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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업 노조’ 탈퇴하는 삼성바이오 노조…노사 갈등, 실적 발목 잡나

양현우 기자

yhw@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6-11 13:49

노조, 초기업 벗어나 독자 노선 택한다
K-바이오 투톱 노조 리스크에 업계 촉각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옥.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옥.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한국금융신문 양현우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 노동조합이 투쟁 동력 강화를 위해 삼성그룹 초기업 노조 탈퇴를 추진한다. 계열사 간 연대보다 단독 교섭이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노사 간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는 상황에서 노조가 독자 노선을 택하면서 노사 간 갈등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며 장기화될 전망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는 오는 16~18일 조합원 총회를 열고 삼성 초기업 노조 탈퇴 여부를 묻는 찬반 투표에 앞서 조합원 의견 수렴 절차를 진행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는 현재 삼성전자와 삼성화재, 삼성디스플레이 노조 등이 참여하고 있는 초기업 노조에 속해 있다.

교섭력 약화에 탈퇴 택한 노조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는 조합원 총회를 거쳐 이달 24일부터 28일까지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찬반을 묻는 전자투표를 실시해 최종 탈퇴 여부를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만약 투표에서 탈퇴안이 가결될 경우,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는 외부 계열사의 눈치를 보지 않고 오직 자사 사업장 현안에만 화력을 집중하는 독립 노조 체제로 재편된다. 이에 따라 현재 진행 중인 준법투쟁의 수위가 한층 더 격화될 가능성도 열려 있다.

당초 초기업 노조는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등 그룹 내 주요 계열사들이 모여 공통된 노동 제도를 개선하고 사측을 효과적으로 압박하기 위한 연대체로 출범했다. 하지만 출범 이후 각 계열사별로 얽혀있는 이해관계를 좁히지 못한 것이 이번 연대 이탈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 측은 다른 계열사 노조들이 자신들의 요구 사항 중 일부만 충족되면 쉽게 투쟁 대열에서 이탈하는 행태에 피로감과 한계를 느낀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상대적으로 조직률과 결속력이 높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의 쟁의 결과가 타 계열사 노조의 협상 지렛대로 소모되는 사례가 빈번했다는 주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삼성 내에서 노조가 자리잡기 위해 어느 정도의 희생은 감수하려 했으나, 결과적으로 다른 곳의 방패막이 역할만 하다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며 “짊어져야 할 부담만 커지고 실질적인 교섭력은 오히려 약화되는 결과가 초래돼 더 이상 함께할 명분이 사라졌다”고 탈퇴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독자 생존을 선언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는 여전히 교섭 과정에 놓여 있다. 노조는 지난달 1~5일 전면 파업을 단행한 뒤 현장에 복귀했으며, 현재는 준법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파업과 함께 노조는 지속적으로 사측에 단체협약 교섭 재개를 촉구해 왔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당초 노조가 요구한 기한인 이달 10일을 넘겨 오는 12일까지 공식적인 답변을 내놓기로 했으며, 다음 주부터 교섭을 재개하기 위한 실무적인 안을 구성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오에서 제약까지, 노사 갈등 확산 우려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의 시선은 우려로 가득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함께 K-바이오 투톱으로 불리는 셀트리온에서도 창사 이래 첫 노조가 출범하는 등 업계 전반에 노조의 입김이 거세지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고도의 품질관리와 신속한 생산능력이 생명인 제약·바이오 산업에서 잦은 쟁의행위와 노사 갈등의 장기화는 글로벌 고객사들의 신뢰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 노조의 영향이 커지면서 이들 사례가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 노사 관계의 새로운 가늠자가 될 것”이라며 “중국과 인도 등 경쟁 국가들의 위탁생산 기업들이 추격해 오는 상황에서, 장기화된 노사 갈등이 K-바이오 전체의 수주 실적과 성장동력에 찬물을 끼얹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지적했다.

현재 노사 갈등 이슈가 수면 위로 드러난 곳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 등 주요 바이오 기업들이지만, 이 같은 강경 투쟁 기조가 전통 제약업계로까지 번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기존 제약사들의 경우 노조가 존재함에도 보수적인 업계 특성상 활발한 단체행동에는 나서지 않았으나, 대형 바이오 기업의 잇따른 노조 리스크가 제약업계 전반을 자극하는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다만, 노사 갈등에도 실적 성장 흐름은 이어갈 것으로 예측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올해 2분기 실적 컨센서스(전망치 평균)는 매출 1조3243억 원, 영업이익 5926억 원이다. 이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7%, 24.6% 증가한 수치다.

이러한 호실적 전망의 배경에는 우호적인 환율 효과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주력하는 위탁개발생산(CDMO) 산업은 글로벌 고객사를 대상으로 수주를 받아 주로 달러로 결제되기 때문이다.

달러/원 환율이 오를수록 원화 환산 이익이 고스란히 증가하는 구조다. 실제 올 2분기 달러/원 환율은 1500원을 훌쩍 넘어서며 전년 동기의 1300원대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향후 노사 갈등의 흐름이 견고한 실적 성장세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지 시장의 관심이 모아진다.

양현우 한국금융신문 기자 yhw@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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