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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믿고 샀는데…삼성전자·SK하이닉스 주가 흔드는 '반전'

김희일 기자

heuyil@fntimes.com

기사입력 : 2026-11-04 16:44

빅테크 AI 투자 확대에도 수익성·자금조달 우려 확산…외국인 반도체 투톱 매도
코스피 0.62% 상승 마감에도 외국인 2조5000억원 순매도…삼성전자·SK하이닉스 약세

AI 믿고 샀는데…삼성전자·SK하이닉스 주가 흔드는 '반전'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김희일 기자] 인공지능(AI) 열풍을 타고 증시 상승을 이끌었던 반도체주가 역설적으로 AI 투자 부담에 흔들리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지만, 투자 비용을 웃도는 수익을 거둘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면서다. 코스피가 개인과 기관의 매수세에 힘입어 반등한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외국인 매도 압력에 동반 하락했다.

시장의 질문도 달라졌다. AI에 얼마나 투자하느냐가 아니라 투자한 돈을 언제, 얼마나 회수할 수 있느냐다. AI 반도체 랠리가 새로운 성장 국면에 진입할지, 과도한 기대를 되돌리는 조정에 들어설지 시험대에 올랐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35.01포인트(0.62%) 오른 5683.80에 거래를 마쳤다. 장 초반에는 미국 반도체주 강세 등에 힘입어 5786.13으로 출발했고, 한때 5828.13까지 상승했다. 그러나 외국인 매도세가 확대되면서 장중 5421.72까지 밀리는 등 극심한 변동성을 보였다. 이후 개인과 기관의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막판 상승 전환에 성공했다.

수급에서는 외국인의 매도 압력이 두드러졌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2조5095억원을 순매도했다. 반면 개인과 기관은 각각 1조1467억원, 1조135억원을 순매수하며 외국인 매물을 받아냈다. 지수는 상승했지만 시장 내부에서는 외국인과 국내 투자자 사이의 뚜렷한 시각 차이가 나타난 셈이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등장에서 소외됐다.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0.68% 하락한 21만8000원, SK하이닉스는 0.14% 내린 139만6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AI 투자 확대의 대표적인 수혜주로 평가받던 두 종목이 외국인 매도 압력 속에 약세를 보인 것이다.

시장의 불안은 AI 투자 규모 자체보다 투자 재원을 마련하고 이를 수익으로 연결하는 과정에서 비롯된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데이터센터와 AI 연산 인프라 구축을 위해 자본지출을 늘리고 있지만, 투자 확대에 따른 현금흐름 부담과 차입금 증가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실제 오라클은 AI와 클라우드 인프라 확장을 위해 200억달러 규모의 주식·채권 발행 계획을 발표했다. 대규모 AI 투자를 지속하기 위한 자금조달이 주식과 채권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됐다. AI 데이터센터 건설 사업이 부채와 자기자본 조달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금융시장의 자금 공급 여건이 악화하면 일부 프로젝트의 축소나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는 국내 반도체 기업에도 중요한 변수다.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둔화하면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한 고성능 메모리 수요와 반도체 공급망 전반의 성장 기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기업의 실적이 현재의 주가 수준을 뒷받침할 수 있을지에 대한 검증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의미다.

미국 중간선거를 둘러싼 정책 불확실성도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민주당의 의회 장악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AI 데이터센터 건설 규제와 전력 공급 비용, 인허가 지연 등이 투자심리에 영향을 미쳤다. 데이터센터 투자 계획이 정책 변화에 따라 늦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반도체주 매도 압력을 키운 배경으로 꼽힌다.

다만 AI 산업의 성장 동력 자체가 약화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AI 서비스 확산과 데이터센터 증설에 따른 고성능 메모리 수요는 여전히 반도체 산업의 핵심 성장 동력이다. AI 인프라 투자 수요와 주식시장의 단기적인 투자심리는 구분해서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결국 시장의 관심은 AI 투자가 얼마나 빠르게 늘어나는지에서 투자한 자금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수익을 창출하는지로 이동하고 있다. 국내 반도체 기업들 역시 AI 수요 확대에 따른 실적 성장뿐 아니라 HBM 공급 경쟁력, 수익성, 투자 회수 전망을 함께 입증해야 하는 국면에 들어섰다.

AI가 주도한 반도체 랠리가 끝났다고 보기는 이르다. 다만 투자 확대만으로 주가 상승을 정당화하던 국면에서 벗어나 실제 수요와 수익성을 기준으로 기업별 경쟁력을 평가하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최근의 변동성은 국내 증시의 중요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김희일 한국금융신문 기자 heuyil@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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