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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카도 본진 흔들리는데…롯데는 대형 CFC ‘직진’ [롯데마트 오카도 배수진 ②]

박슬기 기자

seulgi@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9-21 00:00

오카도 주식 90% 급락…CEO는 퇴진
부산 제타 성과에 달린 6개 CFC 운명

오카도 본진 흔들리는데…롯데는 대형 CFC ‘직진’ [롯데마트 오카도 배수진 ②]이미지 확대보기
롯데마트가 영국 리테일테크 기업 오카도의 자동화 기술을 앞세워 온라인 식료품 시장에 승부수를 던졌다. 대규모 투자와 장기간의 운영비 부담을 감수한 만큼 안정적인 주문 수요를 확보해 수익성을 증명하는 것이 관건이다. ‘제타 스마트센터 부산’으로 대표되는 오카도 프로젝트가 롯데마트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되기 위해 풀어야 할 과제를 짚어본다. <편집자 주>

[한국금융신문 박슬기 기자] 롯데마트가 지난 8월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제타 스마트센터 부산(이하 제타 부산)’의 문을 열었다. 오는 2030년까지 9500억 원을 투자해 전국 6개 권역에 고객풀필먼트센터(CFC)를 구축한다는 중장기 계획의 첫걸음이다.

하지만 핵심 기술 파트너인 영국 오카도는 롯데마트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에서 대형 CFC가 잇달아 문을 닫자 대형 중앙집중형 물류센터 중심의 기존 사업전략을 재평가하고 있는 것. 매장 기반 자동화와 소형·분산형 풀필먼트 솔루션을 강화하는 한편 연구개발(R&D) 투자와 인력도 줄이고 있다.

그렇다고 오카도가 대형 CFC를 포기한 건 아니다. 기존 대형 센터를 운영하면서 고객사의 시장 규모와 주문 수요에 따라 소형 시설과 점포 기반 자동화까지 선택지를 넓히는 전략에 가깝다. 다만 해외에서 대규모 자동화 시설의 경제성이 다시 시험대에 오른 시점에 롯데마트는 국내 대형 CFC를 추가로 5곳 구축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양사의 전략적 무게중심이 엇갈리는 대목이다.

2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마트는 제타 부산에 이어 경기 고양에 두 번째 CFC를 만들 예정이다. 다만 고양 CFC의 착공과 가동 일정은 당초 계획보다 늦어진 상태다. 롯데마트는 부산을 시작으로 수도권과 충청권 등 전국 6개 권역에 CFC를 순차적으로 구축한다는 방침이지만 현재 구체화된 후속 거점은 고양 CFC다.

이에 따라 제타 부산의 초기 운영 성과는 롯데마트의 후속 투자 방향을 결정할 핵심 기준이 될 전망이다. 여기에 오카도의 경영 안정성과 사업전략 변화, 장기적인 기술지원 체계도 추가 CFC의 규모와 투자 시기를 좌우할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대형 CFC 전략 실패…창업자 CEO 결국 물러난다

오카도 본진인 영국에서의 상황이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다. 오카도 창업자이자 CEO인 팀 스타이너가 오는 2027 회계연도 실적 발표까지 회사를 이끈 뒤 2028년 퇴진한다. 스타이너의 퇴진은 오카도의 실적과 주가 부진 속에서 결정됐다.

특히 영국 현지 언론들은 크로거와 소베이스 등 북미 파트너사들이 대형 CFC 운영을 잇달아 폐쇄 및 축소한 것이 스타이너 CEO의 입지를 약화시킨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오카도의 글로벌 확장을 주도해온 북미 사업이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스타이너가 추진해온 대형 중앙집중형 CFC 전략에 대한 책임론이 커졌다는 평가다.

오카도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북미 CFC 폐쇄 보상금을 제외하고 1% 증가하는 데 그쳤다. 폐쇄 영향을 제외한 조정 EBITDA는 9200만 파운드에서 8100만 파운드로 12% 감소했고, 세후 손실은 3300만 파운드로, 전년 동기 6억500만 파운드 흑자(당시 일회성 이익 포함)에서 크게 악화했다.

주가도 내리막길이다. 반기 실적 발표 직후 오카도 주가는 장중 한때 약 19% 급락, 13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코로나19 확산 당시 기록한 고점과 비교하면 90% 이상 하락한 수준이다.

시장분석가 아담 베테세는 “현금흐름이 개선되고 있지만 (오카도)그룹은 여전히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며 “이전 파트너십의 차질로 인해 국제적인 기술 도입은 계속해서 뒤처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주가가 올해 들어 이미 거의 30% 내렸고, 수년간 최저치 부근에서 거래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부정적인 반응은 경영 실행 능력과 현금흐름 개선 시점에 대한 지속적인 의구심을 반영한다”고 언급했다.

CEO 교체 과정에서 이사회 내부 갈등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애덤 워비 오카도 이사회 의장과 오카도의 주요 주주이자 이사인 예른 라우싱이 스타이너 CEO에게 충분히 알리지 않은 채 후임자 물색을 추진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스타이너 CEO의 거취를 둘러싼 이견이 외부로 노출되자 일부 주주들 사이에서는 오히려 워비 의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그럼에도 이사회가 창업자 CEO 교체에 나선 배경에는 장기간 이어진 주가 부진과 북미 CFC 사업의 잇단 차질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스타이너 CEO도 미국의 대형 자동화 물류센터 시장이 당초 예상보다 작았다고 인정했다. 다만 오카도는 북미 일부 센터 폐쇄가 자동화 기술 자체의 실패라기보다 시장 규모와 입지 선정, 예상보다 더딘 온라인 식료품 수요 증가에서 비롯됐다는 입장이다.

오카도는 비용 절감도 본격화했다. 연구개발(R&D) 지출이 2024년 상반기 1억3000만 파운드에서 올해 상반기 8800만 파운드로 32% 감소했다. 아울러 올해 전체 인력의 5% 미만인 약 1000명을 감축하고 기술 및 지원 부문의 비용을 1억5000만 파운드 줄인다는 계획이다. 감축 대상의 약 절반은 기술 직군이다.

엇갈린 전략…롯데, 추가 투자 속도 조절하나

오카도의 전략 다변화는 국내 온라인 장보기 시장의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전국 단위 대형 물류센터를 새로 짓기보다 도심 점포와 기존 물류망을 활용한 당일배송·퀵커머스를 확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초기 투자비를 줄이면서 소비자와 가까운 곳에서 배송 속도를 높일 수 있어서다.

롯데마트는 이와 달리 대형 CFC를 중심으로 온라인 식료품 물류망을 재편하는 길을 택했다. 제타 부산은 영남권 주문을 한곳에 모아 자동으로 처리하는 중앙집중형 시설이다. 센터 운영이 안정되면 높은 생산성과 배송 정확도를 확보할 수 있지만, 대규모 초기 투자비와 고정비를 감당하려면 일정 수준 이상의 주문량과 가동률이 뒷받침돼야 한다.

오카도가 추진하는 점포 기반 자동화와 퀵커머스를 중심으로 전략을 전환하기에도 제약이 있다. 롯데마트의 국내 점포는 112곳이며 이 가운데 당일·예약배송을 운영하는 점포는 67곳이다. 대형마트 점포만으로 전국에 촘촘한 근거리 배송망을 구축하기에 거점 밀도가 충분하지 않은 셈이다.

롯데마트로서는 제타 부산의 주문 증가와 비용 절감 효과를 확인하면서 후속 CFC의 규모와 착공 시점을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형 CFC의 경제성을 놓고 해외에서 다시 검증하는 국면에서 당초 계획대로 센터 5곳을 일괄 확대하기보다 부산의 운영 성과를 토대로 투자를 단계적으로 집행할 필요성이 커졌다.

또한 롯데마트가 오카도 기술에 기반한 물류센터를 전국으로 확대하고자 하는 만큼 파트너사의 경영 안정성과 기술지원 체계, 장기적인 사업전략은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할 변수다. 오카도가 대형 CFC의 경제성을 재평가하고 사업모델을 다변화하는 사이 반대 방향의 대규모 투자를 시작한 롯데마트에 제타 부산은 첫 번째 물류센터를 넘어 향후 5개 CFC의 운명을 가를 시험대가 될 수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근 온라인 장보기 시장에서는 대형 물류센터 한 곳에만 의존하기보다 CFC와 지역별 MFC(Micro Fulfillment Center), 오프라인 점포를 함께 활용하는 복합 물류모델이 중요해지고 있다”며 “대량 주문 처리의 효율성과 근거리 배송의 속도를 동시에 확보하는 것이 향후 배송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슬기 한국금융신문 기자 seulg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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