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9일 열린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에서 3% 룰이 적용된 분리선출 감사위원 선임 표결 결과 고려아연 측 백인규 후보는 출석 의결권의 81.8% 찬성을 얻은 반면, 영풍·MBK 측 박유경 후보는 27.9%에 그쳤다. 외국인·외국기관의 백 후보 지지율은 98.3%, 국내 개인주주는 79.1%, 국민연금을 제외한 국내 기관은 86.9%로 나타났다.
영풍·MBK가 현 경영진의 지배구조와 주주가치 훼손을 문제 삼으며 경영권 교체의 명분으로 ‘주주’를 강조해왔지만, 정작 일반주주의 의사가 상대적으로 크게 반영되는 표결에서는 고려아연 측에 표가 몰린 셈이다. 지난 3월 정기주총에서도 고려아연 측 이사 선임안이 영풍·MBK 측 안을 앞서는 등 비슷한 흐름이 이어졌다.
장 고문이 말한 주주는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영풍·MBK 측이 내세운 핵심 명분 중 하나였다. 장 고문은 2024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주주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그걸 봐야 회사가 오래 간다”고 말했다. 가족들에게도 “주주를 위한 길을 가야 한다”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지역사회와 노조 등의 반발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도 주주들의 지지가 가장 큰 힘이 될 것이라는 취지로 답했다.
당시 영풍·MBK는 고려아연 현 경영진의 지배구조와 주주가치 훼손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최윤닫기
최윤기사 모아보기범 회장 측의 경영 방식에 문제가 있는 만큼 경영권을 교체하고 기업가치를 높이는 것이 주주를 위한 길이라는 논리였다.하지만 2년이 지난 뒤 실제 주주총회 표결에서 나타난 결과는 이 같은 주장과 다른 방향이었다. 지난 3월 정기주총에서도 고려아연 측이 제안한 ‘이사 5인 선임안’은 출석 의결권 기준 62.98%의 찬성을 얻어 영풍·MBK 측 ‘6인 선임안’의 52.21%를 앞섰다. 집중투표로 선출된 이사 5명 가운데 3명도 고려아연 측 후보들이 차지했다.
특히 이번 임시주총에서는 일반주주의 표심을 보다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감사위원 표결에서 격차가 더 크게 나타났다. 분리선출 감사위원에는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이른바 ‘3% 룰’이 적용돼 대주주 지분 경쟁보다 일반주주의 선택이 결과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크다.
실제 투표에 참여한 외국인·외국기관의 98.3%가 백 후보에게 찬성했고, 국내 개인주주와 국민연금을 제외한 국내 기관의 지지율도 각각 79.1%, 86.9%에 달했다. 박 후보에 대한 찬성률은 국내 개인주주 20.9%, 국민연금을 제외한 국내 기관 13.1%에 그쳤다.
영풍·MBK가 경영권 교체의 명분으로 내세운 주주가치 제고와 별개로 정작 일반주주의 의사가 상대적으로 크게 반영되는 두 차례 주주총회 표결에서는 고려아연 현 경영진 측에 표가 더 많이 몰린 셈이다.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향후 양측이 주주들에게 어떤 성과와 비전을 제시하느냐가 표심을 좌우할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재계에서는 영풍·MBK가 경영권 교체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경영 성과와 주주가치 제고 능력을 입증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MBK는 고려아연에 대한 경영권 분쟁 이후 홈플러스 사태 등으로 논란이 이어졌고, 최근에는 김병주닫기
김병주기사 모아보기 MBK 회장이 홈플러스 기업회생과 관련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영풍 역시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는 등 실적 부진이 이어졌다. 반면 고려아연은 올해 상반기 반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고, 미국 테네시주 제련소 건설 사업인 ‘프로젝트 크루서블’을 추진하는 등 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다. 경영권 교체를 주장하는 측이 현 경영진보다 나은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지가 향후 주주 설득의 핵심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재계 관계자는 “장 고문이 경영권 분쟁을 시작할 당시 가장 강조했던 명분 가운데 하나가 주주였던 만큼 결국 그 주주들이 실제 표결에서 어떤 판단을 내렸는지가 중요하다”며 “대주주 의결권이 제한된 감사위원 선거에서 나타난 표 차이는 MBK·영풍 측이 주장해온 경영권 교체와 주주가치 제고 논리가 일반주주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결과”라고 말했다.
곽호룡 한국금융신문 기자 hor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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