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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자’ 美 한화큐셀이 자금 4000억 수혈받는 까닭

정진아 기자

urzinnie@fntimes.com

기사입력 : 2026-10-12 00:00

장부상 흑자…운영자금 모회사가 메워
‘유증 반토막ʼ 한화솔루션 고심 커진다
박승덕 한화솔루션 큐셀부문 대표이사

▲ 박승덕 한화솔루션 큐셀부문 대표이사

▲ 박승덕 한화솔루션 큐셀부문 대표이사

[한국금융신문 정진아 기자] 한화솔루션이 미국 태양광 모듈 공장 법인에 4000억 원 넘는 운영자금을 넣는다. 흑자를 내는 미국 사업에 모회사가 운영자금을 대는 모양새다.

무슨 사정이 있는 걸까. 미국 사업 흑자는 상당 부분 세액공제에서 나오는데, 이 세액공제가 현금으로 바뀌기 전까지 공장 운영에 드는 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올해 유상증자 규모를 절반으로 줄인 한화솔루션으로선 부담이 하나 더 늘어난 셈이다.

장부상 흑자, 공장은 적자

한화솔루션은 최근 미국 종속회사 한화큐셀USA가 2억9836만8000달러(약 4058억 원) 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신주 발행 없이 기존 주주가 자본을 채워 넣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증자 금액은 전액 운영자금에 쓰인다.

한화큐셀USA는 미국 조지아주 돌턴에서 태양광 모듈 공장을 운영하는 회사다. 지난해 말 기준 자산총액은 6조5640억 원으로, 한화솔루션 연결 자산의 19.8%에 이른다.

표면적으로 보면 미국 태양광 사업은 흑자다. 미국 법인들을 거느린 중간지주사 한화큐셀아메리카홀딩스는 올 상반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 4993억 원, 순이익 3839억원을 냈다. 한화솔루션도 2분기 영업이익 3065억 원으로 흑자를 이어갔고, 신재생에너지 부문은 영업이익 1664억 원을 기록했다.

이익의 상당 부분은 미국 정부 세액공제에서 나온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은 미국 내에서 태양광 부품을 생산하면 생산량에 비례해 세금을 깎아주는 첨단제조 생산세액공제(AMPC)를 준다.

한화솔루션은 이 금액을 매출원가에서 빼는 방식으로 회계 처리한다. 2분기 신재생에너지 부문 영업이익에 포함된 AMPC는 2140억 원이었다. 이 금액을 단순 제외하면 신재생에너지 부문 영업손익은 약 476억 원 적자로 계산된다.

모듈 제조만 떼어 보면 손실은 더 뚜렷하다. 삼성증권과 KB증권은 3분기 모듈 제조 부문 영업손실을 각각 1273억 원, 1730억 원으로 추정했다. 지난해 연간으로도 두 증권사는 이 부문 영업손실을 각각 6220억 원, 6112억 원으로 봤다. 공장을 돌리는 과정에서 생기는 비용 부담을 AMPC가 상당 부분 상쇄하면서 장부상 흑자를 만들어내는 구조다.

공장 가동도 순탄하지 않았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미국 세관 수입 셀 통관 지연으로 조지아 공장 직원 약 1000명이 무급휴직에 들어가는 등 생산 차질을 겪었다. 정상 가동이 늦어진 만큼 세액공제를 받을 생산량도, 손에 쥔 현금도 줄었다.

세액공제는 추후 현금화…모회사 통해 시차 메워

문제는 장부에 잡힌 세액공제가 곧바로 현금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AMPC는 세액공제이기 때문에 회계상 이익으로 잡혔다고 바로 현금화되지 않는다.

한화솔루션은 이를 제3자에게 양도하는 방식으로 조기 현금화하고 있다. 그런데 이 과장에서 시차가 발생한다. 공장은 원재료 구매와 인건비로 꾸준히 현금이 필요한데, 양도대금은 거래가 마무리된 뒤 들어오기 때문이다.

한화솔루션도 이 시차를 줄이려고 움직였다. 지난 6월 지난해분 1억2030만 달러와 올해분 1억 달러를 합쳐 2억2030만 달러 규모 AMPC를 앞당겨 유동화했다. 올해분 세액공제까지 선제적으로 유동화한 셈이다.

한화솔루션은 올해 2분기에만 미국 금융사·기업과 맺은 세액공제 양도 거래 9건에 이행보증을 섰다. 세액공제를 사가는 쪽이 요구하는 진술·보장 의무를 모회사가 대신 책임지는 계약이다.

세액공제 규모가 커질수록 이 시차의 무게도 커진다. 7월 조지아주 카터스빌 공장이 셀 양산에 들어가면서 한화솔루션은 미국 안에서 잉곳부터 웨이퍼, 셀, 모듈까지 모두 만드는 체제를 갖췄다. 생산 단계가 늘어난 만큼 받을 수 있는 AMPC도 늘어난다.

삼성증권은 한화솔루션의 AMPC가 3분기 2310억 원, 4분기 2640억 원으로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장부에 잡히는 이익이 커질수록 이를 현금으로 전환하기 전 필요한 운영자금도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그래도 부족한 운영자금은 결국 모회사가 채우고 있다. 한화큐셀USA는 이미 지난 3월 상환전환우선주(RCPS) 약 4000억 원어치를 외부 특수목적법인(SPC)에 발행했다.

6월에는 미국 설계·조달·시공(EPC) 법인이 RCPS 3000억 원을 발행했다.

겉으로는 외부 투자 유치지만, 두 건 모두 한화솔루션이 투자자와 매매수익스왑(PRS) 계약을 맺었다. 나중에 우선주를 처분한 금액이 기준 금액에 못 미치면 그 차액을 한화솔루션이 물어주는 구조다. 외부 투자를 받았어도 손실 위험은 모회사에 남는다. 3월 RCPS 발행을 결의한 날은 한화솔루션이 본사 유상증자를 결의하기 하루 전이었다.

판매 늘고 셀 원가 오르고…자금 수요 더 커진다

하반기에는 운영자금 수요가 더 커질 전망이다. 우선 파는 양이 빠르게 늘고 있다. KB증권은 한화솔루션 모듈 판매량이 2분기 1.3GW에서 4분기 3.0GW로 늘 것으로 추정했다. 판매가 늘면 재고와 매출채권에 묶이는 돈도 함께 커진다.

원가 부담도 겹친다. 돌턴 공장은 셀을 사들여 모듈로 조립하는데, 그동안 이 셀을 한국 공장에서 들여왔다. 미국 정부는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오는 12월 4일부터 수입 태양광 부품에 최저수입가격(MIP)을 적용한다. 셀 최저수입가격은 와트당 22센트로, 이는 시장가격보다 높은 수준이다. 한국산 셀에는 기존 관세와 232조 추가 관세를 합쳐 15% 관세가 적용된다.

업계에선 미국산 모듈 판매가격도 함께 올라 수익성은 결국 좋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판매가 상승이 실적에 반영되기 전까지는 셀을 사들이는 데 돈이 먼저 나간다. 추정치에 따르면 미국 모듈 시장가격이 2분기 와트당 0.30달러에서 4분기 0.36달러로 오를 전망이다. 가격 상승 효과가 본격적으로 실적에 잡히는 시점은 4분기 이후가 된다.

다만 이번 증자는 본사 재무 개선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이뤄졌다. 한화솔루션은 지난 3월 2조4000억 원 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했다가 빚을 갚는 데 주주 돈을 쓴다는 반발에 부딪혔다.

결국 실제 조달액은 당초 계획의 절반 수준인 1조1713억 원으로 확정됐고, 채무상환 자금도 1조4899억 원에서 2636억 원으로 축소됐다. 최종 확정된 유상증자 자금은 시설자금 9077억 원과 채무상환 2636억 원으로만 짜여 있어, 미국 법인 운영자금 항목은 따로 없었다. 지난해 말 196.3%였던 연결 부채비율을 올해 말 150%대로 낮추겠다는 목표도 함께 걸려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 법인에 대한 자금 지원은 여러 차례 진행됐다. 한화솔루션은 2023년 7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미국 법인에 8000억 원가량을 출자했다. 올해는 국민은행 뉴욕지점(7473억 원)과 한국수출입은행(5156억 원) 차입에 대한 채무보증도 새로 섰다.

결국 관건은 장부상 흑자를 얼마나 빨리 현금흐름으로 연결하느냐다. AMPC 현금화 속도와 하반기 판매가 상승이 맞물려야 미국 법인이 모회사 지원 없이 스스로 운영자금을 감당할 수 있다.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한화큐셀이 미국 생산기반 판매단가 프리미엄, AMPC 보조금으로 수익성 개선과 현금흐름 창출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현금흐름에 기반한 순차입금 감소 속도는 추가적인 기업가치 상승의 핵심 변수로 꼽았다.

정진아 한국금융신문 기자 urzinnie@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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