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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코스닥 승강제, 낙인 아닌 ‘성장 사다리’ 되려면

방의진 기자

qkd0412@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4-06 05:00

우량 중견기업·혁신기업 혼재…정체성 모호 문제
코스닥 승강제, 시장 재편 ‘긍정ʼ 실효성 ‘관건ʼ

▲ 방의진 한국금융신문 증권부 기자

▲ 방의진 한국금융신문 증권부 기자

[한국금융신문 방의진 기자] IPO(기업공개) 기자 간담회를 취재하러 다니다 보면 코스닥에 상장하는 기업이 정말 많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상장하는 기업도 중견기업부터 신생기업까지 그 범위도 다양하다. 그러나 시장의 외형은 커졌지만, 인식은 제자리인 것 같다.

코스닥 시장은 1996년, 기술력과 성장 가능성을 갖춘 혁신기업들이 자금을 원활히 조달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갈 수 있게 돕기 위해 출발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시장의 모습은 당초 취지와는 다소 다른 방향으로 전개됐다. 성장성이 높은 기업이 충분한 평가를 받지 못하는 반면, 경쟁력을 잃은 기업은 적시에 정리되지 못하는 구조적 비효율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시장 정체성 역시 모호해졌다. 우량 중견기업과 혁신기업이 한 시장에 공존하면서 서로 다른 성격의 기업을 함께 뒷받침해야 하는 구조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코스닥 지수는 이런 한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코스닥은 상장기업 수와 시가총액이 늘었지만, 지수는 오랜 시간 제자리걸음에 머물렀다. 코스피가 고점을 거듭 경신하는 동안에도 코스닥은 상대적으로 조용한 흐름을 보였다. 이 같은 괴리는 결국 ‘코스닥은 코스피로 가기 위한 2부 리그’라는 인식으로 이어졌다.

이런 배경에서 정부는 코스닥 승강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코스닥 시장을 프리미엄과 스탠다드로 나눠, 2부 리그 형식인 승강제 방식으로 운영하는 방안이다. 별도의 관리군도 둬서 위험 기업을 분리 관리하는 구조다. 부실기업은 신속히 정리하고, 혁신기업 중심으로 시장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구상이다.

취지에 공감하는 바이다. 기업의 성장 단계에 맞는 시장 구조를 마련하고, 혁신기업 중심으로 기능을 재편하겠다는 취지는 의미가 있다.

해외 주요 거래소들 역시 기업의 규모와 성장 단계에 따라 시장을 세분화해 운영하고 있다는 점도 참고할 만하다.

다만 제도 개편의 파급력은 가볍지 않다. 자본시장 전반의 기반 구조를 건드리는 사안인 만큼 시장 감시와 회원 규제, 청산·결제 등 여러 영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전체 시스템의 균형과 안정성을 해치지 않도록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

또한, 하위 시장에 대한 낙인 효과 우려도 간과하기 어렵다. 시장이 사실상 등급화될 경우 하위 시장에 속한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열등하다는 인식이 형성될 수 있다. 이는 투자 수요 위축으로 직결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자금이 상위 시장으로 쏠리는 현상도 나타날 수 있다.

관건은 역시 실효성이다.

세그먼트 구분이 실제 투자 판단에 얼마나 의미 있는 기준으로 작동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형식적 구분에 그친다면, 또 하나의 ‘보여주기식 제도’에 그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코스닥이 ‘코스피의 2부 리그’로 여겨져 온 현실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같은 오명이 반복된다면 이번 개편 역시 실패한 구조개편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승격과 강등 기준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평가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동시에 단순한 구분이 아니라 기업의 성장을 뒷받침하는 구조가 함께 설계돼야 한다.

코스닥 승강제는 하나의 제도 도입에 그쳐서는 안 된다. 시장 구조 전반을 다시 설계하는 출발점이 돼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기관투자자 중심의 안정적인 자금이 유입되고, 혁신기업의 성과가 다시 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코스닥이 ‘코리아 프리미엄’을 견인하는 성장 시장이 될지, 또 하나의 ‘2부 리그’로 남을지는 결국 이번 개편에 달려 있다.

방의진 한국금융신문 기자 qkd0412@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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