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신동아건설의 법정관리 신청이 건설업계에 위기의 시작을 알렸다. 시공능력평가액 순위 58위였던 건설사가 주택사업 분양 부진과 공사비 급등으로 인한 유동성 악화에 직면하면서 업계 전체에 긴장이 흘렀다.
그 후 상반기 동안 여러 건설사들의 법정관리가 이어졌다. ▲대저건설 ▲삼부토건 ▲안강건설 ▲대우조선해양건설 ▲삼정기업 ▲삼정이앤씨 ▲벽산엔지니어링 ▲대흥건설 ▲영무토건 등 10여 개 건설사가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각 지역에서 수십 년 명성을 이어온 중견 규모 건설사들이 무너지면서 업계는 위기에 돌입했다는 인식이 팽배했다.
하지만 이런 위기감은 하반기 들어 다소 사그라들었다. ▲신한종합건설 ▲동우건설 ▲유탑그룹 계열사 등이 법정관리를 신청했지만 상반기와 달리 법정관리 신청 숫자가 줄어들며 위기가 잠시 진정되는 듯 보였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신동아건설은 지난 1일 법정관리 신청 9개월 만에 기업회생을 끝냈다. 업계의 예상보다 훨씬 빠른 위기 탈출이었다. 태영건설도 올해 1조원 이상을 수주해 시공능력평가 20위권에 재진입했다. 위기에 빠진 주요 건설사 일부가 회복세를 보여주며 업계의 긴장은 다소 완화됐다.
하지만 건설업계에 긍정적인 흐름만 계속된 것은 아니다. 지난 1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이 플랜트 부문 직원 1000명에 대한 유급 휴직을 결정한 것이 대표적이다. 회사 직원들은 다음 달부터 6개월간 플랜트 부문 인원의 절반인 1000명이 평균 임금의 70% 수준의 급여를 받으며 휴직에 들어간다. 이는 공사비 상승이나 일감 부족 같은 경영 부진 요소가 남아있다고 추측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경기 지표는 여전히 부진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20일 국토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9월 폐업을 신고한 종합 건설사는 486곳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435곳 대비 11.7% 증가했다. 전문건설업체 폐업도 2083곳에 이르렀다. 건설업의 위기는 여전하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전문가들은 위기가 다소 완화된 것처럼 보이지만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이 없으면 업계 전체가 위험해질 수 있다고 평가한다. 안형준 건국대 건축학과 교수는 "위기가 다소 완화된 것처럼 보여도 건설사들이 아직 제자리를 못 잡고 있다"며 "감원이나 인원 조절을 하는 것이야말로 뭔가 삐걱거리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안형준 교수는 "신동아건설 사례는 굉장히 특수 사례이고 그마저도 아직 문제가 남아 있다"며 정부가 건설사들을 활성화 시킬 수 있는 시급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안 교수는 "10·15 부동산 대책을 이을 건설사 활성화 방안을 내놓지 않으면 건설업이 위험하다"며 "건설업이 무너지면 그 피해는 결국 국민이 입는다"고 비판했다.
왕호준 한국금융신문 기자 hjwang@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