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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가 뒤집혔다…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무슨 일? [미국 중간선거 특별기고]

장준환 칼럼니스트

기사입력 : 2026-11-04 15:38

장준환 뉴욕 변호사 (Private Wealth & Investment)

장준환 뉴욕 변호사 (Private Wealth & Investment)

미국 중간선거가 한국 증시까지 흔드는 이유

미국 텍사스에서 민주당이 승리했다. 그런데 왜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투자자들이 긴장해야 할까. 얼핏 보면 아무 관계가 없어 보인다. 미국의 한 주에서 주지사가 바뀌는 일과 한국의 반도체 주가가 무슨 상관이 있을까. 그러나 이번 미국 중간선거 결과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흥미로운 연결고리가 드러난다. 바로 인공지능(AI)이다.

지난 11월 3일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의 지나 이노호사가 공화당의 그레그 애벗 현직 텍사스 주지사를 꺾었다. 텍사스에서 민주당 주지사가 탄생한 것은 30여 년 만이다.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서도 민주당의 제임스 탈라리코가 승리했다. 공화당의 전통적인 정치 기반이었던 텍사스에서 큰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그런데 한국 증시는 이미 심상치 않았다. 11월 3일 코스피는 3.59% 급락했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각각 4~5%대 하락했다. 미국 선거 결과가 본격적으로 나오기도 전이었다. 4일에도 기술주를 중심으로 약세가 이어졌다. 텍사스 민주당 승리가 한국 증시 하락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번 선거가 이미 불안했던 AI 투자시장에 새로운 변수로 등장한 것은 분명하다.

텍사스 주지사가 바뀌면 AI 반도체가 위험해진다?

이번 선거에서 주목할 것은 이노호사 당선인의 AI 데이터센터 정책이다. 그는 선거 과정에서 신규 데이터센터 건설의 일시 중단과 세제혜택 재검토를 주장했다. 막대한 전력과 물을 소비하는 데이터센터가 지역 주민들에게 부담을 준다는 이유에서다.
문제는 텍사스가 미국 AI 산업의 핵심 투자 지역이라는 점이다.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은 AI 서비스를 확대하기 위해 엄청난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짓고 있다. 데이터센터에는 서버가 필요하고, 서버에는 반도체가 들어간다. 결국 미국의 데이터센터 건설이 지연되면 AI 반도체에 대한 미래 수요 전망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 문제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특히 AI 서버에 사용되는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한 첨단 반도체 수요는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AI 투자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미국의 AI 투자가 계속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가 한국 반도체 기업의 가치에도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번 선거 결과만으로 데이터센터 건설이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텍사스에서는 공화당 정치인들 역시 전력과 물 사용 문제로 데이터센터 규제 강화를 주장해 왔다. AI 인프라 확장에 따른 주민 부담은 이제 미국의 양당이 모두 마주한 문제다.

삼성전자의 텍사스 투자, 정말 괜찮을까

한국 기업에 텍사스는 단순한 미국의 한 주가 아니다. 삼성전자는 오스틴에 반도체 생산시설을 운영하고 있으며, 테일러 지역에서도 대규모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 정부와 체결한 반도체지원법(CHIPS Act) 지원 약정은 약 47억 달러 규모이며, 관련 투자계획은 370억 달러를 넘는다.
그렇다면 민주당 주지사가 당선되었다고 삼성전자의 투자까지 위험해진 것일까. 그렇게 보기는 어렵다. AI 데이터센터 건설과 반도체 제조시설은 서로 다른 사업이며, 연방정부의 보조금과 주정부의 세제혜택, 지방정부의 인허가 역시 각각 다른 법과 계약에 따라 움직인다. 주지사가 교체되었다고 기존 투자계약이나 연방정부의 지원 약정이 자동으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기업이 미국에 투자할 때 고려해야 할 변수가 하나 더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전력 공급과 인허가, 세금 혜택, 지역 주민의 반발에 따라 투자 일정과 비용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2009년부터 17년간 뉴욕에서 국제 자산관리와 투자 구조를 다루는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중요하게 보는 것이 있다. 미국 투자는 단순히 대통령의 정책만 보고 결정할 수 없다는 점이다. 연방정부가 투자를 장려하더라도 주정부와 지방정부의 규제, 세금, 인허가 조건에 따라 실제 사업의 수익성이 달라질 수 있다. 미국은 하나의 시장처럼 보이지만,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서로 다른 법과 제도가 작동하는 50개 주의 시장이기도 하다.

한국 증시, 이제 무엇을 봐야 할까

이번 미국 중간선거는 트럼프닫기트럼프기사 모아보기 행정부의 경제정책에도 새로운 변수가 될 수 있다. 민주당이 의회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면 관세와 정부 지출, AI 산업 규제를 둘러싼 견제가 강화될 수 있다. 그러나 민주당의 승리가 곧 한국에 유리하거나 불리하다고 단정하는 것도 성급하다. 반도체와 첨단기술의 미국 내 생산을 확대하려는 정책은 양당 모두에서 지지를 받아온 분야이기 때문이다.

한국 투자자들이 지금 주목해야 할 것은 텍사스에서 누가 승리했는가보다 실제 투자 환경이 어떻게 바뀌는가이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데이터센터 건설 계획을 줄이는지, 새로운 규제가 실제로 시행되는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수요 전망에 변화가 생기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미국의 정치 변화는 이제 한국 기업의 주가뿐 아니라 미국에 투자된 한국 자본의 가치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번 텍사스 선거는 그 사실을 다시 보여주었다.
텍사스에서 바뀐 것은 주지사 한 명이지만, 시장이 주목하는 것은 그 뒤에 움직일 수조 달러의 AI 투자자금이다. 한국 투자자들이 봐야 할 것도 선거의 승패가 아니라, 그 돈이 앞으로 어디로 흘러갈 것인가이다.

장준환 칼럼니스트/뉴욕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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