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부스 앞에서는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며 준비해 온 답변을 되뇌는 지원자들이 눈에 띄었다. 채용 담당자에게 자기소개서를 내밀고 부족한 점을 묻거나 필기시험과 면접 준비법을 꼼꼼히 메모하는 모습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이호성닫기
이호성기사 모아보기 하나은행장과 정진완닫기
정진완기사 모아보기 우리은행장, 김성주 부산은행장 등 은행장들도 직접 각사 부스를 찾아 임직원들을 격려하며 채용 현장을 둘러봤다.올해로 10회째를 맞은 금융권 공동채용 박람회에는 역대 최대인 금융기관 82개사가 참여했다. 이 가운데 은행은 IBK기업은행과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 부산은행 등 15곳이다.
현장에서는 채용연계 면접과 모의면접·상담, 현직자 코칭, 직무 관련 강의와 체험 프로그램 등이 동시에 진행됐다. 채용연계 현장면접 우수자에게는 향후 공채 과정에서 서류전형 면제나 가점 등의 실질적인 혜택도 주어진다.
“막막했던 은행 취업, 방향이 보이네요”…2007년생 구직자도 참여
이날 현장에서는 아직 본격적인 취업 준비를 시작하지 않은 10대 구직자들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본인을 2007년생이라고 소개한 한 구직자는 “금융권에 취업하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어디서부터 준비해야 할지 막막했다”며 “자기소개서와 필기 입문 컨설팅도 처음 받아봤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뭔가 깨달음을 얻고 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미 은행권 입사를 목표로 본격적인 취업 준비에 나선 지원자들에게는 실제 채용 전형과 연계된 프로그램이 가장 큰 관심사였다.
실제 금융위는 올해 박람회에서 현장면접 외에도 은행 인사담당자가 구직자에게 1대1 피드백을 주는 모의면접과 채용상담, 현직자와 직접 질의응답하는 코칭 프로그램 등을 함께 운영했다. 단순히 채용 정보를 안내하는 행사를 넘어 구직자가 자신의 현재 수준을 진단하고 실제 전형을 경험하는 방향으로 프로그램을 확대했다.
“비전공자도 상관없다”…은행이 자소서에서 보는 것은 ‘왜’
은행 채용 담당자들이 현장에서 강조한 것은 의외로 특정 학과나 화려한 금융권 경험이 아니었다.
비전공자의 은행 입행 가능성을 묻자 한 채용 담당자는 “전혀 상관없다”고 답했다. 그는 “모든 은행원이 경영학과 출신인 것도 아니고 은행이 원하는 인재상 역시 다양하다”며 “다만 금융과 무관한 전공을 했다면 왜 은행을 선택했는지, 왜 이 직무를 하고 싶은지 정도는 물어볼 것 같다”고 말했다.
지원자의 경험을 평가할 때도 활동 자체의 화려함보다는 이를 얼마나 자기 언어로 설명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채용 담당자는 “있으면 좋은 것은 자소서에 대한 자신감”이라며 “어떤 활동이든 왜 그 활동을 했고 무엇을 얻었는지를 상대가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할 수 있다면 괜찮다”고 말했다.
실제 IBK기업은행 현직자들도 박람회 사전 코칭 과정에서 인턴 경험 유무 자체보다 크고 작은 경험 속에서 자신의 강점을 어떻게 찾아 전달하는지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금융권 경험이 없더라도 지원동기와 자신의 경험을 직무에 연결할 수 있다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지원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학점과 어학점수에 대해서는 보다 현실적인 답이 돌아왔다. 한 채용 담당자는 “솔직히 말하면 중요한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은행들이 블라인드 채용 확대와 직무 중심 선발을 강조하고 있지만 수많은 지원자가 몰리는 서류전형 단계에서는 기본적인 정량 지표 역시 여전히 무시하기 어렵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신한은행 역시 사전 코칭챗에서 학력 자체로 차별하지 않고 무어학·무자격증 합격자도 존재한다고 설명하면서도, 상대평가인 만큼 채용공고상 우대요건을 갖출수록 서류전형에는 유리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자소서도 AI 시대…“참고는 괜찮지만 전적으로 맡기지는 마세요”
올해 채용 현장에서 새롭게 떠오른 핵심질문 중 하나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의 활용 문제였다. 챗GPT 등 AI를 자기소개서 작성에 어느 정도 활용해도 되는지를 묻는 구직자도 적지 않았다.
은행 채용 담당자들의 답은 비교적 분명했다. 아이디어를 정리하거나 문장을 다듬는 등 참고 목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자기소개서 전체를 AI에 맡기는 것은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채용 담당자는 “AI를 참고해서 쓰는 것은 괜찮다”면서도 “전적으로 AI를 활용해 작성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채용 담당자들이 보면 다 잡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문장의 매끄러움보다 자신의 경험과 생각이 실제로 자기소개서 안에 담겨 있느냐는 설명이다. 면접 과정에서는 자기소개서에 적힌 경험을 토대로 꼬리 질문이 이어지는 만큼, AI가 만들어준 경험이나 표현에 지나치게 의존할 경우 오히려 답변의 일관성이 무너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은행 채용의 기준 자체도 빠르게 변하고 있었다. 한 은행 채용 담당자는 “은행들이 원하는 것은 IT와 금융의 융합형 인재”라며 “특히 AI가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만큼 AI를 실제 업무에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들을 중점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IT 전공자만 유리하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이 관계자는 “특정 전공이나 학과에 집중해서 뽑는 것은 아니다”며 “기본적인 금융 지식은 필요하지만 은행은 결국 사람을 상대해야 하는 직업인 만큼 자신감 있고 밝은 표정으로 소통할 수 있는 지원자에게 조금 더 심적으로 가점이 가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은행권 현직자들의 조언도 비슷했다. IBK기업은행 현직자는 좋은 신입행원의 조건으로 적극적으로 배우려는 자세와 배려, 밝은 태도를 들었고 면접에서도 협동심과 의사소통 능력, 상대방을 배려하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 역시 AI 확산에 따른 금융권 채용환경 변화를 주목하고 있다. 이억원닫기
이억원기사 모아보기 금융위원장은 이날 금융회사들에 “AI 시대에 필요한 인재를 적극적으로 채용하고 육성해 달라”고 주문했다. 금융위는 AI 도입 등으로 기업이 필요로 하는 직무와 요건이 변하고 경력직 선호까지 강해지면서 청년들이 느끼는 금융권 취업 문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기업은행 ‘공개 모의면접’부터 '리틀프로 토크콘서트'까지
IBK기업은행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구직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공개 모의면접’을 진행했다. 금융위가 공개한 올해 박람회 일정에도 기업은행 공개 모의면접이 별도 프로그램으로 편성됐다.
무대에 오른 지원자는 모두 세 명이었다. 표정에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IT 관련 학과에 재학 중인 학생부터 학원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지원자까지 이력도 제각각이었다.
면접은 각자의 자기소개와 경험을 바탕으로 한 맞춤형 질문에서 시작됐다. 이후에는 최근 거시경제 상황에 대한 생각부터 은행 업무에 IT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등을 묻는 공통질문까지 이어졌다. 금융 지식만 외워서는 답하기 어려운 질문들이었다. 자신의 경험과 직무를 연결하는 능력부터 경제·금융 이슈에 대한 이해, 디지털 활용 역량을 종합적으로 보겠다는 은행권 채용 기조가 그대로 드러났다.
채용 담당자들이 특히 강조한 것은 ‘답변의 일관성’과 ‘진솔함’이었다. 아는 질문이 나왔다고 서둘러 답을 쏟아내는 것보다 잠시 생각할 시간을 갖고 호흡을 조절하며 안정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는 조언도 나왔다. 예상하지 못한 질문에 완벽한 정답을 내놓으려 하기보다 지원자가 앞서 한 답변과 모순되지 않도록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차분하게 설명하는 것이 더 좋은 평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기업은행 현직자들도 사전 코칭에서 예상하지 못한 질문을 받았을 때 차분히 생각하고 천천히 답변하는 ‘침착함’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면접에서는 이해력과 사고력, 직무역량뿐 아니라 가치관과 문제해결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컨퍼런스 홀에서 열린 ‘리틀프로 토크콘서트’에도 구직자들의 관심이 이어졌다. 하나은행과 IBK기업은행의 신입·현직 행원들이 무대에 올라 자신이 실제로 경험했던 취업 과정과 준비 방법, 어려웠던 점은 물론 입행 후 은행 생활까지 구체적으로 소개했다. 금융위 역시 리틀프로 토크콘서트를 ‘고졸 출신 금융권 현직자가 전하는 취업 노하우’ 프로그램으로 구성했다.
특히 객석 맨 앞줄에는 고등학생들이 자리를 잡고 선배들의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 아직 취업준비 경험이 많지 않은 학생들에게는 어떤 자격증을 준비해야 하는지를 넘어 실제 은행원이 어떤 과정을 거쳐 입행했고, 입행 후에는 어떤 업무를 수행하는지를 직접 들을 수 있는 기회였다.
장호성 한국금융신문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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