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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승장이 만든 실적, 조정장이 가를 경쟁력…증권사 WM·IB 체력전 돌입

김희일 기자

heuyil@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7-28 17:23

상반기 실적은 시장이 만들었고, 하반기 성적표는 사업 체력이 결정

주요 증권사들이 올해 상반기 역대급 실적을 거뒀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를 완전한 체질 개선으로 평가하지 않는다. 하반기 거래대금 둔화 가능성이 커지면서 증권사들의 진짜 경쟁력은 WM과 IB 역량에서 판가름 날 전망이다. 여의도 증권가 전경. 사진=한국금융신문DB

주요 증권사들이 올해 상반기 역대급 실적을 거뒀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를 완전한 체질 개선으로 평가하지 않는다. 하반기 거래대금 둔화 가능성이 커지면서 증권사들의 진짜 경쟁력은 WM과 IB 역량에서 판가름 날 전망이다. 여의도 증권가 전경. 사진=한국금융신문DB

[한국금융신문 김희일 기자] 주요 증권사들이 올해 상반기 역대급 실적을 거뒀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를 완전한 체질 개선으로 평가하지 않는다. 주식시장 상승과 거래대금 증가라는 외부 환경이 만든 ‘증시 효과’가 컸기 때문이다. 하반기 거래대금 둔화 가능성이 커지면서 증권사들의 진짜 경쟁력은 WM과 IB 역량에서 판가름 날 전망이다.

상반기 국내 증시는 강한 상승 흐름을 보이며 개인투자자 유입과 거래 활성화를 이끌었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은 위탁매매(브로커리지) 수익과 금융상품 판매 증가 효과를 누렸다.

실제 상반기 증권사 실적 개선의 핵심 배경은 거래 활성화였다. 다만 최근 증시 상승 탄력이 둔화되면서 거래대금 증가 효과가 하반기에도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증시 조정과 투자자들의 차익실현이 본격화될 경우 거래대금 의존 성장 모델은 한계에 직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상반기 실적 개선에는 증시 상승과 거래대금 증가라는 시장 환경의 영향이 컸다”며 “하반기에는 시장 상황 변화에도 안정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사업 구조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증권사들은 하반기 핵심 경쟁력으로 자산관리(WM)와 투자은행(IB)을 꼽고 있다. 단순 매매 수수료 중심 성장에서 벗어나 고객 자산을 장기 관리하고 기업금융 역량을 강화하는 체질 개선 경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상반기 실적 끌어올린 ‘증시 효과’

올해 상반기 증권업계는 국내 증시 강세와 거래 활성화의 직접적인 수혜를 입었다.

코스피가 강한 상승 흐름을 보이는 과정에서 개인투자자들의 국내외 주식 투자 규모가 확대됐고, 증권사들의 위탁매매 수익과 금융상품 판매 수익도 동시에 증가했다.

특히 대형 증권사들은 리테일 경쟁력을 기반으로 실적 경쟁에서 앞서 나갔다.

NH투자증권은 상반기 연결 기준 순이익 9652억원을 기록하며 반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KB증권 역시 상반기 순이익 7963억원을 기록하며 호실적을 이어갔다. 신한투자증권, 하나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도 증시 활황 효과를 누렸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상반기 실적을 완전한 체질 개선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는 분위기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상승장에서는 브로커리지 수익이 자연스럽게 늘어나지만, 시장이 조정 국면에 들어가면 증권사의 진짜 경쟁력이 드러난다”며 “하반기에는 수익 구조의 질이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거래대금 의존 성장 한계…WM 경쟁 본격화

증권사들이 가장 주목하는 분야는 WM이다.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경험이 확대되고 금융상품 선택지가 다양해지면서 단순 주식 거래 플랫폼만으로는 고객을 장기간 확보하기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증권사들은 △초고액자산가 대상 프라이빗뱅킹(PB) △퇴직연금 △랩어카운트 △채권·ETF 상품 △글로벌 자산배분 서비스 등 종합 자산관리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금리 하락 국면에서 은행 예금에서 투자상품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머니무브’가 이어질 경우 WM 역량은 증권사의 장기 성장성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가 될 전망이다.

삼성증권은 WM 경쟁의 대표 사례다. SNI(Samsung & Investment)를 중심으로 초고액자산가 시장을 공략해온 삼성증권은 전국 PB 네트워크와 맞춤형 자산배분, 상속·증여 서비스 등을 기반으로 WM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발행어음 인가 추진은 WM 경쟁력 확대의 핵심 변수다. 안정적인 조달 기반을 확보할 경우 고액자산가 대상 상품 공급과 자산관리 서비스 고도화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증권이 WM 경쟁력을 강화하는 가운데 NH투자증권은 IB와 OCIO 역량을 중심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KB증권은 자본력을 기반으로 WM과 기업금융을 동시에 강화하고 있으며, 미래에셋증권은 글로벌 투자 역량을 앞세워 경쟁력을 확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증권사의 경쟁력은 거래 플랫폼이 아니라 고객 자산을 얼마나 오래 관리하고 키울 수 있느냐에 달렸다”며 “WM이 새로운 수익 안정판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초대형 IB 경쟁 2라운드…자본 활용 능력이 승부처

IB 부문도 하반기 증권사 경쟁의 핵심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기업공개(IPO), 회사채 발행, 인수금융 등 전통적인 기업금융 영역뿐 아니라 발행어음, 프라임브로커리지(PBS), 글로벌 대체투자 등 자기자본을 활용한 사업 역량이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생산적 금융 전환 기조 속에서 초대형 IB의 모험자본 공급 역할도 한층 중요해질 전망이다.

과거 초대형 IB 경쟁이 ‘누가 더 큰 자기자본을 확보하느냐’의 싸움이었다면, 앞으로는 확보한 자본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용해 수익으로 연결하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이제 초대형 IB 경쟁의 기준은 자기자본 규모가 아니라 자본을 어디에 투자해 얼마나 안정적인 수익을 만들어내느냐로 이동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기업금융 네트워크와 OCIO 역량을 기반으로 IB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KB증권은 자본력과 기업금융 플랫폼을 바탕으로 시장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 역시 글로벌 투자와 대체투자 분야에서 경쟁력을 높이며 초대형 IB 시장 주도권 경쟁에 나서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초대형 IB 시대에는 자기자본 규모보다 좋은 딜을 발굴하고 리스크를 관리하며 자본을 활용하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반기 승자는 ‘많이 버는 증권사’ 아닌 ‘꾸준히 버는 증권사’

증권업계는 올해 상반기 호황을 누렸지만 하반기에는 새로운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거래대금 증가세가 둔화되고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브로커리지 중심 증권사와 WM·IB 기반의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갖춘 증권사 간 격차가 커질 가능성이 높다.

결국 하반기 증권업 경쟁은 시장 상승세에 기대 실적을 낸 증권사와, 시장 변화에도 지속 가능한 수익 구조를 갖춘 증권사를 가르는 싸움이 될 전망이다.

상승장은 모든 증권사에 기회를 주지만 조정장은 증권사의 체력을 드러낸다.

결국 올해 하반기 증권업계의 승부처는 거래대금 규모가 아니라 고객 자산 확보와 자기자본 활용 능력이다. 시장 변화에도 지속 가능한 수익 구조를 만든 증권사가 경쟁 우위를 차지할 전망이다.

김희일 한국금융신문 기자 heuyil@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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