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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 AI 안경이 내 대화를 몰래 녹음한다면 [장준환의 AI법 네비게이터⑪]

장준환 칼럼니스트

기사입력 : 2026-11-04 06:00

Stanford HAI가 던진 AI 시대 사생활 보호의 질문

사진: Ray-Ban Meta 스마트 안경 착용 모습 / Best Buy 제품 이미지

사진: Ray-Ban Meta 스마트 안경 착용 모습 / Best Buy 제품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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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평범하게 생활하던 어느 날, 가족이 옷을 갈아입는 모습이 스마트 안경에 촬영되고 그 영상이 지구 반대편의 낯선 직원에게 전달된다면 어떨까. 끔찍한 상상이지만, 올해 3월 미국에서 제기된 메타(Meta) AI 안경 관련 집단소송은 바로 이런 사생활 침해 문제를 제기했다. 실제로 소장에는 안경을 침대 옆에 놓아둔 사이 배우자의 옷 갈아입는 모습이 촬영되어 해외 인력에게 전달되었다는 보도가 인용되어 있다. 화장실 이용 장면이나 신체 노출 영상까지 외부 검토 인력이 확인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아직 법원에서 사실관계가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평범한 안경 하나가 우리의 사생활을 얼마나 위협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 10월 19일에는 캘리포니아의 한 소비자가 메타 AI 안경이 음성 명령을 하지 않았는데도 사적인 대화를 녹음했다며 별도의 소송을 제기했다. 의사와 나눈 건강 상담이나 금융기관과의 대화까지 포함되었다는 주장이다. 메타는 개인정보 보호 기능이 제품 설계에 반영되어 있으며, 사용자가 음성 기록을 확인하고 삭제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사건은 중요한 질문을 남긴다. 내가 모르는 사이에 AI가 나의 대화와 일상을 기록한다면, 그 정보는 도대체 누구의 것인가.

내 안경 속 영상을 다른 사람이 보고 있다면

사진: Ray-Ban Meta Gen 2 카메라 부분 / Future 제공 사진

사진: Ray-Ban Meta Gen 2 카메라 부분 / Future 제공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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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의 스마트 안경은 겉으로 보면 일반 안경과 크게 다르지 않다. 사진과 동영상을 촬영하고, 음악을 듣고, 외국어를 번역하며, 눈앞에 보이는 사물을 AI에게 물어볼 수도 있다. 스마트폰을 꺼내지 않고 일상생활을 처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분명 매력적인 기술이다. 그러나 안경에 달린 카메라와 마이크는 착용자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모습과 목소리까지 기록할 수 있다. 문제는 주변 사람들이 자신이 촬영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를 수 있다는 점이다.

올해 미국에서는 스마트 안경의 AI 기능을 통해 수집된 민감한 영상이 케냐의 외부 검토 인력에게 전달되었다는 보도와 소송이 이어졌다. 일부 검토 인력이 이용자의 사적인 생활과 금융정보가 포함된 영상까지 보았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커졌다. 물론 스마트 안경으로 촬영된 모든 영상이 자동으로 외부에 전송된다는 뜻은 아니다. 메타는 AI 기능의 작동과 데이터 처리에 이용자 설정 및 개인정보 보호 조치가 적용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가 기대하는 사생활 보호 수준과 실제 정보 처리 과정 사이에 간극이 존재할 수 있다는 점이 문제의 핵심이다.

미국 정치권도 움직였다. 10월 29일 미국 상원의원 두 명은 메타에 스마트 안경의 개인정보 보호 문제와 촬영 정보의 활용 방식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다. 특히 민감한 영상이 누구에게 전달되고, AI 학습에 어떻게 사용되는지, 촬영된 당사자가 정보 삭제를 요청할 수 있는지가 주요 쟁점이었다. 단순한 제품의 편의성 문제가 아니라 기업의 개인정보 처리와 감독 책임을 둘러싼 문제로 확대된 것이다.

AI는 내가 잊은 정보까지 기억할 수 있다

이미지 출처: Stanford HAI, 2026

이미지 출처: Stanford HAI, 2026

메타 안경 사건과 별개로, 최근 Stanford Institute for Human-Centered Artificial Intelligence, 즉 Stanford HAI는 이 문제와 연결되는 중요한 정책 연구를 발표했다. 지난 4월 공개한 「Data Privacy and Foundation Models: Can We Have Both?」에서 연구진은 생성형 AI가 기존 기술과는 다른 차원의 개인정보 위험을 만들어낸다고 지적했다. AI가 대량의 개인정보를 학습하고, 민감한 내용을 기억하거나,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다시 드러낼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개인정보가 어디에 저장되어 있고 누가 접근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했다. 그러나 AI 시대에는 이야기가 복잡해진다. 얼굴과 목소리, 대화 내용이 다른 데이터와 결합되면 이용자가 직접 공개하지 않은 정보까지 추론할 가능성이 있다. 더구나 개인정보가 AI 학습에 활용된 이후에는 단순히 원본 파일을 삭제하는 것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수 있다. Stanford HAI가 주목하는 것은 개인정보가 수집되는 순간부터 학습과 활용, 결과물 생성에 이르기까지 이어지는 새로운 위험이다.
변호사로서 특히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 예를 들어 고객의 상속이나 자산 이전 문제를 논의하는 자리에서 누군가 AI 안경을 착용하고 있다고 생각해보자. 대화에는 가족관계와 금융정보, 기업의 투자계획처럼 외부에 공개되어서는 안 되는 내용이 포함될 수 있다. 경우에 따라 변호사와 의뢰인 사이의 비밀유지 특권까지 문제가 될 수 있다. 이제 중요한 회의에 들어갈 때 휴대전화뿐 아니라 상대방이 착용한 안경까지 신경 써야 하는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다.

안경을 쓸 자유가 남을 촬영할 권리는 아니다

그렇다면 AI 안경으로 다른 사람을 촬영하거나 녹음하는 것은 모두 불법일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미국에서도 공공장소의 촬영과 사적인 대화의 녹음은 다르게 취급된다. 특히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일정한 비밀 대화를 당사자 모두의 동의 없이 녹음하는 행위를 제한한다. 결국 어떤 장소에서 어떤 대화를, 상대방의 동의 없이 기록했는지가 중요한 법적 판단 기준이 된다.

한국 역시 개인정보보호법 제25조의2를 통해 스마트 안경과 같은 이동형 영상정보처리기기를 규율하고 있다. 업무 목적으로 공개된 장소에서 사람을 촬영할 때는 법에서 정한 요건과 촬영 사실 고지 등의 기준을 따라야 한다. 화장실이나 탈의실처럼 사생활 침해 우려가 큰 장소에서는 원칙적으로 누구든지 촬영할 수 없다. 그러나 일반 소비자가 착용한 AI 안경의 일상적인 녹음과 촬영, 수집된 정보의 AI 학습 활용, 제3자 검토 문제까지 이 조항 하나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제 한국도 촬영의 허용 여부를 넘어 정보가 누구에게 전달되고 어떤 목적으로 재사용되는지까지 살펴야 한다.

물론 스마트 안경을 무조건 금지하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시각장애인의 이동을 돕고, 외국어를 실시간으로 번역하며, 의료와 교육 분야에서도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문제는 기술의 편리함이 다른 사람의 사생활을 침해할 권리까지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이제 AI 기업은 제품을 얼마나 똑똑하게 만드는가뿐 아니라, 무엇을 수집하지 않을 것인지, 누가 정보를 볼 수 있는지, 잘못 수집된 정보는 어떻게 삭제할 것인지까지 설계해야 한다.

스마트폰이 등장했을 때 우리는 누구나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시대를 맞았다. 메타의 AI 안경은 그 카메라를 사람의 눈높이로 옮겨놓았다. 앞으로는 누군가 나를 촬영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알아차리지 못하는 시대가 올 수 있다. AI가 무엇을 보고 얼마나 많이 기억할 수 있는가보다 더 중요한 질문은 따로 있다. AI가 무엇을 보아서는 안 되고, 무엇을 기억해서는 안 되는가.

기술이 사람의 눈과 귀를 대신하는 시대다. 그러나 기술이 발전했다고 해서 사생활의 경계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제 법은 AI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뿐 아니라, 무엇을 해서는 안 되는가를 더 분명하게 정해야 한다. AI 안경이 정말 똑똑한 기술이 되려면, 먼저 언제 눈을 감고 귀를 닫아야 하는지부터 배워야 할 것이다.

메타 AI 안경이 내 대화를 몰래 녹음한다면 [장준환의 AI법 네비게이터⑪]
장준환 뉴욕 변호사 (Private Wealth & Investment)

충북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겸임교수/재미한인과학기술자협회(KSEA) 고문변호사

미국 뉴욕주 프라이빗 웰스 로펌의 대표 변호사로 자산 구조와 투자전략 설계 전문가다. AI를 비롯한 IT 관련 법률 지식에 정통해 충북대 컴퓨터공학과 겸임교수와 재미한인과학기술자협회 고문변호사를 맡고 있다.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등 개발사업과 글로벌 갤러리 운영도 하면서 다양한 사회·문화 활동도 하고 있다. 차세대 한인 리더로서 AI 시대의 인간다움을 지키는 인프라를 구축해 입법·제도화한다는 비전을 갖고 오는 2028년 뉴욕주 하원의원 선거에 출마를 준비 중이다.

장준환 칼럼니스트/뉴욕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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