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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슈어테크 규제와 팔려가는 당나귀의 교훈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기사입력 : 2018-07-23 09:20

인슈어테크 규제와 팔려가는 당나귀의 교훈
[한국금융신문 장호성 기자] 어느 마을의 한 부자(父子)가 당나귀를 장에 내다 팔기 위해 끌고 가던 중 농부를 만났다. 농부는 "탈 수 있는 당나귀를 왜 안타고 다니느냐?"라며 비웃자 아버지는 아들을 당나귀에 태우고 가게 된다. 조금 더 길을 가던 중, 마을 노인들이 그들을 보고 "아버지는 고생하는데 아들만 편하게 당나귀를 타고 있네!"라며 크게 화를 냈다. 결국 두 사람은 함께 당나귀에 올라타고 가게 됐다.

얼마 가지 않아 한 무리의 사나이들이 나타나 두 사람에게 "당신들이 당나귀를 타고 가는 게 아니라 메고 가는 게 더 좋겠소. 그러면 당나귀도 안전하게 운반할 수 있을 것 아니오“라고 충고했다. 이에 두 사람은 당나귀의 다리 둘을 막대기에 묶고 짐을 지어서 가게 된다. 이를 보고 마을 사람들은 모두 웃음보를 터트렸다.

그렇게 마을 입구의 외나무다리를 지나던 중, 매달려가던 당나귀가 발버둥을 치다가 개울에 빠져 익사하고 말았다. 부자는 허탕만 치고 빈손으로 집에 돌아와야 했다.

이 이야기의 교훈은 모든 사람들의 비위를 맞춰주다가는 결국 이도저도 아니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이 이야기를 다시 접하고 나니 무언가 다른 것이 보였다. 바로 당국의 인슈어테크 규제에 대한 이야기다.

보험사들은 향후 10년을 책임질 먹거리로 4차 산업혁명을 통한 ‘인슈어테크 혁신’에 주목하고 있다. 인슈어테크는 블록체인,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의 기술을 보험업에 접목시킨 산업을 말한다. 이미 미국, 유럽, 중국 등 선진국의 보험 시장에서는 포화된 보험 산업의 새로운 대안으로 웨어러블 기기를 통한 건강증진형 보험 등이 활발하게 도입되고 있다.

중국 중안보험은 당뇨병 환자의 혈당 상태를 실시간 정보로 전송해 보험료에 반영하는 '탕샤오베이'라는 상품을 출시해 운영 중이며, 미국 생명보험사 ‘존 행콕’ 역시 웨어러블 기기를 통한 가입자 생체 리듬 파악으로 보험료를 15%까지 할인해주는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문제는 금융업계와 보험업계만이 아니라 의료계나 IT업계 등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다양한 업권과의 갈등이다. 우리나라의 인슈어테크는 과도한 규제로 인해 사실상 ‘걸음마 단계’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예를 들어 채혈 등을 통해 혈당을 체크하는 서비스의 경우 채혈 과정을 ‘의료 행위’로 봐야 할지를 놓고 의료계와 당국의 힘싸움이 한창이며, 빅데이터를 통한 고객 데이터 스크래핑 역시 ‘개인정보를 어디까지 공개해야 하나’를 놓고 관련 기관과 보험업계가 대치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헬스케어 및 웨어러블 기기 도입에 주도적인 역할을 해줘야 할 의료계와 금융당국이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며 차일피일 논의를 미루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금융감독원 한 관계자는 “인슈어테크나 핀테크와 관련해 규제를 완화하고 싶어도, 금융당국만의 규제만이 아니라 과기정통부, 기획재정부, 보건복지부 등 수많은 기관들이 얽히고설켜 사정이 녹록치 않다”고 토로했다.

이와 관해 최종구닫기최종구기사 모아보기 금융위원장 역시 최근 열린 생명보험협회의 세미나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보험산업의 경쟁력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새 규제 프레임이 구축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규제 소관이 명확하지 않은 ‘그레이존’에 대한 명확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보험연구원 양승현 연구위원은 “일본은 그레이존 해소를 위해 사업자가 구체적인 사업계획에 대해 규제가 적용되는지 여부를 사전에 사업소관 부처 장관을 경유해 해당 규제소관 부처 장관에게 확인하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이를 시사점으로 삼아 개인정보수집 등 규제 불확실성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여기저기서 우후죽순 터져 나오는 현행 규제 프레임은 마치 당나귀를 팔러 가는 부자를 보고 이래라 저래라 하는 마을 사람들을 보는 듯하다. 현장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대책도 양보도 없는 규제가 이어진다면 결국에는 인슈어테크라는 당나귀도 개울에 빠져 익사하고 말 것이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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