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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광식 칼럼) 현대통화이론의 유혹

정광식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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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9-04-09 09:56 최종수정 : 2019-04-09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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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통화이론(MMT: Modern Monetary Theory)에 대한 관심이 최근 미국에서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현대통화이론은 과도한 인플레를 유발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는 정부는 무한하게 부채를 늘려서 지출을 확대해도 발권력이 있기 때문에 디폴트의 위험이 없다고 주장한다.

지난 30년간 비주류 이론이었던 이 이론이 주목을 받게 된 것은 정치가들 때문이다. 지난 미국 대선에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이 이론을 주장한 바가 있고, 최근에는 민주당의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하원의원이 미국의 온실가스 배출을 없애는 내용을 담은 ‘그린 뉴딜 정책’의 재원을 MMT를 기반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관심을 증폭시켰다.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공화당도 대규모 재정적자를 반대하는 입장에서 후퇴하고 있다고 한다.

아직까지는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이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일부 주류 경제학자들 중에서도 동조자가 나타나고 있어 정치권의 이해관계와 맞물린다면 의외로 빨리 세력을 확장할 수도 있어 보인다. 경기침체의 위협이 다시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통화정책은 이미 정책카드로서의 여력이 부족하고 효과에 대한 의문도 많이 제기된 바 있다. 정치권에서 재정정책에 대한 유혹을 많이 느낄 수 있는 상황이다.

중국의 성장속도가 둔화된 이후 전 세계는 수요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선진국들 수요부진의 구조적 요인은 고령화와 양극화이다. 고령화는 이민자가 많은 미국은 문제가 작고 사실 해결하기도 힘들다. 양극화의 완화를 위해서는 기득권층의 양보를 바탕으로 한 구조개혁이 가장 바람직한데 역사적으로 기득권층이 양보한 사례를 찾아보기 쉽지 않음에서 알 수 있듯이 역시 쉽지 않고 정치가들에게는 특히 부담스러운 일일 것이다. 정례화되고 있는 미국 국가부채 한도 조정 과정의 여야 충돌과 정부 셧다운도 피곤한 일일 것이다. 결국 그들은 쉬운 길에 유혹을 느끼는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에서 이러한 주장이 대두될 수 있는 것은 그들이 기축통화 국가이기 때문이다.

기축통화 국가가 아닌 나라가 발권력을 무제한으로 행사했다가는 환율 폭등으로 외환위기를 맞기 쉽상이다.

미국 달러가 기축통화가 된 것은 1944년 브레튼우즈 체제부터이다. 동 체제하의 미 달러는 금태환제였다. 1971년에 베트남전쟁 여파로 미국 재정이 어려워지자 닉슨 대통령이 금 태환제를 포기했고 브레튼우즈 체제도 사실상 붕괴되었다. 그 이후 미 달러의 위세와 가치는 크게 낮아졌으나 아직도 미국의 절대적인 경제력과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기축통화로서의 지위는 유지되고 있다.

기축통화의 요건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통화가치의 안정이다. 아직까지는 미국 달러가 가장 신뢰할만한 기축통화이고, 글로벌 금융위기의 경우에는 안전자산으로서의 역할도 하고 있어 통화가치의 안정성은 최고이다. 그러나 이는 우위에 있는 통화정책 능력과 국가부채관리를 위한 제도에 대한 믿음이 바탕에 깔려있기 때문이지 국가부채관리를 포기하는 경우에도 미 달러에 대한 신뢰가 계속 유지될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세계의 기축통화가 항상 미 달러였던 것도 아니다. 19세기 중반 이후에는 영국 파운드화가 기축통화 역할을 담당했었으나 1차와 2차 세계대전으로 경제가 피폐해지고 재정이 고갈되면서 미국 달러에 그 지위를 빼앗기게 된 것이다.

미국의 통화가치 관리가 방만해지면 기축통화의 지위도 흔들릴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미국의 절대적인 힘의 우위와 아직은 크게 높지 않은 국가부채 수준을 고려할 때 향후 10~20년 내에 문제가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먼 미래의 문제가 될 것이다.

미국의 정책은 다른 나라에도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 금융위기 이후의 통화정책이 비근한 예이다. 유로화, 엔화 등 미 달러보다는 못하지만 어느 정도 기축통화 역할을 하고 있는 통화를 보유하고 있는 국가들도 유혹을 느낄 가능성이 높다.

이는 모두 미래세대의 부담으로 돌아갈 것이다. 인류는 미래세대에게 부담만 계속 늘려줄 모양이다. 만약 현실화된다면 말이다.

* 정광식 칼럼니스트는 30년 가량 자산운용업계에서 근무했습니다. 운용사 채권운용본부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품에자산운용 고문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정광식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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