. 구체적인 상장 일정과 공모 규모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결국 두산퓨얼셀은 수주 등 실적을 시장에 보여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문 연구원은 "후속 수주와 추가 증설 소식이 함께 나오지 않은 점은 아쉽다"면서도 "미국 데이터센터향 수주가 탄력을 받고 있어 빠른 시일 내 후속 수주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정진아 한국금융신문 기자 urzinnie@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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