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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크게 늘어도 환율은 고공행진 왜?

장종회 기자

jhchang@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6-19 10:07

해외 투자수요에 현지유보 확대 ‘변수’
한국은행 'LBVAR 모형' 분석 보고서
재투자 1%p 늘면 환율 0.4%p↑ 압력

[한국금융신문 장종회 기자] 지난해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증권투자가 일본을 넘어섰다. 외화자산이 쌓이는 속도만 보면 반길 일이다. 하지만 투자소득이 국내 외환시장으로 얼마나 돌아오는지를 따져보면 다른 얘기가 된다.

한국은행 국제국 자본이동분석팀이 최근 내놓은 ‘해외투자와 투자소득이 환율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는 이런 지점을 정면으로 다뤘다. 보고서는 해외투자 확대와 투자소득 증가가 원/달러 환율에 정반대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고, 그 사이에서 '현지유보' 비중이 핵심 변수로 작동한다는 점을 실증적으로 짚어냈다.

증권투자 1년 새 2배…질주하는 해외투자

한국의 해외투자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해외 직접투자는 412억달러로 2024년(497억달러)보다 줄었지만, 증권투자는 1403억달러로 전년(670억달러)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었다. GDP 대비 증권투자 비율도 2024년 3.6%였던 게 지난해엔 7.5%로 1년 새 두 배 넘게 뛰었다. 같은 기간 일본의 증권투자(1028억달러)가 GDP 대비 2.3%인 점을 감안하면 한국이 일본을 규모와 비율 모두 앞질렀다.

해외투자 확대 자체가 나쁜 신호가 아니다. 대외자산이 쌓이면 장기적으로 투자소득이 늘고 외화유동성의 완충력과 대외지급력이 강해지기 때문이다. 한국의 투자소득수지는 지난 2011년 이후 한 번도 적자를 낸 적이 없기도 하다. IMF는 순대외금융자산 증가에 힘입어 경상수지에서 본원소득수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2025년 23%에서 2030년 42%까지 늘 것으로 전망한다. 상품수지에 절대적으로 의존했던 한국 경제의 외환공급 구조가 투자소득 병행형으로 바뀌는 변곡점을 맞았다는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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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투자소득 증가해도 환율 오르는 까닭

문제는 투자소득이 늘어난다고 그 돈이 곧바로 국내 외환시장에 유입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국내 기업의 해외 자회사가 벌어들인 이익이 국내로 들어오지 않고 않고 현지에 유보되거나 재투자되면 장부상 투자소득은 흑자여도 실제 달러 공급효과는 사라진다.

통계는 엇갈린다. 국제수지 기준으로 볼 때 직접투자소득 중 재투자 비중은 오히려 떨어졌기 때문이다. 지난 2010~2022년 평균 48.4%에 달했던 재투자 비중은 2023년 이후 평균 5.3%까지 낮아졌다. 2023년에 해외 자회사 배당금 비과세 확대가 이뤄지면서 배당금 환류가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수출입은행의 해외 현지법인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1년 이후 당기순이익에서 한국 투자자 배당금을 뺀 현지유보액 평균은 142억달러로 당기순이익 대비 유보 비율이 60%에 달한다. 같은 시기 해외 현지법인의 자본 잔액도 2020년 2538억달러에서 2021년 3514억달러로 급증한 뒤 꾸준히 높은 수준을 유지 중이다. 재투자 비중은 세제효과로 낮아진 듯하지만 기업에서 실제로 벌어들인 돈의 절반 이상이 해외에 머문다는 진단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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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는 이런 격차가 생기는 이유를 두 가지로 짚었다. 첫째, 국제수지의 재투자수익은 '한국 투자자의 지분율×해외 자회사의 이익잉여금'으로 계산되는데, 지분 구조가 복잡해질수록 단순 계산한 현지유보액과 차이가 날 수 있다는 점이다. 둘째, 보다 근본적으로는 반도체·2차전지·자동차 등 주력 산업에서 글로벌 공급망을 구축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면서 번 돈을 국내로 가져오기보다 현지 생산기지 확장에 재투입하는 유인이 강해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2021년 한국의 해외직접투자는 759억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시기는 반도체·배터리 기업들의 해외 생산거점 투자가 본격화한 시점과 맞물린다.

독일과 반대로 가는 한국

한국의 이런 상황은 독일과 정반대다. 독일의 재투자비중은 2010년 이후 평균 28%로 한국(40%)이나 일본(46%)보다 훨씬 낮다. 룩셈부르크·오스트리아·네덜란드 같은 조세우대국을 거점으로 한 지주회사 구조가 해외수익의 독일 본국으로 환류를 용이하게 한 게 배경이다. 자동차·기계·화학 등 단단한 제조업 기반이 환류된 자금을 국내 고부가가치 투자로 연결할 유인도 키웠다는 설명이다. 지난 1990~2020년 독일로 환류된 이익은 8960억 유로에 달했다. 자동차 산업에서는 환류 이익이 총영업이익의 9.8%에 이를 정도다. 반면 한국은 글로벌 공급망 구축이라는 산업적 필요성 때문에 환류보다 현지 재투자를 택하는 구조라는 게 보고서의 분석이다.

숫자로 추산한 재투자·현지유보 영향

보고서는 재투자를 위한 현지유보의 영향이 환율에 실제로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를 22개 거시·금융변수를 이용해 베이지안 벡터자기회귀(LBVAR)모형으로 분석했다. 결과는 외환수요 요인인 해외투자 확대 충격(평균 대비 약 3% 상승)은 원/달러 환율을 0.7%p 끌어올렸다는 것. 외환공급 요인인 투자소득 증가 충격(평균 대비 약 8% 상승)은 환율을 0.4%p 낮췄지만 그 효과가 빠르게 줄어 12개월 후엔 거의 사라졌다. 재투자 비중 상승 충격(약 1%p 상승)은 환율을 0.4%p 끌어올린 뒤 18개월 전후로 대부분 소멸했다.

보고서는 "해외에서 발생한 수익이 국내로 환류되지 않고 현지에 유보·재투자될 경우 투자소득 증가에 따른 외환공급 효과가 줄면서 원/달러 환율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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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메커니즘을 일본 사례가 잘 보여준다. 보고서는 일본이 본원소득수지 의존도가 높아진 가운데 재투자 비중이 상승하면서 투자소득의 대내 환류를 제약해 엔화 약세의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진단했다. 일본은 1980년대 초반부터 국내 금리 하락으로 해외 투자수익률이 국내 수익률을 앞지르자 대외자산 축적을 본격화했다. 재투자 비중은 2025년 41% 수준까지 뛰어 현재 한국과 비슷한 처지였다.

한국도 2000년대 중반 이후 해외 투자수익률이 국내 수익률을 웃돌기 시작했고, 2014년 이후 순대외금융자산이 흑자로 전환되며 과거 일본과 유사한 흐름을 타고 있다. 지난해 말 한국의 순대외금융자산(9042억달러, GDP 대비 48%)은 일본의 1996년 말(8910억달러)·2007년 말(GDP 대비 48%) 수준과 유사하다.

KDI 분석에 따르면 한국의 생산성 증가율 둔화는 일본과 20년 가량 시차를 두고 진행되고 있다. 생산성 둔화에 고령화도 급속 진행되고 있어 한국도 해외투자 확대와 현지유보 심화라는 일본과 같은 길을 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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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투자 이익 국내 환류 촉진…국내 투자수익률 높아져야

보고서는 투자소득 증가를 외환수급 개선이나 환율안정 신호로 단순 해석하는 것을 경계한다. 투자소득 '규모'보다 '환류 여부'와 '유보 성향'이 더 중요한 변수라는 얘기다. 배당, 재투자 수익, 환헤지 여부에 따라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지는 만큼 외환수급 점검체계를 정교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이다.

보고서는 정책 측면에서 해외 자회사 배당의 국내 환류 촉진, 기관투자자의 환헤지 유도, 국내 생산성과 투자수익률 견인을 통해 해외투자 확대 유인을 줄여야 한다고 밝혔다. 신상호 한은 자본이통분석팀 과장은 "중장기적 환율 안정은 외환시장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투자소득의 환류 기반 확충과 국내 성장잠재력 제고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반도체 가격 급등으로 올해도 대규모 상품수지 흑자가 예상되고, 중장기적으론 투자소득 흑자도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반도체·2차전지·자동차 기업들의 글로벌 공급망 구축에 따른 현지유보가 지속되는 한 원/달러 환율은 '투자소득 증가'와 '현지유보 심화'란 변수 사이에서 줄다리기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장종회 한국금융신문 기자 jh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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