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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 “나이는 숫자일 뿐” 여든 앞두었지만, 미래 먹거리 챙긴다

곽호룡 기자

horr@fntimes.com

기사입력 : 2026-11-02 00:00

‘조카의 난’ 이후 물러났다 3년전 복귀
남다른 실적 덕분 경영권 분쟁서 승리
석유화학 경쟁력 지키며 큰 그림 그려
일가 지분 18% 불과…주주 지지 ‘과제’

△1948년생 / 미국 아이오와주립대 통계학과 /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 부사장 / 금호아시아나그룹 화학 부문 회장 /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 회장 / (현)금호석유화학 회장 / 금호미쓰이화학 대표이사

△1948년생 / 미국 아이오와주립대 통계학과 /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 부사장 / 금호아시아나그룹 화학 부문 회장 /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 회장 / (현)금호석유화학 회장 / 금호미쓰이화학 대표이사

[한국금융신문 곽호룡 기자] 여든을 두 해 앞둔 박찬구닫기박찬구기사 모아보기(78)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이 왕성한 경영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023년 그룹 회장직에서 물러나 무보수 명예회장으로 남았지만, 그 해 11월 금호미쓰이화학 공동대표를 맡으며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올해 경영 복귀 3년 차.

이후 중장기 사업계획을 챙기는 한편 주요 투자와 사업 방향을 결정하며 그룹내 묵직한 결정을 주도하고 있다. 실무 경영은 전문경영인과 장남 박준경닫기박준경기사 모아보기 사장에게 맡기면서도 큰 그림만큼은 직접 살피는 모습이다.

박찬구 회장에게는 기존 사업 경쟁력 강화와 후계 체제 정착이라는 과제가 놓여 있다. 석유화학 업황 부진 속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해야 하지만, 사업 확장은 기존 주력 사업의 고도화에 무게가 실려 있다.

박찬구 회장 일가 지분율도 높지 않아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면 주주들 지지를 확보해야 한다. 경영 복귀 이후 이어온 영향력을 향후 승계와 경영권 안정으로 연결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물러났다가 다시 전면에

박찬구 회장은 여든을 앞둔 나이에도 그룹 중장기 경영계획을 챙기며 주요 의사결정에 관여하고 있다. 실무 경영은 전문경영인과 후계 세대에 맡기되, 주요 사업계획을 승인하고 그룹 미래 방향을 결정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현재 그룹 주력 계열사이자 핵심 사업회사인 금호석유화학에서 미등기 상근 회장으로 재직 중이다.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는 2021년부터 백종훈 사장이 맡아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장남 박준경 사장이 사업 전반을 총괄하고 백 사장이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로서 실무 경영을 맡는 가운데, 박찬구 회장은 중장기 사업계획을 승인하며 그룹 큰 방향을 결정하고 있다. 또한 계열사인 금호미쓰이화학 공동대표도 맡아 직접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박찬구 회장은 1948년생으로, 금호아시아나그룹 창업주인 고(故) 박인천 회장 넷째 아들이다. 미국 아이오와주립대에서 통계학을 전공한 뒤 1976년 한국합성고무(현 금호석유화학)에 입사했다.

1984년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에 오르는 등 일찍부터 화학 사업을 이끌었고, 금호아시아나그룹 화학 부문 회장을 거쳐 독립 경영 기반을 다졌다. 형인 박삼구닫기박삼구기사 모아보기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추진한 대우건설·대한통운 인수 등을 둘러싸고 갈등을 겪은 뒤 2015년 금호석유화학그룹을 중심으로 계열 분리를 마무리했다. 이후 외형 확장보다 합성고무 등 기존 주력 사업의 경쟁력 강화에 무게를 두어 왔다.

경영 과정에서 순탄치 않은 시기도 있었다. 2021년 조카인 박철완 전 금호석유화학 상무가 지분 공동보유 관계를 해소하고 경영권 도전에 나서며 이른바 ‘조카의 난’이 시작됐다.

박 전 상무는 사내이사 선임 등을 요구했지만 주주총회 표 대결에서 패했다. 박 회장은 같은 해 5월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와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났고, 경영은 백종훈 사장 중심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됐다.

2023년 5월에는 그룹 회장직에서도 물러나 무보수 명예회장직을 맡겠다고 밝혔다. 장남 박준경 사장이 사내이사와 총괄사장으로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3세 경영 전환이 본격화하는 듯했다.

그러나 박 회장은 그해 8월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된 뒤 11월 금호미쓰이화학 공동대표이사로 선임되며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명예회장으로 물러난 지 약 6개월 만에 다시 경영에 참여한 것이다.

박 회장 퇴진과 복귀 과정에는 법적 문제도 얽혀 있었다. 그는 배임 혐의로 2018년 대법원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확정받았다. 집행유예 기간 중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로 취임하려 했으나 법무부 취업 불승인 처분을 받았고,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으나 대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후 특별사면으로 복권되면서 경영 활동을 재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경영 복귀 이후에도 조카와의 경영권 갈등은 이어졌다. 박 전 상무는 2021년과 2022년 주주총회에서 경영 참여를 시도한 데 이어 2024년에는 행동주의 펀드인 차파트너스자산운용과 손잡고 세 번째 주주제안을 냈다.

회사가 보유한 자사주 약 525만 주 전량 소각과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 등을 요구했지만, 같은 해 3월 주주총회에서 모두 부결됐다.

반면 회사 측이 제시한 자사주 일부 소각과 추가 매입안 등은 가결됐다. 세 차례에 걸친 표 대결에서 박 회장 측이 모두 승리하면서 경영권을 둘러싼 갈등은 일단락됐다.

합성고무로 버틴 불황

박찬구 회장이 경영권 분쟁에서 잇따라 승리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금호석유화학 사업 경쟁력과 실적 방어력이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자동차 타이어용 합성고무를 주력으로 성장했다. 타이어 마모 저항성과 탄성 등을 높이는 스타이렌부타디엔고무(SBR), 부타디엔고무(BR) 등을 생산하며 글로벌 타이어 시장을 기반으로 사업을 키웠다.

최근에는 전기차용 고성능 타이어 등에 쓰이는 솔루션스타이렌부타디엔고무(SSBR) 등으로 제품군을 넓히며 고부가 제품 경쟁력 강화에도 나서고 있다.

NB라텍스는 기존 합성고무 사업에 성장 동력을 더한 제품이다. 천연고무보다 내유성과 내화학성이 뛰어나 의료·산업용 장갑 등에 쓰인다. 금호석유화학은 생산능력 기준 글로벌 선두권을 확보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장갑 수요 급증으로 실적 성장을 이끌었지만 이후 업계 증설 경쟁과 수요 감소가 겹치며 공급 과잉을 겪었다. 2021년 88%였던 합성고무 가동률은 2022년 64%까지 떨어졌다.

올들어 팬데믹 당시 쌓인 장갑 재고가 유통기한 만료 등으로 소진되고 증설 경쟁도 잦아들면서 시황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타이어용 합성고무 고부가 제품 확대와 함께 NB라텍스의 수급 개선이 실적 회복을 뒷받침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이 같은 사업 구조는 석유화학 업황 부진 속에서 상대적으로 실적을 방어하는 기반이 됐다. 에틸렌 등 기초유분을 생산하는 나프타분해시설(NCC) 중심 업체들이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타격을 받은 것과 달리, 금호석유화학은 기초유분을 원료로 합성고무 등 다운스트림 제품을 생산한다.

제품별 수급과 가공 수익성에 따라 실적이 달라지는 구조다. 금호석유화학 연결 영업이익은 2024년 2728억 원, 2025년 2718억 원으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같은 기간 롯데케미칼은 2025년에 9436억 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실적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금호석유화학은 2026년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2조2681억 원, 영업이익 3390억 원을 기록했다. 원료 가격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한 영향이 실적에 반영됐다. 3분기에는 원료 가격 하락에 따른 역(逆)래깅 효과로 수익성이 낮아질 전망이다. 에프엔가이드 기준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864억 원으로, 2분기보다 74.5% 감소한 수준이다.

업황 관계자는 “실적 변동을 줄이고 주력 제품 경쟁력을 유지하는 일은 박 회장이 기존 사업 성과를 이어가기 위해 풀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확장보다 내실

박찬구 회장 경영 전략은 신사업을 통한 외형 확장보다 기존 사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 무게가 실려 있다.

석유화학 업계가 중국발 공급 과잉과 수요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신규 사업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기보다 합성고무와 정밀화학 등 기존 사업에서 고부가 제품 비중을 높이고 생산 효율을 개선하는 방식이다.

전기차와 친환경 소재, 차세대 배터리 등 미래 산업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지만 당장 실적을 책임질 중심축은 여전히 기존 석유화학 사업이다. 신사업이 기존 사업 부진을 상쇄할 만큼 성장하려면 기술 개발뿐 아니라 양산과 고객사 확보, 수익성 검증까지 거쳐야 하므로 단기간에 사업 구조가 크게 달라지기는 쉽지 않다.

투자 방향에서도 기존 사업을 강화하는 기조가 드러난다. 금호석유화학은 전기차 타이어용 고기능성 합성고무인 솔루션스타이렌부타디엔고무(SSBR) 생산능력을 연간 3만5000t 늘렸고, 증설 설비는 2026년 1분기 상업 가동에 들어갔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차체가 무겁고 순간적인 가속과 제동이 잦아 타이어 내마모성과 연비 성능을 동시에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SSBR은 이런 특성에 대응하는 소재로, 기존 타이어용 합성고무 사업에서 고부가 제품 비중을 높이기 위한 투자에 해당한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보다 기존 고객 기반과 생산 기술을 활용해 수익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계열사들도 비슷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금호폴리켐은 특수 합성고무인 에틸렌프로필렌디엔모노머(EPDM) 생산능력을 7만t 늘려 연산 31만t 체제를 구축했다. EPDM은 내열성과 내후성이 뛰어나 자동차 부품과 산업용 소재 등에 쓰인다.

금호미쓰이화학은 폴리우레탄 원료인 메틸렌디페닐디이소시아네이트(MDI)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다. 2024년 20만t 증설에 이어 추가로 10만t을 늘리는 투자로, 기존 생산 공정 효율을 높여 생산량을 확대하는 방식이다.

금호피앤비화학도 친환경 접착·코팅 소재 개발과 신규 시장 개척을 추진하고 있다. 그룹 투자는 기존 제품의 생산능력 확대와 고기능·친환경 제품 개발에 집중돼 있다.

미래 사업도 모색하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포스코퓨처엠, 비이아이(BEI)와 함께 차세대 무음극 리튬메탈 배터리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이산화탄소 포집 설비도 구축해 연간 7만6000t 이산화탄소를 포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폐가전에서 회수한 플라스틱을 자동차 내장재용 소재로 개발하는 등 자원 순환 분야 연구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공개된 투자 계획만으로는 이들 사업이 언제 매출과 이익을 낼지 가늠하기 어렵다. 차세대 배터리 소재도 개발 참여에서 실제 양산과 수익 창출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당분간은 기존 사업 경쟁력을 보강하는 동시에 미래 성장 가능성을 탐색하는 전략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사업 기조 속에서 박 회장에게는 기존 사업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주주들 지지를 확보해야 하는 과제가 놓여 있다.

2026년 상반기 기준 박 회장 지분율은 8.11%다. 장남 박준경 사장(8.68%)과 딸 박주형 부사장(1.3%) 지분을 합쳐도 박 회장 일가 지분율은 약 18.1%에 그친다. 박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였던 박철완 전 상무의 지분율은 공개되지 않았다.

곽호룡 한국금융신문 기자 hor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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