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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에 만연한 현대판 음서제

김의석 기자

eskim@

기사입력 : 2017-10-20 09:26 최종수정 : 2017-10-21 18:01

금융부장 겸 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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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에 만연한 현대판 음서제
[한국금융신문 김의석 기자] 가뜩이나 취업하기 어려운 세상에 ‘현대판 음서제(蔭敍制)’를 방불케 하는 채용 비리 의혹에 취업가가 시끌벅적하다. 오죽하면 젊은이들 사이에 ‘부모 잘 만나는 게 최고의 스펙’이라는 자조썩인 말이 흘러나왔을까 싶다. 음서제는 조상과 부모의 ‘빽’이 든든한 젊은이에게만 열려 있는 등용문이었다. 과거 없이 관리에 채용하는 제도로, 처음에는 장자에만 혜택을 주었고 직위도 엄격히 제한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문벌 귀족들이 압력을 넣다 보니 이로 인해 조정에 동생이나 사위, 조카에 이르기까지 친인척으로 가득 찼고, 이렇게 여러 대에 걸쳐 부와 권력이 세습되다보니 일부 고위층이 정치권력을 독점하고 나아가 경제적 부까지 축적해가는 부작용이 빚어졌다. 가족을 기반으로 하는 족당 세력이 정치와 경제를 농단하는 사태가 빚어진 것이다.

그런데 요즘 이런 ‘현대판 음서제’ 논란을 일으키면서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받는 곳이 있다. 바로 금융감독원과 우리은행 등 금융가다. 무엇보다 금융회사를 관리, 감독해야 하는 위치에 있는 금융감독원에서 채용 비리는 놀라워서 입을 다물 수 없다. 이들은 특채가 아닌 공채를 표방하고서도 청탁자들의 자제를 합격시키려고 갖은 사기술을 동원해 수많은 공채 지원자들을 기만한 것으로 드러기 때문이다. 금융기관에 위상에 걸맞은 공공의식은 고사하고 최소한의 상식조차 외면한 채용비리라고 할 수 밖에 없다.

공적자금이 투입된 우리은행 특혜 채용 의혹도 일파만파 번지고 있는 상황이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지난 17일 금융감독원을 상대로 한 국정감사에서 지난해 우리은행 신입사원 공채 과정에서 국가정보원과 금융감독원 등 사정기관 직원 등의 청탁을 받고 특혜로 채용했다고 의혹을 폭로했다. 우리은행 측은 블라인드 면접방식을 도입하고 있어 면접관이 지원자의 인적사항을 알 수 없어 특혜 채용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지만 이 해명이 얼마나 설득력을 가질지는 의문이다.

사실 우리은행은 직원 평균 연봉이 8000만 원에 이르고 복지수준이 높아 금융회사 중에서도 민간 분야의 ‘신의 직장’으로 꼽힌다. 지난 7월 올해 채용인원을 600명 수준으로 늘리겠다고 선언하고 하반기 채용에 돌입했지만 정부 지분이 많은 우리은행이 이런 식이라면 ‘공공 부문 일자리 81만 개’ 공약도 빛을 잃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특혜 채용으로 지목된 사례 중에는 청탁자가 우리은행 관계자에게 직접 부탁한 경우뿐 아니라, 우리은행을 감독하는 금융당국을 거친 민원도 적지 않았던 것 같다. 심상정 의원이 공개한 문건에는 이상구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요청으로 한 건, 또 한 건은 금융감독원 요청으로 기재돼 있었다. 금융감독원이 공채에 특혜 채용을 밀어 넣은 일이 우리은행 뿐만 아니라 금융권 전반에 걸쳐서 암암리에 일어나고 있지 않았는지 의심스럽다.

안 그래도 공공기관 채용비리 등이 70만 취업준비생들에게 던진 충격이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이번 금융권 채용의혹까지 사실로 밝혀질 경우 우리나라 채용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근본부터 흔들리지 않을까 걱정스럽기도 하다. 국사 교과서 한 귀퉁이에 있을 법한 '음서제'가 요즘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올라오는 일이 잦고, 온라인상에서는 이를 우려하는 쓴소리가 쏟아지고 있는 상태다. 아이디 ‘sun*****’를 사용하는 한 네티즌은 “지금이 어느 시대인가? 조선도 고려도 아닌 21세기인데 부모의 능력에 따라 채용이 결정되는 사회, 정말 희망이 없다”며 개탄했고, 아이디가 ‘ryun****’ 네티즌은 “특혜 채용은 무조건 중대한 범죄 행위다. 이건 아닌것 같다”며 현대판 음서제를 향한 작심비판을 날렸다.

취업준비생들이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쓰는 취업시즌이다. 그러나 ‘취업 빙하기’라고 불릴 만큼 청년실업은 매우 심각하다. 취업준비생들은 ‘과연 취업 시장에서 능력대로 공정한 경쟁이 가능하냐’는 비관론에 빠지기도 한다. 취업에 대한 문제가 그 어느 때보다 민감한 시절에 국내 대표적 금융기관과 은행이 ‘현대판 음서제’ 같은 수준 낮은 비판을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금융당국 역시 이런 청탁의 고리, 이권의 카르텔의 구조를 깨고 도덕성과 투명성이 금융 공기업과 금융회사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취업비리 근절에 앞장서야 한다. 그래야만 높은 실업률에 허덕이는 취업준비생들이 허리를 펴고 기댈 수 있는 언덕을 마련해 줄 수 있다.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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