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기사 모아보기 신세계그룹 회장이 스타벅스 ‘탱크데이’ 논란 일주일 만에 직접 대국민 사과에 나섰다. 그는 “어떠한 변명도 하지 않겠다. 모든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며 고개를 숙였다. 다만 신세계그룹은 자체 조사 결과 해당 마케팅의 고의성 여부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행사 기획에 참여한 일부 직원들이 휴대폰 제출을 거부하면서 관련 대화 기록 확보에 한계가 있었다는 설명이다.정 회장은 26일 오전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 3층 그레이트홀에 어두운 표정으로 등장했다. 그는 “이번 일로 깊은 상처와 실망을 느낀 5·18 민주화운동 유가족 여러분, 박종철 열사 유가족 여러분, 광주 시민 여러분 그리고 국민 여러분들께 신세계그룹 회장으로서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죄 드리며 여러분의 용서를 구한다”고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정 회장은 조사 결과 발표가 늦어진 데 대해 “철저한 진상 규명을 통해 경위를 상세하게 말씀드리기 위해서였다”며 “이번 스타벅스코리아의 부적절한 마케팅으로 인해 많은 분들이 깊은 아픔과 분노를 느꼈다라는 사실을 저는 매우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떠한 변명도 하지 않겠다.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다. 제 잘못”이라며 “저를 포함한 신세계그룹 구성원 모두 우리 사회의 역사와 희생을 기억하고, 늘 국민의 마음을 깊이 이해하고 존중하겠다”고 말했다.
사과와 함께 정 회장은 스타벅스코리아 현장에서 근무하는 파트너 직원들에겐 따뜻한 시선을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최근 논란 이후 현장 직원들을 향한 폭언과 항의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그는 “책임은 조직과 저를 포함한 경영진에게 있다”고 거듭 강조하며 현장 직원들을 감쌌다.
이어 그는 “내부 시스템과 리스크 관리 체계를 근본부터 다시 점검하고 사회적 책임 기준도 더욱 높이겠다”고 약속했다. 정 회장은 10분 안팎의 사과문을 발표하는 동안 세 차례 고개를 숙였고, 발표 직후에는 별도의 질의응답 없이 현장을 떠났다.
이번 사과는 지난 18일 스타벅스가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 당일 진행한 ‘탱크데이’ 마케팅 논란에 따른 것이다. 이벤트 페이지에는 ‘책상에 탁!’이라는 문구도 함께 사용되면서 민주화운동 희생자들을 연상시킨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후 온라인을 중심으로 불매 움직임이 확산됐고, 이재명 대통령과 정치권까지 공개적으로 문제를 언급하면서 논란은 빠르게 커졌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과 메시지의 핵심을 그룹 차원의 책임 인정과 시스템 개선 약속으로 보고 있다. 정 회장이 이번 사안을 단순 실무진의 실수로 축소하지 않고 그룹 차원의 문제로 규정하면서 기업 문화와 리스크 관리 실패까지 인정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동시에 현장 직원들에게 책임을 돌리지 말아달라고 언급한 것은 최근 불매 압박과 현장 항의 확산을 의식한 메시지로 풀이된다.
진상 결과 “고의성 입증X…관행적인 내부 프로세스 문제”

경영진이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모습. 이규봉 경영지원총괄 전무(왼쪽부터), 전상진 신세계그룹 경영총괄 부사장, 김수완 대외협력본부장 부사장, 양종환 감사팀장 상무. /사진=박슬기 기자
이미지 확대보기결론적으로 신세계그룹은 이번 조사 과정에서 고의성 여부를 밝혀내지 못했다. 해당 마케팅은 스타벅스코리아 커머스팀에서 진행했는데 이들 5명 중 3명이 휴대폰 제출을 거부하면서다. 양종완 상무는 “2명은 혐의가 없음을 밝히기 위해 휴대폰을 제출했지만 나머지 3명은 사생활 등을 이유로 제출을 거부했다”고 말했다.
해당 마케팅이 이뤄지게 된 과정을 살펴보면 스타벅스코리아 커머스팀의 제안으로, 팀장-담당-본부장-대표이사의 보고라인을 거쳐서 최종 확정됐다. 그룹 측은 커머스팀 전원과 전략기획본부, 대표이사 등 결재라인에 대한 휴대폰·노트북 포렌식 검증과 교차 심문을 진행했고, 담당 업무에 사용한 장치와 하드 드라이브는 검증된 절차에 따라 모두 회수해 조사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탱크데이’ 네이밍을 제안했던 직원 등 커머스팀 팀원 3명이 휴대폰 제출을 거부하면서 관련 업무 처리 과정과 내부 대화 내용은 확인하지 못했다. 특히 사내메신저 대화 기록은 회사 서버에 일주일만 저장돼 최초 마케팅 기획 단계에서 팀원들 간의 대화 내용을 확인하지 못했다.
해당 임직원들은 사건 직후 “기존 나수 텀블러 홍보 문구였던 ‘가방에 쏙’과 라임을 맞추는 데 급급했다”, “AI에 물어봤다”, “(5.18은) 생각조차 못했고, 이슈화 이후 다시 보니 그제야 문제가 될 수 있겠구나 인지했다”고 말하며 고의성 여부를 부인했다. 또 손정현 스타벅스코리아 대표는 사건 직후 사내 메신저에서 “이런 문구를 하필...그룹과 즉시 내용 공유하고 대응합시다”라고 발언한 것이 확인됐다.
전상진 부사장은 “해당 임직원들이 이번 이벤트를 고의로 기획했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은 유보하고, 경찰 조사에 적극 협조하기로 했다”면서 “향후 고의성이 확인될 경우 즉각 해고 조치하고 민형사상 책임도 묻겠다”고 했다. 현재 관련자 전원은 대기발령 상태다.
신세계그룹은 이번 사태를 통해 스타벅스코리아 내부의 마케팅 검증과 리스크 관리 체계에 심각한 결함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문제가 된 행사는 팀장·담당·본부장·대표이사 등 4단계 보고 절차를 거쳤지만, 어느 누구도 ‘5월 18일 탱크데이’의 부적절성을 지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특히 일부 합의자는 디자인 시안이 담긴 첨부파일조차 열어보지 않은 채 관행적으로 승인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마케팅의 즉시성과 속도를 우선시하면서 과거 진행되던 법무 검토 절차도 생략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 부사장은 “이번 사안은 실무자 개인의 과실을 넘어 사회적·역사적 민감성에 대한 조직 차원의 인식 부족을 드러낸 사건”이라며 “고의성 여부와 별개로 마케팅 관련자와 결재라인 전체에 대한 엄중 조치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그룹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신세계그룹은 온라인상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룹 측은 ‘탱크 텀블러’의 명칭과 용량(503ml)이 특정인의 수인번호를 암시했다거나, 미니 탱크 텀블러 출시일인 4월 16일이 세월호 참사를 겨냥한 것이라는 주장, 탱크 듀오 세트 할인율 21%가 5·21 민주항쟁 당시 계엄군 집단 발포일을 의미한다는 해석 등에 대해 모두 사실무근이라고 강조했다.
조직문화, 환불 등 논란…향후 대응은?

전상진 부사장이 26일 스타벅스코리아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박슬기 기자
김수완 부사장은 “이번 마케팅팀 직원들의 연령을 살펴보면 20대 초반이 2명, 30대 후반이 3명인데 그들이 갖는 역사의식이 저희와 사회가 느끼는 역사적 인식과 동떨어져 있는 부분이 있었음을 확인했다”며 “20대부터 60대까지 아우를 수 있는 역사 의식 교육 프로그램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세계그룹은 네 번의 합의라인이 있었음에도 관행적으로 승인이 이뤄진 부분에 대해서도 개선하겠다는 입장이다. 전성진 부사장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CSR이나 법무 등 해당 이벤트에 합의하는 부서가 있는데 이번에 배제가 돼 있었다”며 “이커머스팀이라는 게 워낙 주단위 많은 행사를 하고 있고, 매출에만 신경을 쓰다 보니 날짜나 의미가 주는 것들에 대해 생각을 못한 것으로 확인했다. 시스템 개선에 대한 많은 논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논란 이후 온라인에서는 이른바 ‘탈벅’ 움직임과 함께 선불충전금 환불 규정 개선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현재 스타벅스 선불카드는 일정 비율 이상 사용해야 환불이 가능한 구조다. 이에 대해 전상진 부사장은 “고객들의 환불 및 멤버십 탈퇴 요구를 인지하고 있다”면서 “고객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개선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선불충전형 표준약관 등 제도적 부분이 있어 관련 부처와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신세계그룹은 “이번 사안을 계기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내부 통제 시스템 전반을 다시 점검하고 있다”며 “리스크 관리 체계를 근본부터 개선해 국민들에게 신뢰받는 기업으로 다시 자리매김하겠다”고 밝혔다.
박슬기 한국금융신문 기자 seulg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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