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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종회 칼럼] ‘3%룰’ 함정에 빠진 중복상장 가이드라인

장종회 기자

jhchang@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7-13 00:00

기관투자자까지 일률적 제한하면 부작용 불보듯
상장 프리미엄 몫 주주 전체에 돌아가도록 해야

▲ 장종회 전무 겸 편집본부장

▲ 장종회 전무 겸 편집본부장

[한국금융신문 장종회 기자]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가 발표한 중복상장 가이드라인을 둘러싸고 자본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모회사 이사회에 주주충실의무를 명문화하고 중복상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한 점은 분명 진일보한 조치다.

그러나 중요한 대목에서 브레이크를 밟아야 할 순간에 엑셀을 밟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중복상장 금지’라는 간판은 걸었지만 정작 일반주주를 보호할 설계는 여전히 허술하다는 얘기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한국의 중복상장 비율은 2025년말 기준 전체 시가총액 대비 11.2%다. 미국(0.05%) 대만(2.7%) 일본(4.0%)은 물론 중국(2.4%)보다도 월등히높다. 한국금융신문이 시가총액 상위 1182개사를 계산해보니 16.2%에 달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이 대기업집단만 집계한 수치는 22%를 넘겼다.

이쯤 되면 한국 증시는 마구잡이로 접붙인 나무들이 뒤엉킨 과수원 다르지 않다.뿌리와 줄기, 가지마다 제각각 열매가 달리니 시장이 어느 열매에 얼마를 매길지 혼란스럽다. 모회사 주가가 보유한 자회사 지분가치에도 미치지 못하는 극단적인 저평가,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우연이 아니다. 구조가 왜곡돼 있으니 가격도 왜곡되는 것이다.

구멍 난 우산 '3%룰'

이번 가이드라인의 핵심은 모회사 이사회에 5대 주주보호 의무를 부과하고, 주주동의를 상법상 '3%룰'(3% 초과 의결권 제한)로 판단한다는 데 있다. 문제는 일반주주를 보호하겠다며 내민 '3%룰'이 정작 일반주주들 손발을 묶는 족쇄가 된다는 점이다.

지배주주와 일반주주의 이해가 충돌하는 사안에서 3%룰은 대주주만이 아니라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의 의결권까지 일률적으로 제약한다. 소액주주가 힘을 모아도 판을 뒤집기 어려운 상황이 생길 수 있다. 보호의 우산을 씌워주면서 대항할 손잡이를 빼앗아 버린 꼴이다.

거버넌스포럼 측은 “감시의 효용이 사라지면 누구도 비용을 들여 대기업을 감시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 손해는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를 거쳐 전 국민에게 되돌아간다”고 꼬집었다.

당국은 이번 가이드라인이 미국 델라웨어주 판례를 참조했다고 한다. 그러나 정작 미국식 해법의 핵심은 다른 데 있다. 이사회가 독립적인 특별위원회의 승인을 받거나, 이해관계가 없는 일반주주들에게 최종 거부권을 주는 '소수주주 과반동의(MoM, Majority of Minority)'를 거치게 한 것이다.

이와 달리 예고된 가이드라인은 '주주평등원칙 위배'라는 법무부 지적을 수용해 MoM 대신 3%룰을 택했다. 사실 3%룰 자체가 주주평등원칙의 예외다. 이해충돌 없는 주주의 권리까지 일률 규제하면 예외 범위를 오히려 넓히는 셈이다. 물길을 헤쳐 나갈 노를 치우고 배가 저절로 앞으로 나가길 바라는 격이다. 실효성이 입증된 MoM이란 해법을 두고 굳이 더 둔한 장치를 택한 건 납득하기 어렵다.

가이드라인은 물적분할 자회사엔 주주동의를 필수로 했지만, 인수한 자회사엔 기준을 완화했다. 취지는 나쁘지 않다.

다만 규제란 조그만 허점이 보이면 우회로가 생기기 마련이다. 영업양도, 현물출자, 다른 형태의 분할이 그 길이 될 수 있다. 사외이사가 주도하는 특별위원회도 마찬가지다. 지배주주가 임명권을 쥔 한국의 현실에서 형식적 요건만으로 실질적 독립성을 담보하기 힘들다.

최근 가속화한 증시 양극화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 시장에서는 반도체와 AI 관련 일부 회사로 자금이 쏠리는 실정이다.

그런데 이들 기업 가운데 상당수가 지분구조상 손자회사에 해당해 이번 규제에서 비켜나 있다. 거버넌스포럼 주장처럼 추가 중복상장 우려가 없는 핵심 계열사가 막대한 자금을 빨아들이는데 중복상장 가능성이 큰 자회사를 둔 모회사 주주는 충분히 보호받지 못하는 비대칭이다. 이런 상황이 증시 양극화를 심화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통제권 프리미엄 독식 막아야

자본시장에서 중요한 것은 규제의 강도만이 아니다. 예측 가능성이 더 중요하다. 규정이 복잡하고 빠져나갈 구멍이 많을수록 기업은 우회로를 찾고 투자자는 더 큰 불안에 노출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촘촘한 규제가 아니라 누구나 같은 결과를 예상할 수 있는 단순하고 일관된 원칙이다.

중복상장 규제의 본질은 상장 자체를 막는 데 있지 않다. 기업집단이 만든 '통제권 프리미엄'을 누구에게 돌릴 것인가가 핵심이다. 지금까지 지배주주는 물적분할과 쪼개기 상장을 통해 그 프리미엄을 독식해 왔다.

일반주주에게 남는 건 껍데기뿐인 모회사 주식인 경우가 적잖았다. 이번에도 프리미엄의 귀속 구조를 바꾸지 못하고 절차 요건만 손질하는 데 그치면 시장에서 외면당할 수 밖에 없다.

투자자들이 "언제든 알짜 자회사가 따로 상장돼 내 주식 가치를 희석시킬 수 있다"고 믿는 한, 한국 증시의 할인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이는 개별 기업의 주가를 넘어 국가 전체의 자본조달 비용을 높이는 구조적 결함이 된다. 중복상장 규제는 이제 단순한 행정지침이 아니라 한국 자본시장의 '신뢰 가격'을 결정하는 시험대가 될 참이다.

정부는 14일까지 남은 예고기간은 물론 향후 의결 과정에서라도 자본시장의 목소리를 더 듣고 전향적으로 수렴해야 한다. 세 차례 세미나를 거쳐 여기까지 왔는데 마지막 단계에서 엉뚱한 길로 가서는 안된다. 나무의 뿌리를 바로잡지 않은채 잔가지만 쳐내는 것으론 과수원 전체의 값을 끌어올릴 수 없다. '코리아 프리미엄'은 정부가 구호로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다. 투자자가 안심하고 장기 자금을 맡길 수 있다는 '신뢰'가 쌓일 때 비로소 시장이 스스로 매겨주는 값이다.

장종회 한국금융신문 기자 jh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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