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훈 업스테이지 대표. /사진=업스테이지
5600억 실탄 확보…국가 예산 심의까지 파고든 ‘솔라’
15일 투자은행(IB) 및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업스테이지는 최근 국민성장펀드를 주축으로 한 5600억 원 규모의 투자 유치를 확정 지었다. 산업은행 등 정책금융 1300억 원에 민간 자금 4300억 원이 매칭된 구조다.
정부의 이 같은 선택은 이른바 ‘AI 안보’ 논리와 직결된다. 오픈AI,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가 주도하는 거대언어모델(LLM) 시장에서 한국어에 특화된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을 보유하지 못할 경우, 국가적 데이터 주권을 상실할 수 있다는 절박함이 투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김성훈 업스테이지 대표. /사진=업스테이지
최근에는 정부 연구개발(R&D) 예산 심사 영역으로 분야를 확장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6년 국가 R&D 예산 심사’에 솔라를 기반으로 한 예산심의 특화 AI ‘연.예.인’를 전격 도입하기로 했다.
연간 수십조 원에 달하는 국가 예산 배분의 효율성을 AI에게 맡기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단순한 기술 실험을 넘어, 국가 재정 정책 결정의 보조 수단으로 업스테이지의 기술력을 공인했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AI 포털 전환’과 ‘비용 부담’ 사이 줄타기
업스테이지의 광폭 행보 중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카카오로부터 포털 ‘다음(Daum)’ 운영권을 인수한 사건이다. AI 기술력을 갖춘 스타트업이 전통적인 포털 서비스를 인수해 ‘AI 포털’로 체질 개선을 시도하는 것은 유례가 없는 시도이기 때문이다.
김성훈 대표는 이를 통해 “네이버와 다음의 양강 구도를 깨고, 나아가 네이버를 넘어서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현재 업스테이지는 다음의 방대한 데이터와 콘텐츠를 솔라 학습에 활용하고, 기존의 검색 인터페이스를 생성형 AI 기반의 ‘AI 포털’로 개편한다는 전략이다.
여기에 호반건설 등 산업계와의 협업을 통해 기업간거래(B2B)와 기업・소비자간거래(B2C)를 아우르는 통합 플랫폼을 지향하고 있다.
하지만 자본 시장에서는 우려의 시선도 보이고 있다. 한때 검색 시장을 호령했던 다음의 점유율이 한 자릿수대까지 추락한 상황에서, 단순한 AI 덧입히기가 사용자 경험 혁신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이유에서다.
이미 ‘하이퍼클로바X’를 자사 생태계 곳곳에 이식하며 공고한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는 네이버와의 격차 역시 여전히 가파르다는 평가도 나온다.
IT 업계 관계자는 “다음 인수는 데이터 확보 측면에선 긍정적이나, 포털 운영에 들어가는 막대한 유지 비용과 인력 구조조정 등 통합 비용 리스크가 존재한다”며 “AI 기술력이 포털 비즈니스의 근본적인 경쟁력 회복으로 이어질지는 증명된 바 없다”고 분석했다.
4년 연속 적자 속 ‘5조 몸값’ 상장 추진…자생력 증명이 관건
업스테이지는 미래에셋증권과 KB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하고 하반기 코스피 상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최근 기업설명회(IR) 과정에서 제시된 희망 기업가치는 최대 5조 원 수준이다. 지난해 시리즈 C 당시 1조6000억 원이었던 몸값이 불과 수개월 만에 3배 가까이 뛴 셈이다.
이 같은 심사 고공행진의 배경에는 정부의 파격적인 정책적 밀어주기가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규모 자금 유치와 국가 R&D 심사 투입 등 정부가 ‘국가대표 AI’라는 보증수표를 발행하면서 몸값이 가파르게 상승했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비대해진 몸값에 비해 빈약한 재무 성적표다. NICE평가정보에 따르면 업스테이지 매출은 2022년 59억 원, 2023년 46억 원, 2024년 139억 원, 2025년 248억 원으로 성장세를 가파르지만 수익성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마이너스(-) 81억 원, -189억 원, -401억 원, -304억 원을 기록하는 등 적자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속된 적자 탓에 5조 원의 밸류에이션을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현재 매출의 수십 배에 달하는 퀀텀 점프가 상장 전후로 증명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국가대표라는 타이틀이 주는 무게만큼 실제 글로벌 시장에서 빅테크 모델과 겨뤄 유의미한 점유율을 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며 “상장 직후 오버행(잠재적 매도 물량)이나 고평가 논란을 피하려면 내실 있는 수익 모델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채윤 한국금융신문 기자 chaeyu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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