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함께 그룹별 발행 규모에서는 대신파이낸셜그룹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한국금융신문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토대로 8월 일반 회사채와 자본성 증권(후순위채, 신종자본증권) 공모 발행 실적을 분석한 결과, 대신파이낸셜그룹은 총 6600억 원을 발행해 전체의 27.7%를 기록했다.
뒤이어 SK그룹이 4300억 원(18.1%), 하나금융그룹이 4000억 원(16.8%)을 발행하며 상위권을 형성했다. 특히 메리츠금융까지 포함한 상위 4개 그룹의 발행액이 전체의 75.6%를 차지하며 쏠림 현상이 더욱 두드러졌다. 이번 분석은 은행채, 여전채, 자산유동화증권(ABS), 수요예측을 거치지 않은 발행은 제외했다.
개별 기업별로는 SK(AA+)가 4300억 원으로 발행규모 1위를 기록했고, 이어 하나금융지주(AA-, 4000억 원), 메리츠금융지주(AA, 3100억 원)가 뒤를 이었다. 대신증권(AA-)과 대신에프앤아이(A0)도 각각 3600억 원, 3000억 원을 발행하며 그룹 차원의 존재감을 키웠다.
반면 BBB급은 두산퓨얼셀(620억 원), JTBC(500억 원), 이랜드월드(300억 원) 등 모두 1000억 원 미만에 그쳤다.
업종별로는 금융업종이 1조5200억 원을 발행해 전체의 63.8%를 차지했고, 제조업 등 비금융업종은 8620억 원(36.2%)에 머물렀다.
수요예측 결과에서도 신용등급별 선호도가 뚜렷하게 갈렸다. 우량등급 발행사일수록 초과 수요가 두드러졌다. 동원F&B 3년물은 15.3대 1로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고, 대신에프앤아이 3년물도 14.7대 1에 달했다. 대신증권 2·3년물, 대신에프앤아이 2·5년물 역시 11배 이상 수요를 확보하며 그룹 계열사들이 시장을 휩쓸었다.
반면 경쟁률 하위권은 A- 이하 발행사들이 차지했다. JTBC(BBB)는 500억 원 모집에 190억 원만 모여 0.38대 1에 머물렀고, 이랜드월드(BBB) 1년물과 1.5년물도 각각 0.53대 1에 그쳤다.
두 곳 모두 올해 2월에도 공모에 나섰던 바 있다. 당시 JTBC는 1 · 2년물 평균 2.7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이번엔 미매각 사태를 피하지 못했다. 이랜드월드는 지난 2월 600억 원 모집에서 단 한 건의 매수 주문도 확보하지 못했는데, 이번에도 수요 부진이 반복됐다.
JTBC는 2022년 이후 연결 매출이 4381억 원 → 3894억 원 → 3801억 원으로 감소했으며, 영업손실도 △42억 원 → △707억 원 → △386억 원으로 확대됐다. 올해 상반기에도 △195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뚜렷한 개선세를 보이지 못했다.
이랜드월드 역시 자회사 실적 부진으로 지난해 1506억 원의 연결 순손실에 이어 올 상반기에도 319억 원의 순손실을 냈다. 부채비율(171%)과 차입금의존도(46%)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며 재무 안정성 우려도 지속되고 있다.
결국 두 회사 모두 본업과 자회사 부진으로 인한 재무 구조 취약성이 투자심리에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밖에 신한자산신탁(A-), 두산퓨얼셀(BBB)도 2배 미만의 낮은 경쟁률을 기록했으나 간신히 증액 발행에는 성공했다.
한 투자은행 관계자는 "이번 상법 개정으로 계열사 지원 가능성에 대한 신용평가사의 기준이 달라질 수 있어, 투자자들이 그룹 차원의 지원을 예전처럼 당연시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며 "이에 따라 발행사별 고유 신용도와 재무구조에 따른 차별화가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두경우 한국금융신문 전문위원 kwd122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