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업계에 따르면 동성제약은 지난 2일 나 전 대표를 해임하고 유영일 라에힐코리아 CEO 겸 동성제약 사내이사를 신임 대표로 선임했다. 유 신임 대표는 브랜드리팩터링 측 인사다.
나 전 대표 측은 즉각 반발했다. 이번 이사회 결의에 정관과 소집 권한을 무시한 절차적 하자가 있다는 주장이다. 나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이사회 전체 인원이 일정상 참석이 불가한 상황에서 나 전 대표가 이사회를 미루자고 했지만, 브랜드리팩터링 측에서 강행했다”고 말했다.
앞서 브랜드리팩터링은 지난달 12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나 전 대표 해임과 정관 변경, 이사·감사 해임, 이사 수 변경, 이사 선임안 등을 추진했다. 이사 선임을 제외하곤 모두 특별결의 사안으로 출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발행주식 총수 3분의 1 이상 찬성을 충족해야 한다. 하지만 이들 안건은 특별결의를 충족하지 못해 부결됐다.
반면 브랜드리팩터링 측 사내이사 3명과 사외이사 1명은 51.85%가 찬성하며 가결됐다. 이사 선임은 보통결의로 출석 주식 과반 찬성만 있으면 가능하다. 이로써 브랜드리팩터링 측 이사는 4명, 나 전 대표 측은 3명이 됐다.
나 전 대표는 고(故) 이선규 동성제약 창업주의 외손자로 지난해 10월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이후 이선규 회장의 아들이자 나 전 대표의 외삼촌인 이양구 전 동성제약 회장이 지난 4월 보유지분 368만 주를 브랜드리팩터링에 매각하면서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됐다.
현재 브랜드리팩터링 지분은 14.12%로 동성제약 최대주주다. 나 전 대표는 2.88% 지분을 가지고 있다. 이사회 구성인원에서도 나 전 대표 측이 브랜드리팩터링 측보다 적다.
이에 더해 나 전 대표 측이 제기한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모두 기각, 유영일 신임 대표 체제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분과 이사회 수에서 밀리는 것뿐만 아니라 법원 판결까지 불리하게 나와 브랜드리팩터링 측이 유리한 상황”이라고 했다.
나 전 대표 측은 이사회 소집 절차상 하자에 대한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만약 나 전 대표 측이 법적 대응에 나서고 법원에서 이를 받아들인다면 경영권 분쟁에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한편, 동성제약은 현재 회생절차를 진행 중이다. 나 전 대표는 법정 관리인으로 있는 만큼 기업 회생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회생 계획안 제출기한은 다음 달 10일이다. 동성제약 관계자는 “공식 입장이 정리되는 대로 구체적인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했다.
양현우 한국금융신문 기자 yhw@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