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근기사 모아보기 부문장의 경력은 일반적인 영업통 은행장과 달랐다. 수학과 금융공학을 공부한 뒤 지주 재무기획부장과 최고재무책임자(CFO), 은행 경영기획그룹대표를 거치며 숫자와 전략을 먼저 익혔다. 이후 은행장 선임 직전 2년 동안 전국 영업조직을 총괄하는 ‘야전사령관’을 맡아 고객과 현장으로 보폭을 넓혔다.
재무·전략에서 시작해 계열사 이사회와 주요 인수·합병(M&A), 은행 경영기획과 영업 현장까지 경험한 과정은 이 후보를 단순한 재무 전문가가 아닌 최고경영자(CEO) 후보로 키운 경로였다.
은행장 선임 당시 만 55세로 4대 시중은행장 가운데 가장 젊었지만, 발탁의 근거는 나이가 아니라 29년에 걸쳐 축적한 핵심 직무 경험에 있었다.
수학도에서 지주 CFO로···비은행 확대 과정서 재무 역량 축적
1966년 서울에서 태어난 이 후보는 서울고와 서강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 대학원에서 금융공학을 전공했다.1993년 주택은행에 입행한 뒤 국민·주택은행 통합을 경험했고, 2013년에는 국민은행 판교테크노밸리지점장을 맡았다.
이 후보의 전문성을 형성한 중심축은 재무와 경영기획이었다.
지난 2015년 KB금융지주 재무기획부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 2017년 재무총괄 상무로 승진했다. 그룹의 손익과 자본, 계열사별 재무계획을 조정하면서 금융지주 경영의 기본인 자본배분과 포트폴리오 관리 경험을 쌓았다.
당시는 KB금융이 은행 중심 금융그룹에서 은행·증권·보험을 아우르는 종합금융그룹으로 체질을 바꾸던 시기였다.
KB금융은 2014년 우리파이낸셜을 인수해 KB캐피탈로 편입했고, 2015년에는 LIG손해보험을 자회사로 들였다. 2016년에는 현대증권을 인수한 뒤 기존 KB투자증권과 통합해 대형 증권사를 출범시켰다.
이 후보는 지주 재무라인에서 LIG손해보험의 자회사 편입과 현대증권 인수·통합, 우리파이낸셜 편입 이후 재무관리 등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 과정에 참여했다.
인수에 필요한 자본계획과 재무 영향 분석, 편입 이후 계열사 관리에서 핵심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평가된다.
계열사 이사회 경험도 이 시기에 쌓았다. 이 후보는 2016~2017년 KB국민카드 기타비상무이사로 활동했고, 지주 CFO 시절에는 KB손해보험 기타비상무이사도 맡았다.
기타비상무이사는 계열사의 일상적인 경영을 직접 집행하지는 않지만 이사회 표결권을 갖고 주요 투자와 사업계획, 재무·자본 관련 의사결정에 참여한다.
즉 비은행 계열사의 손익과 자본, 주요 경영 현안을 들여다보며 관련 역량을 쌓을 수 있었던 것이다.
은행의 이익을 관리하는 재무전문가에서 그룹 전체 포트폴리오와 계열사 간 자본배분을 살피는 금융지주 경영자로 시야를 넓힌 셈이다.
지주에서 은행 경영기획으로···숫자를 실행 전략으로
2018년에는 국민은행 경영기획그룹 상무로 이동했고, 이듬해 전무로 승진했다.지주에서 그룹 전체의 재무구조와 계열사 포트폴리오를 관리했다면 은행 경영기획그룹에서는 국민은행의 중장기 전략과 손익계획, 예산과 성과관리, 조직 운영을 담당했다. 지주에서 익힌 자본과 포트폴리오 관리 역량을 최대 계열사인 국민은행의 사업전략으로 구체화하는 단계였다.
당시 국민은행은 전통적인 예대사업의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자산관리(WM)와 기업투자금융(CIB), 자본시장, 글로벌·디지털 사업을 새로운 성장축으로 키우고 있었다.
이 후보는 2019년 국민은행이 미국 뉴욕에 글로벌 투자은행(IB) 유닛을 열었을 때에도 경영기획그룹대표로 개소식에 참석했다.
사업을 직접 담당한 것은 CIB 조직이었지만, 성장사업에 필요한 자원과 조직, 성과체계를 설계하고 은행 전체 전략과 연결하는 역할을 맡으며 글로벌 사업에 필요한 요소들을 익혔다.
국민은행의 2019년 말 원화대출금은 약 268조원, 당기순이익은 약 2조 4000억원이었다. 은행 순이자마진(NIM)은 1.67%로 소매금융 중심의 안정적인 고객·예금 기반이 수익성을 뒷받침했다.
다만 저금리와 비대면 금융 확산으로 기존 은행의 수익모델과 영업방식은 빠르게 바뀌고 있었다. 경영기획그룹장 이재근에게 주어진 과제도 단순히 비용과 손익을 관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디지털과 글로벌, CIB 등 새로운 사업을 기존 영업조직에 접목하는 것이었다.
재무지표를 읽고 계획을 짜는 능력만으로는 은행 전체를 이끌 수 없었다. 전략이 실제 성과로 이어지려면 수백 개 영업점과 고객 접점에서 실행되는 과정을 이해해야 했다.
재무통을 ‘야전사령관’으로···전국 영업망 총괄
국민은행은 2020년 이 후보를 영업그룹 이사부행장으로 발탁했다. 경영기획그룹에서 은행의 전략과 숫자를 관리하던 임원에게 전국 영업조직을 맡긴 인사였다.영업그룹은 개인·기업고객과 영업점, 지역영업그룹 등 은행의 핵심 고객 접점을 아우르는 조직이다. 은행의 전략을 현장에서 실행하고 예금과 대출, WM·기업금융 실적을 만들어내는 사실상의 ‘야전사령부’다.
이 후보는 영업그룹대표로서 자산관리와 기업금융 기능을 한곳에 결합한 종합금융센터 확대와 영업점 기능 재편을 추진했다. 서울 노원과 부산 부전동 등에 문을 연 종합금융센터는 개인고객의 자산관리부터 자영업자·중소기업 금융까지 한 점포에서 제공하는 복합형 채널이었다.
비대면 거래가 늘어난다고 영업점을 단순히 축소하기보다, 일상적인 거래는 디지털로 전환하고 대면 채널은 자산관리와 기업금융 등 고부가가치 상담에 집중시키려는 전략이었다.
고객의 금융 이용시간을 확대하는 9To6 Bank도 영업그룹장 재임 말기에 추진 기반을 마련했다. 이후 은행장 취임 후 점포를 확대하며 이 후보의 대표적인 채널 혁신 전략으로 이어졌다.
재무전문가로 출발한 이 후보가 영업그룹을 맡은 2년 동안 국민은행의 영업 기반도 크게 확장됐다.
국민은행 원화대출금은 2019년 말 약 268조원에서 2020년 말 약 295조원, 2021년 말 319조원으로 늘었다. 2년간 증가액은 약 51조원, 증가율은 약 19%에 달한다.
2020년에는 코로나19 금융지원과 가계대출 수요가 맞물리며 원화대출금이 9.9% 증가했고, 2021년에도 기업대출을 중심으로 7.9% 성장했다. 단순한 외형 확대뿐 아니라 대출을 뒷받침할 저원가성예금을 함께 확보했다는 점이 중요했다.
2021년 1분기에만 핵심예금이 약 6조원 증가했다. 저원가성예금 비중은 2020년 1분기 44.8%에서 2021년 1분기 53.3%로 8.5%p 상승했다. 금리가 낮은 요구불성 자금을 늘리면서 조달비용을 낮추고 대출 성장의 수익성을 방어할 기반을 마련했다.
코로나19와 기준금리 하락 여파로 국민은행 NIM은 2019년 1.67%에서 2020년 1.51%로 낮아졌지만, 2021년에는 1.58%로 0.07%p 반등했다. 당기순이익도 2020년 약 2조3000억원에서 2021년 2조5634억원으로 늘었다.
대출과 핵심예금 확대, NIM 회복이 맞물리면서 국민은행은 이 후보가 행장으로 취임하기 전 이미 외형과 이익 양쪽에서 성장 기반을 다지고 있었다.
물론 이 시기 성과를 영업그룹대표 개인에게 모두 귀속할 수는 없다. 코로나19 금융지원으로 기업·소상공인의 자금 수요가 증가했고, 풍부해진 시중 유동성이 가계대출과 요구불예금 확대에 영향을 미쳤다. 은행 전체 경영의 최종 책임도 허인닫기
허인기사 모아보기 당시 은행장에게 있었다.그럼에도 이 후보가 재무·기획에서 쌓은 수익성 관리 경험을 영업 현장에 적용하고, 대출 성장과 저원가성예금 확보를 함께 추진했다는 점은 은행장 후보로서의 경쟁력을 높인 요인이었다.
55세 행장 발탁···‘젊지만 준비된 내부승계’
KB금융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2021년 12월 이 후보를 차기 국민은행장 후보로 단수 추천했고, 이 후보는 2022년 1월 만 55세에 국민은행장에 취임했다.당시 진옥동닫기
진옥동기사 모아보기 신한은행장과 권광석닫기
권광석기사 모아보기 우리은행장, 박성호 하나은행장보다 젊은 4대 시중은행 최연소 수장이었다.그러나 젊은 나이만으로 설명되는 파격 인사는 아니었다.
대추위는 이 후보가 영업그룹과 경영기획그룹, 지주 CFO 등 그룹의 핵심 직무를 경험해 고객과 시장, 영업현장을 폭넓게 이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룹의 주요 현안을 논의하는 경영관리위원회 구성원으로 쌓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조직 운영 전반에 대한 경영감각과 비전도 갖췄다고 판단했다.
열린 소통과 MZ·디지털 세대를 아우르는 수평적 리더십, 금융플랫폼 경쟁을 이끌 변화·혁신 역량도 추천 이유로 제시됐다.
국민은행장 선임은 이 후보가 CEO 역량을 완성했다는 결론이라기보다, 29년에 걸쳐 축적한 역량을 실제 경영 성과로 입증할 기회를 부여받았다는 의미에 가까웠다.
순이익과 기업금융, WM·글로벌·디지털 성과는 물론 소비자보호와 내부통제, 조직문화까지 책임지는 첫 시험대가 이때부터 시작됐다.
김성훈 한국금융신문 기자 voice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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