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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하나·수협까지, K-스테이블코인 법제화 전 ‘길목’ 선점 경쟁 [디지털자산 新경쟁]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8-24 14:00

하나금융 비트고코리아·수협은행 인피닛블록 맞손…커스터디 선점
KB금융, 결제·정산·해외송금 PoC 비롯 송금 네트워크 확대
日 JPYC·비자 사례도 ‘발행보다 생태계’ 주목, 수탁·결제망 경쟁이 진짜

21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금융질서 대전환과 K-스테이블코인 발행 성공방정식' 세미나 현장 / 사진=장호성 기자

21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금융질서 대전환과 K-스테이블코인 발행 성공방정식' 세미나 현장 / 사진=장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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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장호성 기자] 원화 스테이블코인 법제화를 앞두고 은행권의 디지털자산 영토확장이 빨라지고 있다. 하나금융과 Sh수협은행은 디지털자산 수탁업체를 중심으로 사업 기반을 넓히고 있고, KB금융과 케이뱅크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결제·정산과 해외송금까지 실증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국회에서 은행이 발행 컨소시엄 지분의 과반을 가져야 하는 이른바 ‘51%룰’을 비롯해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주체를 둘러싼 논의가 여전히 진행 중이지만 은행들은 법안 확정을 기다리기보다 한발 앞서 움직이는 모습이다.

향후 직접 발행권을 확보하지 못하더라도 수탁과 준비자산 관리, 지갑, 고객확인(KYC)·자금세탁방지(AML), 결제·정산 등 스테이블코인이 금융시장 안에서 작동하는 데 필요한 인프라를 선점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하나·수협은 ‘금고’, KB·케뱅은 ‘결제망’…은행권 선점전

주요 금융지주 및 은행들의 스테이블코인 생태계 조성 현황

주요 금융지주 및 은행들의 스테이블코인 생태계 조성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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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가장 빠르게 움직이는 곳은 디지털자산 수탁 영역이다.

하나금융과 글로벌 디지털자산 인프라 기업 비트고가 공동 설립한 비트고코리아는 지난 18일 금융정보분석원(KoFIU)으로부터 가상자산사업자(VASP) 신고 수리를 완료했다. 하나금융은 2023년 비트고와 디지털자산 수탁사업 관련 업무협약을 맺은 뒤 2024년 비트고코리아를 공동 설립하고 지분투자까지 단행했다. 이번 신고 수리로 기관·법인 고객을 대상으로 실제 디지털자산 수탁사업을 추진할 제도적 기반까지 갖춘 것이다.

하나금융은 스테이블코인뿐 아니라 향후 가상자산 상장지수펀드(ETF), 토큰증권(STO), 실물연계자산(RWA) 등 전통금융과 디지털자산의 융합이 빨라질수록 기관과 법인의 자산을 안전하게 보관·운용하는 커스터디 인프라의 중요성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비트고의 글로벌 수탁 기술에 하나금융의 자산관리와 리스크관리 역량을 결합해 사업 영역을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Sh수협은행도 같은 시기 디지털자산 수탁업체 인피닛블록에 직접 투자를 단행키로 했다. 수협은행은 인피닛블록 지분 14.95%를 확보해 공동 2대 주주에 올랐다. 인피닛블록은 VASP로 디지털자산 수탁뿐 아니라 내부통제·보안, 스테이블코인 발행관리까지 확장 가능한 블록체인 인프라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수협은행은 이번 투자를 디지털자산 시장 참여를 위한 교두보로 삼아 금융서비스와 디지털자산을 결합한 신규 사업모델을 발굴한다는 방침이다.
KB금융은 수탁보다 실제 사용 단계에 한발 더 가까이 다가갔다. 지난 5월 KG이니시스·카이아·오픈에셋과 함께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부터 오프라인 결제, 가맹점 정산, 해외송금에 이르는 전 과정을 연결하는 기술검증(PoC)을 마쳤다. 소비자가 별도의 디지털지갑을 설치하지 않고 QR로 결제하면 정산 과정에서 블록체인 스마트컨트랙트가 자동으로 작동하는 방식이다.

해외송금 실증에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온체인에서 달러 스테이블코인으로 바꾼 뒤 베트남 현지 파트너를 거쳐 은행 계좌까지 보내는 과정도 구현했다. KB금융은 실증 결과 기존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방식에서 수 시간에서 수일 걸릴 수 있는 과정을 3분 이내로 단축했고 수수료도 기존 대비 약 87% 줄였다고 설명했다.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도 비피엠지(BPMG), 홍콩 해시키그룹과 한국·홍콩 간 블록체인 기반 해외송금 PoC를 추진하고 있다. 협력 범위는 해외송금·결제 인프라 구축뿐 아니라 디지털자산 수탁과 변환, 정산까지 포함된다. 제도화와 금융당국의 인가 이후 실제 사업화에 대비해 KYC·AML 등 내부통제 기준도 선제적으로 마련하기로 했다.

‘51%룰’ 결론은 아직…국회는 발행주체 놓고 막판 줄다리기

은행권이 사업 기반 구축을 서두르는 배경에는 법제화가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판단이 자리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디지털자산기본법을 가상자산 2단계 입법의 핵심 법안으로 추진 중이다. 금융위원회는 연내 입법 완료를 목표로 스테이블코인의 발행·유통과 AML 규율 등을 법제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으며 정부·여당은 오는 9월 당정 통합안 마련을 추진하고 있다. 이억원닫기이억원기사 모아보기 금융위원장 역시 지난달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정부안이 상당 부분 마련돼 있으며 남은 이견을 조율해 신속하게 입법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가장 큰 쟁점은 여전히 발행 주체다. 은행이 참여한 컨소시엄이 50%+1주의 지분을 확보하도록 하는 이른바 ‘51%룰’이 대표적이다. 은행의 자본력과 KYC·AML, 내부통제 역량을 활용해 스테이블코인이 사실상 지급결제 수단으로 확장됐을 때 발생할 금융안정 위험을 줄이자는 취지다.

다만 아직 확정된 규칙은 아니다. 금융위원회도 앞서 ‘은행 중심 50%+1주 컨소시엄’ 방식이 결정됐다는 보도에 대해 발행주체 등 2단계법의 주요 내용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정부·여당의 통합안 논의에서도 발행사 지분 규율과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 등이 주요 조정 과제로 남아 있다.

21일 국회에서 여린 세미나에서는 이러한 지분 중심 접근에 대한 문제 제기도 나왔다.

강형구 한양대 교수는 주제발표를 통해 “‘50%+1주’와 같은 일률적 지분제한이 준비자산 운용이나 대량상환 자체를 직접 통제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소유구조 역시 국경 간 자금이동이나 거래 감시를 대신할 수 없는 만큼 준비자산·상환·AML·실시간 보고 등 실제 위험요소에 통제장치를 직접 붙이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은행 입장에서는 발행권을 둘러싼 제도적 불확실성이 오히려 인프라 선점의 필요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51%룰이 유지되면 은행이 발행 단계의 주도권까지 확보할 수 있지만, 규제가 완화돼 핀테크나 다른 비은행 사업자의 독자 발행이 허용되더라도 준비자산 보관과 수탁, 지갑, AML, 환전, 결제망 등 은행이 참여할 영역은 남는다.

日 JPYC도 ‘혼자 발행’ 아니었다…경쟁축은 생태계로

엔화 스테이블코인 'JPYC' 발행 연혁

엔화 스테이블코인 'JPYC' 발행 연혁


일본 JPYC의 사례는 이러한 분업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JPYC’는 은행이 아닌 자금이동업자로 지난해 8월 일본 자금결제법상 등록을 마친 뒤 같은 해 10월 엔화와 1대1로 발행·상환되는 스테이블코인을 출시했다. 엔화 예금과 일본 국채를 준비자산으로 보유하고 전용 플랫폼을 통해 본인확인부터 발행·상환까지 연결했다. 이더리움과 폴리곤, 아발란체 등 퍼블릭 블록체인에도 대응한다.

비은행 사업자라고 해서 기존 금융회사와 분리된 독자 생태계를 구축한 것은 아니다. JPYC는 사업 확대 과정에서 Circle과 자본 제휴에 나선 데 이어 MUFG의 Progmat 등 금융·디지털자산 인프라 사업자와 협력을 확대했다. 발행과 준비자산, 블록체인, 결제·정산 및 실제 사용처가 각기 다른 사업자들의 협력을 통해 연결되는 구조다.

글로벌 결제업체 비자의 최근 행보도 같은 방향이다. 비자는 지난달 금융기관과 핀테크, 결제사업자가 스테이블코인의 발행·소각·송금·보관을 하나의 환경에서 처리할 수 있는 ‘비자 스테이블코인 플랫폼(VSP)’을 공개했다. 은행 계좌와 기존 비자 결제망, 서비스형 월렛을 연결하고 기존 자금관리·정산·외환 업무 안에 스테이블코인을 끼워 넣는 구조다.

이는 스테이블코인 사업의 승부처가 단순히 ‘코인을 찍는 회사’에만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발행된 코인이 실제 지급결제 수단으로 쓰이려면 이를 보관할 지갑과 수탁사, 원화를 받을 은행 계좌, 준비자산 관리, 가맹점 네트워크와 해외송금망까지 연결돼야 하기 때문이다.

스테이블코인이 은행 위협?…‘막기보다 올라타기’ 택한 금융권

은행이 적극적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는 또 다른 이유는 스테이블코인이 기존 은행산업에 미칠 영향이 반드시 일방적인 ‘탈중개’로 직결되지는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통상 원화 예금으로 보유하던 자금이 스테이블코인으로 이동하면 은행 예금이 줄고 이에 따라 대출 재원도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요구불예금 등 저원가성 수신이 이동할 경우 은행의 조달비용과 수익성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승석 한국경제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이 제시한 시뮬레이션에서는 스테이블코인 수용률이 10%일 때 은행권의 순예금 유출률이 약 2.49%, 수용률 15%에서는 3.81% 수준으로 추산됐다. 발행사가 스테이블코인의 준비자산을 다시 은행에 예치하고 결제 이후 자금도 은행 예금으로 환류한다는 구조를 반영하면 총예금의 96% 이상이 은행권에 남는다는 분석이다.

이는 특정 가정에 기반한 모의실험이지만 ‘코인 구매액만큼 은행 예금이 그대로 사라진다’는 기존의 ‘탈중개’ 논리와는 차이가 있다.

국회에서는 앞으로도 51%룰과 발행인 인가, 준비자산 관리, 상환권, 거래소 규율 등을 둘러싼 줄다리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민병덕 의원은 “디지털자산기본법을 하반기에 통과시키고 이날 논의를 입법 과정에 반영하겠다”는 방침을 명확히 했다.

장호성 한국금융신문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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