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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불붙은 ISA 선점경쟁에 씁쓸한 관전평

김의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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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6-02-22 00:14 최종수정 : 2016-02-23 15:35

김의석 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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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불붙은 ISA 선점경쟁에 씁쓸한 관전평
[한국금융신문 김의석 기자]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는 1인 1계좌만 허용되는데다 한 번 가입하면 5년은 유지해야하기 때문에 은행들은 물론, 증권사까지도 고객 유치를 위한 예약 경쟁에 적극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서민 재산 불리기와 자본시장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내달 14일 도입되는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일명 만능통장이 화제다.

ISA가 만능통장이라고 불리게 된 것은 예금, 적금, 펀드 등 본인이 갖고 있는 금융상품들을 ISA라는 계좌 하나에 통합해서 편리하고 간편하게 운영할 수 있어서다. ISA에 가입하면 예·적금계좌 따로, 펀드계좌 따로 관리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작명인 셈이다. 게다가 비과세 혜택도 크다. ISA에 담아둔 금융상품(예·적금, 펀드 등)에서 수익이 발생하면 조건에 따라 200만원에서 최대 250만원까지 세금을 면제해 준다.

금융 당국은 이런 이점 덕에 ISA가 새로운 서민 재테크 상품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는 올해만 약 800만 계좌, 24조원 가량의 신규 자금이 ISA에 흘러들 것으로 예상했다.

이 같은 예상과 기대가 있어서인지 요즘 금융회사들은 고객 선점을 위해 미끼 경품까지 내걸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자동차와 골드바 등 값비싼 경품을 내건 사전 가입자 마케팅을 펼치고 있고, 증권가에서는 사전 가입자에게 5%의 환매조건부채권(RP) 매수 기회를 제공하는 이벤트도 내놨다. 일부 은행에서는 영업점에 계좌유치 할당을 내리는 등 강한 영업드라이브를 걸고 있다고 한다.

이들 금융회사가 ISA 고객 유치에 열을 올리는 것은, ISA가 의무 가입기간(3~5년)이 있는 ‘족쇄’ 상품이어서 고객 돈을 많이 모으면 모을수록 수수료를 더 두둑이 챙길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저금리로 이자 수입이 줄어 수수료 수입이 절실해진 은행 입장에선 놓칠 수 없는 ‘효자 상품’인 셈이다. 가입 실적 등 단기 실적으로 평가 받는 금융사 경영진은 그 어느 때보다 고객 유치에 목을 맬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시장 선점을 위한 금융회사 간 경쟁이 과열되면서 불완전판매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아직 ISA에 담길 상품이나 수수료 등 실체도 나오지 않은 상품에 가입자를 유치하고 있어 향후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도 있기 때문이다. 지나친 실적 경쟁으로 직원들이 다른 사람 이름으로 상품에 가입하는 사례가 나올 수 있어 금융실명제법에 위반될 소지도 제기되고 있는 상태다.

필자가 최근에 만나 모(某) 은행 간부도 ‘이러다 탈날까 불안하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매번 금융 상품만 달라졌지 은행원들을 압박해서 실적을 내는 것은 오래된 영업 관행이다.

그러나 문제는 금융 소비자 입장에서 ISA는 아직 반쪽 상품이 될 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우선 이 상품은 저금리 상황에서 재산형성이 어려운 서민들의 가계에 보탬을 주기 위해 도입했지만, 5년이라는 의무 가입 기간을 채우지 못하면 비과세 혜택을 받지 못하는 데다, 신탁 수수료(순자산총액의 0.4~0.8%) 등을 감안하면 오히려 배(이자·배당)보다 배꼽(수수료)이 커질 수 있다.

일례로 일반 예·적금 상품을 ISA에 담아 이자소득세(15.4%) 면제 혜택을 받더라도 고객은 신탁 수수료를 내야 하기 때문에 정작 소비자 몫으로 돌아오는 잔액에는 큰 차이가 없다.

주식형 펀드도 ISA에 편입할 유인이 크지 않다. 국내 주식형 펀드의 매매차익에는 이미 세금을 물리지 않고 있고, 해외 주식형 펀드도 올해부터 비과세 혜택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직접 투자는 ISA 편입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에 결국 남은 선택지는 수익률이 낮은 채권형 펀드나 주가연계증권(ELS)과 같은 파생상품이나 리츠(REITs)펀드와 같은 고위험 상품 정도다. 6~8%대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가입했던 상품이 반토막 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 투자자들은 거의 없다. 투자자들뿐 아니라 해당 상품을 팔았던 금융회사 직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ELS가 불티나게 팔릴 때 금융회사 직원들도 앞다퉈 가입을 할 정도였다. 이로 인해 지난해 30조원이 넘는 홍콩 H지수 연계 ELS가 발행됐다.

이처럼 ELS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 수 있었던 것은 중위험·중수익 상품이라는 선전 문구 역할이 컸다. 물가 상승률을 제외하면 사실상 제로 금리인 상태에서 큰 위험부담 없이 안정적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상품 선전은 일반인뿐 아니라 금융회사 직원들까지 혹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는 게 투자의 세계다. 최근 20달러대로 추락했던 국제 유가는 1년 반 전인 2014년 중반만 하더라도 100달러대에서 움직였다. 당시 국제 유가와 연계된 파생결합증권(DLS)에 가입한 투자자들은 원금의 80%를 날리게 됐다.

통상 위험(risk)과 수익(return)은 비례한다. 수익을 얻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위험도 안아야 한다는 얘기다. 만능통장으로 알려진 ISA 역시 이런 투자 위험을 근본적으로 안고 있을 수밖에 없는 금융상품이다. ‘만능’이라는 단어가 위험을 없애주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아울러 금융회사들의 실적 싸움에 고객들의 소중한 재산이 동원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가입자 확보라는 실적을 위해 소비자 이익을 외면하면, 금융권은 신뢰를 잃게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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