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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로템, 30년 집념으로 한국형 고속철도 완성

신혜주 기자

hjs0509@fntimes.com

기사입력 : 2025-10-20 05:00

단순조립서 독자기술 개발
동력집중식·분산식 모두 확보
글로벌 철도 제작사로 도약

현대로템, 30년 집념으로 한국형 고속철도 완성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신혜주 기자] 1980년대 말, 고속철도는 한국에 ‘그림의 떡’이었다. 1989년 정부가 고속철도 건설 계획을 발표했을 때 국내 관련 기술은 사실상 전무했다. 초기에는 프랑스 알스톰(Alstom)으로부터 기술을 들여왔지만, 제공된 내용은 제한적이었다. 핵심 설계도와 부품 정보는 빠져 있었고, 부품 코드나 재료 정보조차 공유되지 않았다.

이후 현대로템을 중심으로 국내 연구진이 한국형 고속차량 ‘G7’ 개발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철도기술연구원, 현대중공업, 대학 연구소 등 70여 기관이 협력해 설계부터 추진장치, 차체 소재까지 전 과정을 새로 구축했다.

2002년, 6년간 연구 끝에 국산 고속시험차량 G7이 첫 시험 주행에 성공했다. 4만여 개 부품을 국내 기술로 조립했으며, 철 대신 알루미늄 합금 차체를 채택해 경량화와 효율을 동시에 잡았다.

이 성과를 바탕으로 현대로템은 2005년 코레일 신규 고속열차 사업(KTX-Ⅱ)에서 프랑스 업체를 제치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자체 기술로 상용 고속차량을 제작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순간이었다.

KTX-Ⅱ 개발 과정은 쉽지 않았다. 반복되는 설계 변경과 부품 호환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술진이 전국을 오갔다. 전문 디자이너도 부족해 외형 설계에만 수개월이 걸렸다. 시운전은 영업이 끝난 새벽에 진행됐고, 혹한과 폭염 속에서 시험이 이어졌다.

이러한 노력 끝에 2010년 KTX-산천이 정식 운행을 시작했다. 한국은 세계에서 네 번째로 고속철도 독자 기술 보유국 반열에 올랐다. 현대로템은 단순 제작사를 넘어 국가 철도 기술 주역으로 자리매김했다.

현대로템은 기술 독립에 안주하지 않고, 곧바로 차세대 고속차량 개발에 착수했다. 2007년부터 추진된 동력분산식 고속차량 개발 프로젝트는 기존 기관차 중심 동력집중식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도전이었다. 각 차량에 추진장치를 분산해 속도와 효율을 높이고자 했으나, 객실 공간 확보와 전력 장치 배치 등에서 시행착오가 거듭됐다.

결국 2012년 최고 시속 430km급 차세대 한국형 고속시험차량 ‘HEMU-430X’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 기술은 상용화를 거쳐 2021년 국내 첫 동력분산식 고속차량 ‘1세대 KTX-이음’으로 이어졌다. 이로써 현대로템은 동력집중식과 동력분산식 두 체계를 모두 독자 개발한 제작사로 자리했다.

현대로템은 해외 시장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2023년 한국형 고속철 역사상 최초로 우즈베키스탄에 고속철 수출을 성사시켰고, 유럽 철도운영 호환성 인증(TSI)을 획득해 유럽 진출 기반을 마련했다.

국내에서는 2024년 ‘KTX-청룡’ 개통에 이어 2025년 ‘2세대 KTX-이음’을 선보였다. 국토교통부와 철도기술연구원과 함께 370km/h급 차세대 고속차량 ‘EMU-370’ 개발 사업도 진행 중이다.

이는 2034년 KTX 세대교체를 목표로 한 국가 핵심 프로젝트다.

30여 년 전 외국 기술에 의존하던 철도산업은 이제 현대로템을 중심으로 세계 시장과 경쟁하고 있다. 총 2조 7,000억 원이 투입된 한국형 고속철 개발의 여정은 단순한 산업 발전을 넘어, 국내 300여 개 협력업체와 기술진이 함께 완성한 ‘끈기의 집합체’다. 조립 기술로 출발했던 현대로템은 이제 한국형 고속철 기술을 수출하는 글로벌 철도 제작사로 자리매김했다.

신혜주 한국금융신문 기자 hjs0509@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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